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실적 발표 앞두고 AI 공급망 리스크 부각,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증설 '태부족'

▲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기술 발전 속도를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관련 공급망이 따라잡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메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홍보용 사진. <메타>

[비즈니스포스트] 구글과 아마존, 메타 등 미국 주요 빅테크 업체들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인공지능(AI) 관련 공급망 차질 가능성이 중요한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인텔의 서버용 CPU, 메모리반도체가 일제히 품귀 현상을 겪는데다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과 규제 문제도 불거져 증설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각)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인공지능 시장이 공급망 관련 문제로 걸림돌을 만났다”며 하드웨어가 기술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며 반도체 연산 능력과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망 등 인프라 확대 속도는 상대적으로 늦다는 것이다.

구글과 아마존,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데이터센터 투자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데이터센터 증설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특성상 대량의 전력 및 수자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결국 투자 규제가 강화되는 사례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메인주 정부에서 최근 2027년 말까지 20메가와트(MW)를 넘는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된 사례가 대표적 예시로 제시됐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 내 다른 10개 주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고 전력 공급부족 및 전기요금 상승 리스크가 커지면서 이러한 사례는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전력기기나 서버 등 데이터센터 증설에 쓰이는 주요 인프라의 공급 부족 문제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관련 공급사들이 가파른 시장 성장에 대응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필수인 데이터센터 증설이 이러한 여러 걸림돌을 만나 늦어진다면 자연히 기술 발전 속도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공급 부족도 인공지능 관련 공급망에 큰 차질을 일으키고 있다는 조사기관 세미애널리시스의 분석을 전했다.

그동안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 부족은 주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발생했다. 단일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물량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빅테크 실적 발표 앞두고 AI 공급망 리스크 부각,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증설 '태부족'

▲ SK하이닉스 인공지능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홍보용 사진. < SK하이닉스 >

이러한 공급 부족 상황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D램과 낸드플래시 저장장치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로 확대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제조사가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큰 수혜를 보며 강력한 ‘특수’를 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HBM 공급 부족이 앞으로 최소 3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인텔이 주로 공급하는 서버용 CPU마저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사용자의 명령을 받고 수행하는 대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에이전틱 AI’로 진화하며 CPU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존 인공지능 모델에서 GPU 12개당 CPU 1개가 필요했지만 에이전틱 AI에는 GPU와 CPU가 동일하게 쓰여야 한다는 증권사 모간스탠리의 분석을 전했다.

고성능 서버용 CPU는 인텔과 AMD가 전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분야다. 따라서 엔비디아의 GPU와 마찬가지로 단기간에 공급이 크게 늘어나기 쉽지 않다.

이는 자연히 고사양 GPU와 CPU 위탁생산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TSMC의 반도체 파운드리 공급 차질 문제로도 이어진다.

이코노미스트는 “TSMC의 파운드리 생산 능력 부족은 오픈AI와 테슬라 등 여러 고객사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수요 대비 투자가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구글과 아마존,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는 4월 말 일제히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앞두고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 진행 상황과 관련한 설명이 제시될 공산이 크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증설 차질과 반도체 공급 부족 리스크가 최근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해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다소 부정적 전망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국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하락이나 관련 공급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공지능 공급망 차질의 근본적 문제는 빅테크 업체들의 투자 대비 공급망 관련 업체들의 투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기술 발전에는 수 개월, 공급망 증설에는 수 년이 걸리는 만큼 인공지능 열풍이 다소 힘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