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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동남아 교두보 인도네시아 부코핀, 이재근 '통 큰 승부수' 던진다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3-02-08 16: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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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그룹이 지난해 4분기 KB국민은행의 자회사인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에 발목이 잡혀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부코핀은행의 정상화를 위해 상반기 '대규모 유상증자'라는 통 큰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다.
 
KB금융 동남아 교두보 인도네시아 부코핀,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4202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근</a> '통 큰 승부수' 던진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2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KB국민은행 >

8일 증권업계 리포트를 종합하면 KB금융이 지난해 4분기 시장의 전망에 크게 못 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낸 데는 부코핀은행에서 발생한 대규모 충당금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에서 “KB금융은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추가 충당금으로 2022년 4분기 시장 전망치를 45% 하회하는 부진한 실적을 냈다”며 “해외 자회사 손실에 따른 부진한 실적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도 “KB금융이 4분기 시장 전망치를 대폭 하회하는 실적을 낸 주요 배경에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이 있다”고 바라봤다.

KB금융은 지난해 4분기에 부코핀은행과 관련해 충당금 3820억 원을 추가로 설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4분기 전체 순이익 3854억 원과 맞먹는 규모다.

KB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의 지분 6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부코핀은행의 경영 정상화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부코핀은행은 KB국민은행이 연결기준으로 실적을 인식하고 있는 100개가 넘는 국내외 종속회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부코핀은행은 현재 KB금융의 전체 실적은 물론이고 지배구조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코핀은행 인수를 ‘투자실패’로 규정하고 한국수출은행에서 오랜 기간 일한 해외사업 전문가를 사외이사후보로 추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행장이 부코핀은행 정상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통 큰 승부수가 통할지 주목된다.

KB국민은행은 4월 부코핀은행에 6400억 원 규모의 추가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2018년 7월 첫 지분 인수 이후 지금껏 4년 넘게 지분 확보를 위해 투자한 8천억 원의 80%가량을 한 번에 쏟아 붓는 것이다.

이 행장이 2022년 1월 행장에 오른 뒤 부코핀은행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임 뒤 첫 유상증자부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이전 부실과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고 볼 수 있다.

부코핀은행은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영업환경이 개선된 만큼 경영 정상화를 위한 대내외 여건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부코핀은행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은행종합건전성등급(RBBR) 평가에서 등급이 상향 조정돼 상품 라인업을 확장하는 동시에 디지털뱅킹서비스 등 신사업을 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이 행장의 노력과 별개로 한국정부 차원의 지원도 인도네시아사업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3일 간디 술리스티얀토 인도네시아 대사를 만나 양국 간 금융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규제가 강한 허가산업인 만큼 각국 정부 차원에서 협력이 강화하면 직접 사업을 진행하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행정절차 등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행장은 KB국민은행장에 오른 지 이제 1년이 된 만큼 당분간 부코핀은행의 정상화 과정을 이끌 가능성이 커 보인다. KB국민은행은 2001년 주택은행과 합병 이후 은행장들이 대부분 3년 이상 자리를 지켰다.
 
KB금융 동남아 교두보 인도네시아 부코핀,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4202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근</a> '통 큰 승부수' 던진다
▲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 모습. < KB국민은행 >

이 행장이 부코핀은행의 정상화를 이끈다면 그룹 내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코핀은행 정상화는 KB국민은행의 실적 개선뿐 아니라 KB금융 전체의 해외사업 확대 측면에서도 주요한 변수로 꼽힌다.

인도네시아는 KB금융의 동남아 금융시장 개척을 위한 핵심기지다. 현재 국민은행과 KB증권, KB손해보험, KB캐피탈, KB국민카드, KB데이타시스템 등 6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는데 부코핀은행이 시너지의 중심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KB금융이 위험성을 알고도 부코핀은행을 인수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영호 KB금융 재무총괄(CFO) 부사장은 전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KB금융은 인도네시아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소형은행을 인수하는 타사와 달리 부실은행임을 알고도 중상위권은행인 부코핀은행을 인수해 현지시장에 진출하는 차별화한 전략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현재 부코핀은행의 정상화 시기를 애초 인수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2~3년 늦은 2025~2026년으로 보고 있다.

조남훈 KB금융 글로벌전략담당 전무는 전날 실적발표에서 “부코핀은행은 2025년 정도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며 “2026년부터 ROE(자기자본이익률)를 까먹지 않는 선에서 그룹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정상화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1월 신년사에서 “글로벌부문은 은행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10년 대계’라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일관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며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도 모든 구성원들이 경영 정상화에 한마음으로 매진하고 있는 만큼 새해에는 좋은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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