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몸집 줄여 적자탈출 청신호, 이석구 '그룹 최장수 대표' 경영 솜씨 보인다

이석구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사진)가 올해 신세계디에프를 흑자로 되돌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석구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가 이끄는 신세계면세점에 올해 적자 탈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점포와 검증된 콘텐츠에 집중한 전략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세계그룹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는 이 대표가 신세계면세점 반등까지 이끈다면 위기마다 성과를 냈던 경영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이날까지 인천국제공항 DF2 권역에서 영업한 뒤 사업장을 철수한다. DF2는 주류·담배·향수·화장품을 취급하는 구역으로 이석구 대표가 신세계면세점의 수익성 중심 전략에 따라 지난해 말 정리하기로 결정한 대표 사업장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계기로 올해 신세계디에프의 연간 흑자전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장을 정리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줄고 손익 구조도 개선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는 백화점 사업뿐 아니라 신세계디에프,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주요 자회사의 실적도 함께 개선되고 있다”며 “특히 신세계디에프는 인천공항 DF2 권역 사업 철수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가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신세계디에프는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912억 원, 영업이익 113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7.5% 줄어드나 영업손익은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실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정리한 경쟁사의 사례도 있다. 신세계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인천국제공항 DF1 구역에서 철수한 신라면세점은 올해 1분기 면세사업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호텔신라의 면세(TR) 부문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8846억 원, 영업이익 12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7.0% 늘었고 영업손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이석구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내 역대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는 그는 면세사업에서도 외형보다 내실 강화에 무게를 두며 사업 구조 재편을 이끌고 있다.

대표 사례로 ‘테이스트 오브 신세계’를 꼽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명동점에서 운영 중인 식품 큐레이션존 ‘테이스트 오브 신세계’를 인천공항점으로 확대했다. 외형을 줄이는 대신 성장 가능성이 검증된 콘텐츠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당 공간은 단순한 식품 판매 코너를 넘어 한국 식문화와 웰니스 트렌드를 결합한 체험형 매장에 가깝다. 실제 명동점에서는 입점 브랜드 매출이 최대 30배 늘었고 방문객 수도 4배 증가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냈다. 이러한 흥행 공식을 공항으로 옮겨 외국인 수요를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신세계면세점 몸집 줄여 적자탈출 청신호, 이석구 '그룹 최장수 대표' 경영 솜씨 보인다

▲ 신세계면세점의 식품 큐레이션존 ‘테이스트 오브 신세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점. <신세계디에프>


인천공항점에는 라라스윗, 오쏘몰 등 건강식과 간편식을 포함해 30여 개 브랜드가 들어섰다. 출국 직전 쇼핑 수요와 K푸드 관심을 동시에 겨냥한 구성이다. 기존 화장품과 주류 중심의 면세점에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가격 중심의 기존 면세 쇼핑 구조에서 벗어나 명확한 구매 목적을 가진 ‘목적형 고객’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카테고리별 큐레이션을 강화한 전문관을 확대하고 성분, 효능, 브랜드 스토리 중심의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비효율 자산은 과감히 덜어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상징적 조치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DF2 구역 철수다.

신세계면세점은 27일 DF2 구역 영업을 종료한다. 해당 구역은 연간 약 4천억 원 매출을 올리던 핵심 사업장이지만 높은 임차료 구조 탓에 매출 확대가 이익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던 사업장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앞으로 시내면세점인 명동점과 인천국제공항 DF4(패션·부티크) 권역 등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핵심 점포에 역량을 집중한다. 지난해 1월 부산점 영업을 종료하고 11월 신세계디에프글로벌 법인을 청산하는 등 비용 절감도 일부 이뤄진 상태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DF4 권역 사업권 확보 이후 해당 구역을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 중심의 ‘럭셔리 패션 부티크 존’으로 구축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에르메스, 루이비통, 디올, 셀린느 등 주요 브랜드 부티크가 잇따라 들어서며 매출을 견인하고 있고 까르띠에 역시 향수 컬렉션 입점과 함께 매장을 리뉴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대표 부임 이후 신세계디에프의 수익성은 점차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993억 원, 영업이익 20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7.9% 늘었고 영업손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수익성 중심의 상품기획 재편과 비용 효율화 전략이 외형 성장과 내실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신세계디에프는 설명했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2024년 2분기 이후 6개 분기 만의 흑자전환이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흑자전환에 성공한다면 2023년 이후 3년 만에 적자 흐름을 끊게 된다.

이 대표는 1949년생으로 조선호텔, 스타벅스코리아, 신세계라이브쇼핑 등 신세계그룹 주요 계열사를 거치며 실적 반등을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소비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사업 모델에 반영하는 강점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를 살려 면세사업에서도 고객 수요 및 트렌드에 맞춘 콘텐츠 강화와 효율 경영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표가 직전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이사에 선임됐을 당시 트렌드 변화가 빠른 T커머스 업종 특성상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실적으로 이런 우려를 말끔히 지워낸 바 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 3283억 원, 영업이익 177억 원을 냈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15.6%, 영업이익은 34.2% 증가한 수치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기존의 점유율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고객 경험을 기반으로 한 ‘질적 성장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상품, 서비스, 고객 경험 전반의 구조적 업그레이드를 통해 ‘고객이 찾아오는 면세점’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