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산업

- NHN 수익성 부진에 자회사 20곳 정리, '생존의 시대' 정우진 본업 집중
- 정우진 NHN 대표이사가 고비용 구조를 해소하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기 위해 자회사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 온 계열사 슬림화 기조가 지난해 적자전환을 계기로 더욱 본격화되는 양상이다.새 정부 출범 이후 클라우드 사업 부문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본업인 게임과 클라우드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2일 IT업계에 따르면 NHN은 최근 자회사인 NHN여행박사의 여행사업 종료를 검토하고 있다. 2018년 NHN엔터테인먼트가 여행박사의 지분 77.6%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한 이후 약 7년 만이다.정 대표는 당시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와의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여행사업에 진출했으며 IT 기반 여행 플랫폼 확장을 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티몬(티메프) 투자 손실 등 외부 악재가 겹치며 인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2020년에는 여행박사의 대규모 인력조정이 이뤄졌고, 2022년 영업정상화를 시도했지만 수익성 회복에는 실패했다. 2023년부터는 NHN 내부에서 비핵심 자회사로 분류되며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환됐다.윤태석 NHN여행박사 대표는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회의를 열고 10월까지 일부 사업을 정리한다는 계획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호텔사업만 유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사실상 여행업은 NHN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NHN 측은 이달 중 이사회를 통해 여행업과 더불어 호텔 안테룸과 콘텐츠 미디어 등 NHN여행박사가 보유한 사업 중 정리 대상 범위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이번 결정은 NHN이 수년간 지속해온 조직 슬림화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NHN은 2018년 기준 90곳이 넘던 종속회사를 2022년 89개,2024년 69곳으로 줄였다. 이중 기업공시작성기준에 따른 주요종속회사(최근사업연도말 자산총액이 지배회사 자산총액의 10% 이상 또는 750억원 이상인 종속회사)는 12개에 불과하다.2024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안현식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적극적인 사업 효율화를 통해 14개 종속회사를 정리했다"며 "올해도 10곳 이상 추가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여행박사를 비롯해 커머스, 결제, 클라우드, 해외 법인, 투자 부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 구조와 수익성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올해에는 한국, 영미권, 프랑스 등지에서 웹툰 플랫폼 서비스를 종료하며, 일본을 제외한 웹툰 사업도 대폭 축소했다.정우진 NHN 대표이사가 본업에 집중한다.정우진 대표는 그간 게임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커머스, 결제, 기술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왔다.특히 페이코 기반의 간편결제 및 커머스 사업을 신성장 축으로 육성해 왔지만 티몬(티메프) 사태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확장 사업 전반의 수익성 문제점이 드러나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2024년 NHN의 연결 기준 실적은 매출 2조4561억 원, 영업손실 326억 원, 순손실 1926억 원을 기록했다.정 대표는 지난해 주주 서한에서 "티몬 사태를 심각하고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2027년까지 페이코 흑자전환을 반드시 달성하겠다. 그렇지 못할 경우 서비스 정리와 함께 NHN KCP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공유했다.현재 NHN은 게임과 클라우드 등 주요 사업 중심의 압축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본업인 게임 부문의 성장과 2022년 출범 이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클라우드 부문의 안착이 NHN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정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그룹 전체 게임사업 매출의 30%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한다"며 의미 있는 성과 창출을 위한 여러 라인업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클라우드 부문 역시 공공부문 디지털 전환 확대와 AI 인프라 수요 증가에 따라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클라우드 사업부는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전환 확대와 정부의 AI 관련 투자 증가에 따라 장기적인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