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 이재명 에너지 쇼크에 "위기가 기회", '에너지고속도로'와 '이익공유' 드라이브
-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수급 불안이 현실화하면서 화석연료 수입 의존 구조의 취약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이재명 대통령은 "위기는 기회"라며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힘을 싣고 있는데, 정부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전력망과 이익 배분 구조까지 바꾸는 '에너지 시스템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2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발 에너지 위기 속에서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해당 정책에 관한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제주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로 난리가 났는데 사실 저도 잠이 안 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대한민국은 전체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면 미래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화석연료 수입 의존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난 만큼 근본적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이어 이 대통령은 1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재생에너지 생산이 남아돌아서 중단되는 경우가 있다'며 전력 수요를 재편하는 방식의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그는 특히 '위기가 곧 기회다. 평소에는 어렵겠지만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수용할 마음 준비가 되기 때문에 변화를 더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전력 시스템 전반의 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정부도 이와 같은 인식 아래 정책 구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리나라가 1년에 화석연료 수입으로만 200조 원 넘게 쓰고 있다. 그걸 수입하지 않고 국내에 들어오는 햇빛과 바람으로 에너지를 생산한다고 치면 그 돈이 국내에서 돌게 돼 생산 유발 효과도 크고 중동발 위기 같은 데서도 안전해진다'고 말했다.이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환경 정책을 넘어 경제 전략으로 재정의한 발언이다. 에너지 수입 비용을 국내 투자로 전환함으로써 산업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 확충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핵심 클러스터인 호남과 수도권 등 수요지를 잇는 고압직류송전(HVDC)망을 구축하는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을 통해 전력 계통을 재편하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입지 제약 문제를 해소할 계획을 세웠다.특히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병목인 전력망 문제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생산되더라도 송전망 부족과 중앙집중형 전력 체계로 인해 이를 활용되지 못하고 발전이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정부는 이에 따라 대형 발전기 중심의 송전 위주 전력 체계에서 벗어나 태양광 등 소규모 재생에너지를 지역에서 생산·소비하는 '지산지소' 기반의 분산형 전력 체계 전환도 병행하고 있다.이를 위해 배전망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구축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계통 수용성을 높이고, 전기차 충전과 수요 반응 체계를 통해 잉여 전력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전력 소비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재생에너지 전환의 또 다른 핵심 과제인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입법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달 31일 대표발의한 '주민주도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의 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주민이 직접 사업에 참여해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같은 날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 의원이 공동 발의한 '해상풍력 공유지분의 이익공유에 관한 법률안'은 발전 사업 지분 일부를 공공이 확보해 국민과 지역 주민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방안을 뼈대로 한다.두 법안은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반복돼온 지역 갈등을 완화하고, 주민 참여와 이익 환원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이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외부 자본 중심 개발 구조에서 벗어나 '공공·지역 참여형'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정부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의 효능감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햇빛소득마을'(태양광)과 '바람소득마을'(풍력) 등 이익 공유 모델 확산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정부는 2월 햇빛소득 마을 지원을 전담하는 범정부 추진단인 '햇빛소득마을 추진단'을 출범했고, 매년 500개 이상, 2030년까지 2500개 이상의 햇빛소득 마을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이재명 정부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넘어 전력망 혁신과 이익 공유 구조 개편을 양축으로 하는 에너지 시스템 전환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에너지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접근이 성공할 경우 에너지 안보 강화와 산업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다만 70년 이상 유지돼온 중앙집중형 전력 체계를 분산형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 충돌과 제도 개편이 불가피한 만큼 정책 실행력 확보가 앞으로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