한국지역난방공사가 17일 보도설명자료 한 건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비즈니스포스트 15일자 '지역난방공사, 나주발전소 연료 변경 가능성 커 손실보전 마련 다급' 기사와 관련한 해명을 담은 내용이었다.
보도설명자료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나주발전소 연료로 고형폐기물을 이용한다면 건강과 지역환경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나주지역 주민들의 주장은 객관적 인과관계가 확인된 바 없음'.
'나주발전소의 연료가 액화천연가스(LNG)로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는 내용은 확인된 바 없음'.
이런 한국지역난방공사의 해명은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돌아본 내용일까?
주민들은 고형폐기물을 이용한 나주발전소 시험가동 기간에 두드러기와 눈따가움이 심해졌다고 하소연하는데 이런 목소리를 객관적 인과관계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난방공사는 지역 의료기관에 보고된 관련 사례가 1건밖에 없고 이 또한 발전소 시험가동과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이 발전소 시험가동 기간에 몸으로 직접 겪은 일을 말하는 데 고형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한 나주발전소와 인과관계까지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액화천연가스(LNG)로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는 내용이 확인된 바 없다는 지역난방공사의 해명 역시 나주발전소 연료와 관련한 최종 결정이 이뤄지기까지 환경영향성 평가와 주민투표, 공론조사라는 절차가 아직 남아 있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아무리 절차가 남아 있다고 해도 고형폐기물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렇게 큰 상황에서 지역난방공사가 버젓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지역주민 목소리에 세심하게 귀기울이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은 홈페이지 CEO 인사말에 이렇게 적고 있다. '국민에게 행복을 전하는 '친환경 에너지 공기업'이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고형폐기물 발전소와 관련해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하나 고민'이라는 나주 주민들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고려한다면 지역난방공사가 '객관적 인과관계' '확인된 바 없음' 하는 태도를 보이기는 어렵다.
발전소 고형폐기물 연료 문제와 관련한 환경규정이 아직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고 본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십분 이해한다 해도 공기업으로서 지역난방공사의 태도는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다.
황창화 사장은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마음대로 결정하지 않고 지역의 목소리를 정책에 담아야 한다는 '지방분권'을 철학으로 삼은 노무현 정부에서 공직자로 일했다.
지금은 친환경적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기조로 삼은 문재인 정부에서 에너지 공기업을 이끌고 있다.
2018년 10월 취임한 황 사장의 임기는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황 사장에게 묻고 싶다.
공기업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왜 존재하는가. 지역난방공사는 매출과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지역주민들에게 ‘행복한'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