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트럼프 관세 정책 판 흔들려, 정부 미국 '무역법 301조' 레이더 차단 전략 골몰
트럼프 관세 정책 판 흔들려, 정부 미국 '무역법 301조' 레이더 차단 전략 골몰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를 불법으로 판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다른 법에 근거한 '플랜B' 가동에 나서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다만 플랜B로 거론되는 조치들은 시효가 정해진 경우가 많고 시행까지 긴 시간이 필요해 IEEPA에 근거한 관세와 비교해 위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엿보인다. 다만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의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어 미국 관세 관련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23일 정치권과 정부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한국 정부가 'IEEPA 공백'을 맞아 미국의 새로운 통상압력을 피하려면 미국의 무역법 301조 관세 조사를 최대한 유리하게 유도하는 일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확산하고 있다.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 등 다른 법 조항을 활용해 기존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 공백을 메우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IEEPA을 근거로 전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 판결을 비난하면서 다른 법조항을 근거로 새롭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표했다.우선 트럼프 대통령은판결 당일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 대미 수출품에 10% 관세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바로 다음날 이를 15%로 올리겠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밝혔다.무역법 122조는 미국의 '크고 심각'한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최대 1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원칙적으로 150일의 기한이 있고 의회 승인을 거쳐 이를 연장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 150일 이후 연장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150일짜리 임시 방책일 뿐인 셈이다.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 등 다른 법을 활용해 기존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를 대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무역법 301조와 관련해 '브라질과 중국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며 '과잉 생산 능력에 대한 조사도 시작해 과잉 생산 능력을 지닌 아시아의 여러 국가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앞서 그리어 대표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20일 낸 성명에서 USTR이 개시할 무역법 301조 조사를 두고 '이들 조사는 주요 교역 상대국 대부분을 커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무역법 122조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벌어두고 무역법 301조 등에 근거한 조치를 빠르게 마련해 새로운 관세 체제를 완성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무역법 301조는 교역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로 미국의 무역에 제약이 생기는 때 광범위한 영역에서 보복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같은 법 122조와 달리 관세율 상한 규정이 없고, 미국 내 기업 등 이해관계자의 요청이 있으면 의회 승인 없이 4년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도 대응할 지점이 몇 곳 꼽힌다.먼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 국회에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법 등을 놓고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여기에지난달에는 쿠팡에 투자한 미국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했다며 무역법 301조 조사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USTR에 제출하기도 했다.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의 판결로 기존 상호관세가 무효화된 뒤 무엇보다 관세 수입 총액을 복원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역법 122조에서 시작된 트럼프 관세 정책 플랜B는 무역 규모가 큰 국가 가운데 부과가 수월한 쪽에 최대한 많은 관세를 매기고자 할 것으로 관측된다.다만 301조는 강력한 보복조치를 담고 있는 만큼 상대국과 협의, 연방 관보 공시, 공청회 등 엄격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어 과거 사례를 보면 관세 부과까지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USTR 대표가 20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한국 정부로서는 해당 기간 나름의 협상 카드를 쥐고 미국과 전략적으로 소통하는 과정이 앞으로 대미 관세 체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이와 별도로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도 다음달 9일까지 한미 무역 합의에 따른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절차를 마무리짓기로 했다.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와 같이 즉각적 관세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워졌지만 대미 주력 수출 분야인 자동차·철강 등에 부과되고 있는 품목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해당 품목 관세는 IEEPA가 아닌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때 대통령이 고율의 관세 부과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한국 정부가 상호관세 무효를 이유로 이와 관련한 대미 투자 등에 문제제기에 나서면 자칫 주력 산업 대미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트럼프 관세정책) 기본 원칙은 판이 크게 흔들린 건 맞다'면서도 '지금으로서는 301조 얘기도 있고 무엇보다도 한국이나 일본은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먼저 치고 나가는 것은 조심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품목별 관세의 근거인 무역확장법 232조의 확대 적용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해당 조항은 법정 조사 기간이 최대 270일에 달하는 데다 적용 대상이 특정 품목에 제한돼 있어 미국 정부는 301조 활용에 가장 큰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대미 투자 등 무역합의 이행 의지를 미국 측에 적극 전달하는 동시에 301조 조사의 빌미가 될 수 있는 명분 제공을 차단하는데 역량을 총동원할 것으로 전망된다.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미국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관세 판결 관련 민관합동 대책 회의'를 열고 '정부는 국익 극대화라는 원칙 아래, 한-미 관세 합의를 통해 확보한 이익균형과 대미 수출여건이 훼손되지 않도록 미측과 긴밀히 소통하며 우호적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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