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산업
- 에쓰오일 정유 회복 추세 진입, '9조 투자' 석유화학 생산시설 수익성 확보 여부에 촉각
- 에쓰오일이 석유화학업황을 둔 뒤섞인 속내 아래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과거 9조 원을 투자한 '샤힌 프로젝트' 완공을 앞뒀지만 정부에선 글로벌 공급과잉에 대응해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에쓰오일로서는 본업인 정유업황 개선 기대감에도 시장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12일 증권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실적 회복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에쓰오일이 정유업종 최선호주로 꼽힌다.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올해 연결기준 순이익 686억 원을 내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에쓰오일을 향한 기대감의 주요 요인으로는 올해 나타난 정제마진 강세와 유가 하락세 등 정유업 업황 전반의 개선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 꼽힌다.정유사 수익성은 정유제품 판매가에서 원유 원가 사이 차이에 따른 정제마진으로 결정된다. 유가 하락은 단기적으로는 재고평가손실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원가 부담을 낮춘다.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 연평균 정제마진은 과거 평균을 웃도는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며 "2026년 유가 하향 안정화 및 산유국의 시장점유율 확대 흐름에 공식원유판매가(OSP)는 보다 낮아질 수 있고 이는 정유사의 원가 부담 완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에쓰오일은 본업인 정유업에서 개선 기대를 안게 됐지만 전체적인 실적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샤힌 프로젝트'로 석유화학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업황 측면에서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샤힌 프로젝트는 연간 에틸렌 생산량 기준 180만 톤짜리 세계 최대 규모 스팀 크래커를 비롯한 석유화학 플랜트를 짓는 사업이다. 2026년 상반기 기계적 완공을 목표로 9조2580억 원이 투입된다. 올해 10월22일 기준 공정률은 85.6%로 집계됐다.한국기업평가는 석유화학업계 전망을 두고 "2026년 석유화학업의 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라며 "전세계 수요 저성장과 신·증설 부담으로 초과공급 상태가 이어지며 스프레드 및 가동륙 개선 여력이 미흡해 영업적자와 저조한 수익성이 전망된다"고 바라봤다.샤힌 프로젝트가 대규모 투자에 따른 차입부담도 안긴 만큼 에쓰오일로서는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셈이다.에쓰오일의 자본적 지출(CAPEX)은 샤힌 프로젝트 이후 급증했고 본업의 영업활동 현금 창출력이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투자 계획은 4조510억 원으로 대부분 샤힌 프로젝트에 투입됐는데 이는 3분기까지 창출된 영업활동 현금흐름 2조847억 원의 두 배 수준이다.나이스신용평가는 에쓰오일 회사채 등급을 두고 "대규모 투자 부담에도 안정적 이익창출 기반과 우수한 재무안정성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2023년부터 샤힌 프로젝트 관련 투자 소요가 발생하면서 채무부담이 재차 확대됐다"고 바라봤다.에쓰오일 최근 5년 자본적 지출 흐름. <에쓰오일>정부가 석화업계 구조조정을 거세게 압박하는 것 또한 에쓰오일에 부담 요인으로 여겨진다. 구조조정은 업계 자율에 맡겨졌지만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월말 여수 산업단지를 찾아 사업 재편안 제출 시한을 연말까지로 못박는 등 업계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했다.석유화학업계 내부적으로는 에쓰오일의 참여를 빼놓고 구조조정을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로드맵에 따르면 국내 석화업계는 에틸렌 기준 최대 연간 370만 톤 생산 설비를 줄여야 하는데 샤힌 프로젝트는 오히려 180만 톤을 늘린다는 이유에서다.에쓰오일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설비를 개시하기도 전에 전체 석유화학 업종의 구조조정 대상에 놓여야 하는 당혹스런 상황에 놓인 셈이다.석유화학 산업의 특성 상 가동률을 끌어 올려야 하는데 수익성을 맞출 수 있는데 정부가 생산량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샤힌 프로젝트가 들어서는 울산에서는 에쓰오일은 현재 SK지오센트릭·대한유화와 사업 재편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가시화된 것은 없다.샤힌 프로젝트 건설현장. <에쓰오일>에쓰오일은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고 단순한 생산량 감축이 석화업황 돌파 해법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는다.또한 샤힌 프로젝트에 새 기술 TC2C를 도입해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TC2C가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비중을 높여 기존 설비 대비 올레핀족(에틸렌·프로필렌) 기초유분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는데 강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다만 TC2C가 아직 실제 가동에서 생산 효율이 검증된 바가 없어 에쓰오일로서는 초기 가동을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에쓰오일이 그동안 이어온 침체기 투자 전략의 성패는 결국 샤힌 프로젝트의 가동 본격화 여부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에쓰오일은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설명하며 샤힌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짚고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대 중반 유가 급락 등 시장 침체기에도 전략적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지속 성장을 달성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