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6년도 대외협력기금 개발도상국 차관 예산과 현대로템 수주 사업에 배당된 예산 현황. <차규근 의원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2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운용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대개도국 차관 예산 가운데 3900억 원이 현대로템 한 곳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EDCF 총예산은 약 2조3천억 원이며 개도국 차관사업 예산은 163개 사업, 총 1조6천억 원 규모다. 이 가운데 현대로템이 수주한 단 네 건의 사업이 3897억 원에 달해 전체 예산의 24%를 차지한다.
현대로템에 배정된 예산 규모는 중동과 중남미 지역의 전체 융자사업 예산을 합친 규모보다 약 2200억 원이 많다.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가 89개 사업 8235억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아프리카 46개 사업 6230억 원, 중동·CIS 17개 사업 1634억 원, 중남미 11개 사업 176억 원 수준이다.
특히 현대로템의 사업 네 건 가운데 세 건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EDCF 지원방침이 결정되고 차관공여계약(L/A, Loan Agreement)까지 체결됐다.
이집트 카이로 메트로 2·3호선 전동차 구매사업은 2022년 7월 정부지원방침 승인 후 2023년에 L/A가 체결됐고 모로코 교외선 철도차량 공급사업은 올해 1월 승인 후 2월에 L/A가 체결됐다.
또한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 차량 구매사업은 지난해 6월 정부지원방침 승인과 L/A 체결이 같은 달에 이뤄지는 등 이례적인 속도로 진행됐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차량 구매사업은 국제경쟁입찰 절차 없이 처음부터 현대로템을 염두에 둔 사실상의 수출금융 방식으로 추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차규근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3년 9월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우즈베키스탄 경제부총리를 만나 “한국기업 수주시 EDCF 지원이 가능하다"고 발언했는데 이는 정부지원 방침이 결정되기도 전의 일이다.
차규근 의원은 EDCF 예산이 본래 목적과 달리 어느 기업의 수주를 지원하는 데 활용된 것은 아닌지 정부 결정 과정을 조사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의원은 “EDCF는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기금임에도 지난 정부에서 특정 대기업의 수주를 지원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현대로템과 명태균 간 로비 정황이 이미 드러난 국내 사업을 넘어 해외수주로까지 이어진 것은 아닌지, 정부의 결정 과정이 적정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