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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유지보수 체계 변경 논의 본격화, 철도공사 철도공단 시각차 뚜렷

김남형 기자 knh@businesspost.co.kr 2023-05-08 17: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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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와 국회 등에서 철도 유지·보수 체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국가철도공단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004년부터 철도 운영은 한국철도공사가, 철도 건설은 국가철도공단이 맡는 '상하분리' 체제가 도입됐는데 완전한 체제 전환에 마침표를 찍을지 주목된다.
 
철도 유지보수 체계 변경 논의 본격화, 철도공사 철도공단 시각차 뚜렷
▲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이 철도 유지보수체제를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8일 철도업계 및 정관계에 따르면 하반기부터 20여 년 가까이 미뤄졌던 철도 구조개편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오봉역 사망사고를 비롯해 철도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 보스턴컨설팅 그룹에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용역 결과가 이르면 6월 확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토교통부 내부적으론 현재 한국철도공사가 맡고 있는 관제·시설유지보수 업무를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최근 국회에서는 한국철도공사만 유지보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8조의 단서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이 발의돼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됐다. 

국토교통부가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논의를 거쳐 유지보수, 관제를 포함한 철도안전체계 개편방안에 결론을 낸다면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 통과에도 힘이 실릴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이 개정되면 한국철도공사뿐만 아니라 국가철도공단 등 다른 기관도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할 수 있게 된다.

2004년 철도청이 해체되면서 철도 건설은 국가철도공단이 맡고 한국철도공사는 열차 운영을 담당했다. 열차(상)와 철로(하)를 나눈다는 의미에서 상하분리가 이뤄진 것인데 열차 운영사인 한국철도공사가 유지보수를 함께 맡아야 안전·효율이 높다는 판단 아래 그동안 한국철도공사가 철도시설 유지보수를 전담해왔다.

하지만 국내 철도산업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한국철도공사가 철도시설 유지보수를 전담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의견에 반론이 제기됐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6년 말 수서고속철도(SRT) 개통으로 새로운 고속철도 운송사업자인 에스알이 운영되고 있고 향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이 개통하면 더 많은 철도운송사업자의 등장이 예상된다"며 "향후 국가철도와 지방교통공사의 철도, 민자철도의 연계구간이 늘어날수록 안전하고 유기적 유지보수 체계를 갖출 필요성이 있으며 기존 한국철도공사의 철도시설 유지보수에 더해 추가적으로 정책적 대안을 검토할 시기"라고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선 최근의 빈번한 철도사고 이면에는 철로 유지보수 주체인 한국철도공사의 가혹한 철로 사용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실적으로 공공기관을 평가하다보니 한국철도공사로서는 최대한 열차를 많이 투입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철로 유지보수를 늘려야 하지만 가뜩이나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경영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유지보수비용을 아끼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철도공사가 안전설비설치비와 철도안전교육훈련비 등을 집행한 내역을 살펴보면 계획보다 예산을 적게 투입했다.

안전설비설치비는 2020년 계획대비 61%(144억 원), 2021년 85%(184억 원) 였으며 철도안전교육훈련비도 계획대비 예산집행이 2019년 13%(586억 원), 2020년 30%(240억 원), 2021년 83%(978억 원) 수준이었다.

철로 유지보수를 위해선 열차 운행을 멈춰야 하지만 한국철도공사가 이익을 내려면 철도 운행을 늘려야 해 상대적으로 유지보수시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도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가철도공단이 해마다 1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한국철도공사에 유지보수 비용으로 지급하지만 안전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조 원 가운데 70~80%가 인건비·경비로 쓰이는 구조다 보니 보수비를 늘리는 안전 투자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 사이에 유지보수 원가나 이력관리 공유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철도공단의 적극적 투자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국가철도공단은 철도 유지보수를 맡게 되면 설계·건설→유지보수→개량으로 이어지는 '시설의 기본 생애주기 관리'가 이뤄져 철도 안전사고를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작성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일부개정안 검토보고'를 보면 국가철도공단은 "현재 철도시설 유지보수 체계는 코레일이 국가철도 전 구간의 유지보수를 시행하는 체계로 다변화된 철도운영 환경에 부적합하다"며 "영업이익을 위한 운영기관이 타 운영기관 노선을 포함한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시행하도록 강제한 법적 제도로 비용이 소요되는 유지보수 업무 시행에 소홀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이 야기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철도공사는 해당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유지보수업무는 철도 운행선상에서 이뤄지는 작업으로 열차운행 등과 밀접히 관련돼 있어 효율적 업무추진을 위해 2004년 당시 본 법령에 명시된 사안"이라며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철도노조도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과 관련해 한국철도공사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철도노조는 4월24일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열차 안전을 위협하는 졸속적인 철산법 일부 개정안을 철회하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강릉선 KTX 탈선사고, 오송역 전차선 단전 사고 등은 모두 열차 상하 분리로 발생한 사고"라며 "2011년 철도안전위원회는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운행과 유지보수 업무를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철도 민영화를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철도노조는 "철도망과 철도정책은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주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협력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면 총력을 다해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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