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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레시피] '억만장자들의 벙커' '테이크 쉘터', 지구 종말을 대비해 피난처를 만드는 사람들
[CINE 레시피] '억만장자들의 벙커' '테이크 쉘터', 지구 종말을 대비해 피난처를 만드는 사람들
메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하와이 카우아이섬과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대규모 비밀 지하 공간을 꾸준히 구축하고 있다는 해외 뉴스가 있다.오픈AI 공동창업자나 링크트인 공동창업자 등도 지하 공간을 건설하고 종말 보험에 가입했다고 한다.최첨단 테크 기업가들이 유독 기후재난이나 핵전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인지 실은 최고 부유층들은 오래 전부터 해왔던 일인데 신흥 테크 재벌들이 그 대열에 합류한 것뿐인지 모르겠다.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에서도 감춰진 공간인 지하실이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는 진원지였다는 걸 떠올리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추론이다.넷플릭스 드라마 '억만장자들의 벙커'는 이런 추론을 그럴듯한 이야기로 풀어낸다.SF 스릴러 장르로 분류할 수 있는 이 스페인 8부작 드라마의 원제는 '핵 대피소'인데 영문과 한국어 제목은 보다 직관적인 '억만장자들의 벙커'로 바뀌었다.핵전쟁이 터져도 장기간 대피할 수 있는 값비싼 벙커를 구입한 초부유층들은 일촉즉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핵전쟁 발발 위기가 닥치자 비밀리에 벙커로 이동한다.그들은 회사나 지인들에게는 몇 주간 휴식이나 여행을 떠난다고 말하고 아무에게도 행선지를 알려주지 않아야 한다는 매뉴얼을 충실히 따른다.시작은 일반적인 지구 종말 재난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1부 끝 무렵 이 모든 것이 음모라는 것이 밝혀진다.미네르바를 대장으로 하는 벙커 운영진들이 몇 년 동안 공들여 지하시설을 만들고 억만장자 고객들을 모집했던 것이다.지하 1000피트 13층으로 마련된 대피 시설에서 억만장자 고객들은 파란색 슈트를 입고 벙커 운영진과 스태프를 주황색 슈트를 입고 생활한다.입주민 고객을 속이기 위해 지상에서 핵전쟁이 발발하는 가짜 영상을 틀어주고 벙커가 흔들리는 지진 현상도 조작한다.SF와 범죄 모의 서사가 결합된 '억만장자들의 벙커'의 중심에는 막장 가족 드라마가 작동하고 있다.이웃해 살고 있던 라파와 팔콘 가족은 벙커라는 좁은 공간에 갇히자 그동안 숨기고 억눌렀던 감정을 폭발시키고 비밀을 폭로한다.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고객과 스태프라는 위치에도 균열이 생기고 계층 갈등이 증폭된다.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장면들을 보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보다는 충분히 현실에서 구현 가능하다고 느껴진다. '테이크 쉘터'(제프 니콜스, 2011)는 지구 종말에 대한 묵시록적 비전을 다룬 미국 독립영화로 개봉 당시 상당히 호평 받았다.'억만장자들의 벙커'가 계급 갈등을 바탕으로 한 사회드라마 성격이 강하다면, '테이크 쉘터'는 한 남자의 악몽과 환영에 기초한 심리 스릴러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오하이오에 사는 평범한 가장 커티스(마이클 섀넌)는 어느 날부터 엄청난 폭풍이 몰아닥쳐 온 마을을 집어삼키는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증상이 점차 심해지면서 커티스는 앞마당에 방공호를 마련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마을 사람들, 회사 동료, 심지어 가족들까지도 커티스의 행동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그의 정신 상태를 의심한다.정신 상담을 받게 된 커티스는 그의 어머니도 그와 비슷한 정신 병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주위 사람들과 충돌하면서도 커티스는 방공호 짓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마침내 토네이도가 닥치지만 커티스의 악몽처럼 종말이 도래하지는 않았다.상당히 의미심장한 순간을 포착하며 마무리 되는 결말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인들이 느끼는 불안에 대한 알레고리라는 평가를 받았다.규모와 성격은 다르지만 '억만장자들의 벙커'나 '테이크 쉘터'의 대피소, 방공호는 모두 불안에서 기원한다.벙커를 살 경제력이 없거나 손수 방공호를 팔 무모함이 없을 뿐 묵시록적인 미래를 한 번쯤 상상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주어진 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이현경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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