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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백브리핑] 시가총액이 순현금에 못 미쳐도 부끄럽지 않다는 기업들
[컴퍼니 백브리핑] 시가총액이 순현금에 못 미쳐도 부끄럽지 않다는 기업들
금융당국이 저평가(저PBR) 기업의 리스트를 공개하기로 했다.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를 상장하는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해 일반주주 피해를 방지하기로 했다.코스닥 시장을 2개 리그로 개편하는 등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 나선다.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PBR 관련 내용을 살펴보자.이 위원장은 우선 저PBR 기업에 대해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and shaming)' 방식으로 반기(半期)마다 리스트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PBR이 동일업종 내 2개 반기 연속 하위 20%에 해당할 경우 한국거래소 밸류업 홈페이지에 공표되고, 종목명에 '저PBR'이라는 태그를 붙일 예정이다.PBR이 낮은데도 지배력 확대 등 대주주 이익을 위해 낮은 주가를 방치하는 행태를 개선하게끔 압박하겠다는 뜻이다.PBR은 회사의 장부상 자본(순자산) 대비 시가총액이 몇 배인가를 따지는 지표다.정상적 회사라면 적어도 순자산만큼은 시가총액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것이 PBR 1배다.예컨대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자산액이 100인데, 시총이 80이면 PBR은 0.8이다.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가 순자산액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평가받고 있는 셈이다.콘덴서 전자부품을 만드는 삼영전자 사례를 보자.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는 이 회사가 오랜기간 극심한 저평가 상태에 있었다며, 자본시장 전문가를 감사 후보로 내세워 오는 27일 주총 표대결을 예고했다. 차파트너스는 아울러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소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삼영전자는 어느 정도나 저평가되어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이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에서 차입금을 뺀 순현금은 3200억 원이다. 그런데 시총은 순현금의 70%에 불과한 2300억 원(3월11일 종가기준)이다.회사는 비영업용 부동산도 2천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차파트너스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 본사 부지 가운데 30~40%가 유휴부지로 추정된다. 가동중지 상태인 포승1공장 등도 유휴상태다.회사 보유 부동산과 투자주식, 현금(순현금 기준) 등 비영업용 자산을 모두 더하면 5450억 원에 이른다.여기에 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콘덴서 사업의 가치 즉 영업가치(EV, Enterprize Value)를 더한 값이 적정시총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는 콘덴서 사업을 통해 견조한 영업실적과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그렇다면 적정시총은 5450억 원보다 훨씬 높아야 정상이다.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이 회사의 시총은 2300억 원에 불과하다. 이 시총을 설명하려면 영업가치는 마이너스 3150억 원이 되어야 한다.회사의 실적을 고려할 때 실제 영업가치가 마이너스이지는 않겠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마이너스로 인식하고 있다.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흐름의 규모를 보여주는 EBITDA(감가상각 반영 전 영업이익) 대비 EV(영업가치) 배수는 기업가치를 잘 나타내는 지표로 통한다. M&A 때 거래가격이 EBITDA 배수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국내외 삼영전자 경쟁기업들의 EV/EBITDA 배수는 6.5~8.5에 이른다. 삼영전자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7.1로 산출된다. EV가 마이너스 값이기 때문이다.본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투자가 경쟁사 대비 매우 미흡하고, 주주환원도 미미해 자본효율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게 차파트너스의 분석이다.이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제 기능과 역할을 못하는 정체된 이사회에 있으며, 이사회 정체의 주된 이유는 삼영전자의 톡특한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차파트너스는 진단한다.삼영전자의 지분은 창업주 일가 55%, 일본 케미콘(NCC)이 45%를 소유하고 있었으나, IPO 및 상속 등을 거치며 현재는 NCC가 33.4%를 보유한 대주주가 되어있다.2세 경영인인 변동준 회장측 지분은 24.6%이지만, 6명의 이사 중 5명이 변 회장측 인사다. NCC측은 1명을 이사회에 참여시키고 있다. 대주주는 NCC이지만 실질적 경영권은 변 회장이 행사 중이라고 할 수 있다.2023년 10월 NCC는 일본에서 대규모 담합 혐의 과징금을 물게 되면서 재무여력이 크게 약화되었다.신규 투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였다. 이 때 자회사인 삼영전자도 증자에 참여하게 되었다.당시 FI컨소시엄은 상환청구권과 전환청구권, 우선배당률 등이 보장된 상환전환우선주 형태로 증자 참여하였다.하지만 삼영전자는 배당이나 상환권리는 커녕 의결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보통주 형태로 참여하였다. 삼영전자가 보유하게 되는 NCC지분이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제한에 해당하게 된 것이다. 당시 NCC가 유상증자 관련 공시에서 "당사(NCC)에 유리한 조건이 되도록 삼영전자와 협상하였다"고 밝힐 정도였다.빈약한 주주환원, 배임적 거래조차 견제하지 않는 이사회, 주주가치에 무관심한 경영진 등이 어우러져 영업가치 마이너스 평가, 10여년 전 수준의 주가흐름, 저조한 PBR로 나타났다.이런 회사는 조그만 변화가 있어도 밸류업이 나타날 수 있다. 삼영전자에 대한 행동주의펀드의 캠페인이 오는 27일 주총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동차 시트 전문 제조업체 대원산업도 삼영전자와 유사한 점이 많다.VIP자산운용이 최근 대원산업에 대해 최근 주주서한과 함께 '대원산업에 대한 경고장'이라는 제목이 붙은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VIP자산운용은 '시대를 역행하는 지배구조 퇴보를 멈추라'면서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주가누르기 방지법'의 대표적 사례가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우호적 행동주의를 지향하는 VIP자산운용이 투자기업 주주총회 안건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은 처음이라고 하는데, 대원산업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이 회사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에서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당기순이익보다 훨씬 크고, 설비투자(CAPEX)를 차감한 뒤의 FCF(Free Cash Flow, 잉여현금흐름)도 1천억 원 안팎에 이를 정도로 현금흐름 또한 양호하다.보유한 현금의 규모(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가 3691억 원인데 차입금은 102억 원에 불과하다. 순차입금(차입금-현금)이 마이너스, 즉 순현금(차입금보다 현금이 더 많음) 구조를 가진 기업이다. 4113억 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주가는 어떨까. 지난 18일 기준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2650억 원이다. 시총이 순현금의 65%에 불과하다. PBR은 0.45배로, 1배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2025년 말 기준으로 대원산업이 보유한 투자주식, 투자부동산, 순현금을 다 합하면 439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회사 시트사업의 가치 즉 영업가치(EV)를 더하면 적정시총이 산출된다.주식시장에서 실제 이 회사의 시총은 2650억 원(3월18일 종가 기준)에 불과하다. 시장에서 인식하는 이 회사의 영업가치는 –1740억 원이라는 이야기다.VIP자산운용이 주주서한에서 저평가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저조한 배당을 꼽는다.이 회사의 최근 3년 배당성향(배당액/당기순이익)은 10%가 안 된다. 현금을 쌓아놓기만 할 뿐 주주환원에는 관심이 없는데 최근 2년간 배당성향은 5%~6%대에 불과하다.시장에서는 이렇게 저조한 배당의 배경에 승계 이슈가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3세 경영자로의 승계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속 증여세 부담을 덜기 위해 주가 누르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다.대원산업은 6개의 특수관계기업들로부터 매입거래를 많이 하고 있다. 특수관계기업들의 매출액에서 대원산업과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기준 63%~99%에 이른다. 대주주 일가는 특수관계기업 지분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VIP자산운용은 '이런 구조에서는 상장사의 이익이 전체 주주가 아닌 지배주주 일가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사회의 독립성 그리고 견제와 감시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하지만 사내이사 3명에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된 대원산업 이사회에 그러한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개정상법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선임 시 집중투표제를 실시해야 한다. 집중투표를 하면 대개 일반주주들이 원하는 인물이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자산 2조 원 미만인 대원산업에 집중투표제는 강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주들의 정당한 요구가 있으면 집중투표제를 실시해야 한다.그런데 이 회사는 지난 20일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배제한다는 정관개정안을 상정하여 통과시켰다. 이렇게 되면 주주들의 요구가 있어도 회사는 집중투표제를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VIP자산운용은 '경영권 분쟁 우려도 없는 기업이 단 1명의 일반주주측 이사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집중투표제 배제 정관개정안을 철회해달라는 VIP자산운용의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에 대한 이사회의 독립적 검토 현황과 관리방안을 주주들에게 공식 설명해 달라는 요구는 수용될까.현금활용계획과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해 달라는 요구는 수용될까.가능성이 낮아보인다. 그래서 PBR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서 머무를 것이다. 대주주의 마인드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김수헌MTN 기업&경영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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