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차기 여신금융협회장 선출 레이스가 최종 후보자 선정이라는 마지막 단계를 앞둔 가운데 후보자들의 역량이 여신금융업계 표심을 움직일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경쟁 우위로 여겨졌던 ‘관료 출신’의 후보자가 없기 때문이다.

여신금융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격 뒤 수익성 개선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등 산적한 현안을 마주하고 있다. 차기 협회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운데 현장 이해도와 규제 전문성 강점을 앞세운 후보자들이 경쟁을 펼친다.
 
여신협회장 관 출신 없는 3파전, 이동철·박경훈 '현장경험' 윤창환 '규제전문성'

▲ (왼쪽부터) 이동철 전 KB국민카드 대표, 박경훈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윤창환 전 국회의장 정책수석이 차기 여신금융협회장 압축 후보군에 선정됐다.


5월27일 여신금융협회는 차기 회장 압축후보군(숏리스트)으로 박경훈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이동철 전 KB국민카드 대표, 윤창환 전 국회의장 정책수석 등 3인을 선정했다.

이번 여신금융협회장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관료 출신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여신금융협회장이 상근직으로 바뀐 2010년 뒤 처음이다.

그동안 여신금융협회장 자리는 대부분 관료 출신 인사들이 차지했다. 

2010년 상근직 전환 뒤 5명의 회장 가운데 민간 출신은 김덕수 전 KB국민카드 사장(2016년 6월~2019년 6월)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모두 관 출신 인사였다.

게다가 김덕수 전 사장이 선출됐던 2016년 선거 당시에도 관료 출신으로 분류되는 우주하 전 코스콤 사장이 후보로 나서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이례적으로 관 출신 후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정부 측에서 관 출신 인사들의 지원을 자제하라는 신호를 보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동안 유력한 당선 조건으로 여겨진 ‘관 출신’ 이력의 후보자가 사라진 가운데 후보들의 역량 경쟁에 보다 초점이 맞춰지는 모양새다.

민간 출신인 이동철 전 대표와 박경훈 전 대표의 강점으로는 ‘현장 경험’이 꼽힌다.

두 후보 모두 카드사와 캐피탈사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해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평가된다. 대표 재임 시절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낸 점도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이 전 대표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KB국민카드를 이끌며 간편결제 플랫폼 ‘KB페이’ 고도화, 태국 법인 ‘KB제이캐피탈’ 인수 등 성과를 남겼다.

박 전 대표는 2021년부터 2023년 1월까지 우리금융캐피탈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그룹 자동차금융 통합 플랫폼인 ‘우리원(WON)카’를 출시해 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우리금융캐피탈 순이익은 박 전 대표 취임 전인 2020년 590억 원에서 2022년 1833억 원으로 3배 넘게 늘었다.

이 전 대표와 박 전 대표는 각각 금융지주 임원을 거치며 금융권 전반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키워왔다는 공통점도 있다.
 
여신협회장 관 출신 없는 3파전, 이동철·박경훈 '현장경험' 윤창환 '규제전문성'

▲ 여신금융협회가 6월4일 차기 회장 최종후보자를 선정한다. <여신금융협회>


이 전 대표는 KB금융지주에서 전략기획부 상무, 전략총괄 부사장(CSO) 등을 거쳐 지주 부회장까지 역임했다. 

박 전 대표는 우리은행 상무, 우리금융지주 전략·재무총괄부사장(CFO)을 지낸 뒤 현재 한화저축은행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두 사람과 달리 윤창환 전 정책수석은 30여 년 동안 국회의장 정책수석으로 일하며 쌓은 ‘입법·규제 전문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회·정부 등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보유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금융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는다. 

윤 전 수석은 제21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AI정책 특보단장으로 활동했다. 현재 여신금융산업 3.0 AI·AX(인공지능전환) 전략센터장과 글로벌AI넥스트센터 최고경영자(CEO)를 겸직하고 있다.

녹록치 않은 여신금융업계 경영 환경을 고려하면 차기 여신금융협회장의 역할은 중요하다.

카드사들은 지속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라 비용 효율화와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는 스테이블코인 결제망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캐피털사 역시 자동차금융 경쟁 격화, 부동산 PF 부실화 여파 뒤 수익성 다각화 필요성이 커졌다

여신금융업계의 표심이 현장 이해도와 규제 전문성 사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다음 주 결정된다.

여신금융협회는 6월4일 제2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압축후보군 3인에 대한 면접을 진행한다. 이후 10여 명으로 구성된 회원사 대표들의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 1인을 선출한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