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의 거센 압박에 결국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 도전을 포기하기로 했다. 다만 향후 라임펀드 사태 관련 징계취소 행정소송에는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손 회장이 연임에 나서지 않기로 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고려할 차기 회장 후보 롱리스트에서 제외됐다.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 도전은 포기했지만 명예회복을 위해 라임펀드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
손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이사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완전 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거취를 두고 오래 고민한 점을 들어 연임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손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다가올 금융업계의 위기를 돌파해 기회를 맞이하자고 말하기도 했었다.
손 회장은 2023년 우리금융지주의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위한 투자결정과 향후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위한 매물을 찾는 등 우리금융지주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왔었다. 이번 용퇴 결정이 어려웠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어진 압박에 용퇴를 결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우리금융지주가 라임펀드 사태 징계를 두고 소송 대응을 논의하는 점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손 회장에게 거취를 두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손 회장이 연임에 나서지 않으며 2018년 12월부터 이어온 임기를 2022년 사업연도에 관한 정기 주주총회일인 올해 3월 말로 마치게 됐다.
금융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에서는 물러나지만 라임펀드 사태에 관한 금융감독원 ‘문책경고’를 두고는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바라본다.
라임펀드 사태는 2019년 7월 펀드회사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는 방법으로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어나며 펀드런(대규모 환매) 위기에 몰리자 결국 펀드 환매 중단이 벌어진 사건을 말한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손 회장에게 우리은행이 라임펀드를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한 책임’을 물어 2021년 4월 제재심에서 문책경고 상당의 제재를 내렸다.
손 회장은 앞서 파생결합상품(DLF) 관련 징계 취소소송에서 승소한 사례가 있어 라임펀드 사태에서도 유리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여겨진다.
금융감독원은 2019년 파생결합펀드 판매에서도 ‘그 위험성을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서 문책경고 징계를 내렸었다.
이에 손 회장은 문책경고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12월15일 대법원으로부터 취소 판결을 받아냈다.
손 회장이 고객에게 펀드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징계를 받은 사실이 파생결합상품과 라임펀드 사태가 유사해 같은 법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생결합상품 문책경고가 행정소송을 통해 취소된 만큼 라임펀드 사태에 관한 문책경고도 행정소송을 통해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회장 개인으로서는 행정소송에 나서지 않게 되면 불이익이 클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사 임원에게 내리는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뉘는데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돼 3~5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손 회장이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길게는 2028년 3월까지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되는 셈이다.
다만 금융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라임펀드 사태를 두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앞서 신한금융지주가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회장 후보로 추천하며 라임펀드 사태에 관한 선 긋기와 반성의 의미가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손 회장이 라임펀드 사태에 관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마치 그것이 라임펀드 사태에 관한 반성을 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우리금융지주는 18일 임추위를 열고 약 10명의 1차 후보군을 뽑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27일 후보군을 2~3명으로 추려 2월 단독 회장 후보를 추천할 계획을 세웠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