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증권사 전성시대는 이제 시작, 미래에셋증권 4대 금융지주 순이익 넘본다
- 국내 증권사들이 업황 개선과 신사업 확대에 힘입어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증권사들은 빠르게 실적을 키우면서 지난해 NH농협금융지주 순이익을 제친 데 이어 향후에는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순이익까지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증시 활황과 함께 종합투자계좌(IMA), 발행어음 등 정부 정책도 증권사 실적 확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증권사들의 실적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대표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4대 금융 가운데 하나인 우리금융의 순이익을 상회한 것으로 파악된다.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1분기 연결기준으로 지배주주순이익 1조354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분기보다 300.2% 늘어나면서 우리금융 추정치 7694억 원을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미래에셋증권 실적 급등에는 미국 우주업체 스페이스X 투자 관련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영향이 크지만 증권사의 실적 성장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으로 읽힌다.증권사가 4대 금융 분기 실적을 넘어선 것은 이례적 일로 평가된다.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이 연간실적으로 5대 금융에 속하는 NH농협금융 순이익을 제쳤으나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에 수천억 원에 이르는 농지비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4대 금융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올해 전체 순이익 전망치를 보면 미래에셋증권이 2조 원대, 우리금융이 3조 원대로 아직 차이가 좀 있지만 우리금융이 안심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미래에셋증권은 2023년 지배주주순이익 3224억 원을 기록한 뒤 2024년 9216억 원, 2025년 1조5695억 원을 거두며 순이익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2조 원대 순이익을 낸다면 3년 사이 순이익이 6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미래에셋증권은 이미 시가총액 측면에서는 4대 금융을 제쳤다.이날 정규거래 종가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시가총액은 38조6661억 원으로 코스피 시총 상위 22위에 올랐다.미래에셋증권은 올해 2월 시가총액에서 우리금융을 넘어선 데 이어, 3월에는 하나금융을 앞질렀다.현재 미래에셋증권보다 시가총액이 높은 금융사는 KB금융(13위)과 삼성생명(15위), 신한지주(17위)뿐이다.미래에셋증권 외에도 다른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 성장세도 뚜렷하다.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올해 1분기 증권사 빅5(한국투자·NH투자·미래에셋·삼성·키움)의 합산 순이익을 2조77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96.6% 늘어나는 것이다.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증권업계 실적 호조의 주인공은 위탁매매수수료(브로커리지)"라며 "1분기 증시 거래대금이 역대급 수준이었던 만큼, 예견된 깜짝 실적"이라고 말했다.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평균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66조6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0년 평균 국내 거래대금 18조 원을 큰 폭으로 상회한다.증권사들은 그동안 은행에 비해 체급이 부족해 이익 규모에서 열세에 놓여 있었으나, 증시 활황과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등에 힘입어 격차를 줄이는 것으로 분석된다.국내 증권사들이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증권사들의 자본효율성도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대신증권에 따르면 2025년 한국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 평균은 13.9%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4대 금융그룹의 평균인 9.1%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은 증권사보다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자산(RWA) 등 당국의 규제도 강하고, 리스크 관리를 중요시하는 분위기라 신사업 확장에도 적극적이지 않다"며 "비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은행이나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보다 높은 자본효율성을 보이는 이유"라고 말했다.금융사들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증권사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총 적립액은 496조802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보다 약 16.3% 늘어난 것이다.이 가운데 은행 12곳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60조558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6%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약 52.4%를 차지하면서 2024년 52.8%와 비교해 시장점유율이 소폭 하락했다.같은 기간 증권사 14곳의 적립금은 103조원에서 131조원으로 26.5% 늘었다. 증권업의 시장 점유율은 2024년 24.3%에서 2025년 26.5%로 2.2%포인트 상승했다.증시활황에 힘입어 확정급여형(DB)이 아닌 확정기여형(DC)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자금이 옮겨가면서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경쟁력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정부가 종합투자계좌(IMA)나 발행어음 등 신사업의 문을 활짝 열어준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IMA 인가를 획득해, IMA상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최근 발행어음 사업 자격을 얻은 키움증권과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등도 발행어음 상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발행어음과 IMA는 개인 고객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증권사들의 대표적 수신 기반으로 꼽힌다.은행업계에서도 증권업계를 향한 위기감이 감지된다.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은행보다 더 많이 버는 증권사가 있다"며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생산적금융 정책이 주요 금융기관의 자산·자본 재배치를 주문하고 있지만, 궁극적 목표는 부동산에 과도하게 치우친 가계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자금흐름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담보대출 중심의 은행보다는 모험자본 공급 기능을 갖춘 증권사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