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해양학 분야에서 저명한 학자다. 김 교수의 논문은 피인용 횟수가 세계 10위 권인 6600회를 웃돌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블루카본사업단 단장으로서 한국의 갯벌을 국제사회로부터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탄소배출을 줄이기만 해서 탄소중립을 이루려 한다면 당장 사용하고 있는 전등, 컴퓨터부터 꺼야 한다. 극단적으로 보면 인류의 생활을 다시 원시시대로 돌리자는 것이다.”
김종성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1월25일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난 자리에서 “갯벌과 같은 새로운 탄소중립 흡수원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탄소의 흡수는 숲과 같은 육지에서는 물론 바다와 같은 해양환경에서도 발생한다. 지구에서 해양이 차지하는 면적과 생물 다양성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육지보다 해양에 더욱 무한한 탄소중립 해법이 잠재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김 교수는 논문의 피인용 횟수가 세계 10위 권인 6600회를 웃돌고 2007년 이후 세계 3대 인명사전에 18회 등재됐을 정도로 해양학 분야에서 저명한 인사다.
2021년에는 세계 최초로 비식생 갯벌의 탄소흡수 메커니즘 및 흡수량 등을 밝혀냈고 현재는 ‘블루카본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블루카본사업단은 2022년에 서울대 국가지원연구센터로 지정돼 해양수산부의 지원으로 ‘블루카본 기반 기후변화 적응형 해안조성 기술개발’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갯벌’을 국제사회로부터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게 하기 위한 연구는 블루카본사업단의 주요 과제다.
- 블루카본은 해양에서의 탄소흡수원이란 뜻이다. 아직 대중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이다.
“탄소흡수의 개념은 ‘저장’이다. ‘저장’은 ‘흡수’와 ‘침적’의 합을 말한다.
그린카본(육지에서의 탄소흡수원) 관련해 나무를 예로 들면, 나무는 자라면서 탄소를 흡수하고 죽으면 사체로 침적이 된다.
나무의 잔해는 오래 남아 계속 탄소를 붙들어 둘 수도 있으나 미생물 등을 통해 분해가 되면 다시 탄소가 자연으로 배출된다. 흡수의 측면이 사실상 나무의 탄소흡수 과정에서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바다에서는 생물의 잔해가 90% 정도는 미생물이 분해하지 못하고 그대로 침적된다.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까지도 침적이 꾸준히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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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카본이 더 나은 부분은?
"그린카본과 비교해 블루카본은 속도와 지속성 등 측면에서 더욱 효율적이다.
소나무를 기준으로 보면 10년 정도는 자라야 성장이 빨라지면서 탄소 흡수량이 늘어난다. 그리고 사람이 노화하는 것처럼 소나무도 30~40년이 지나면 탄소 흡수량도 크게 줄어든다.
반면 갈대와 같은 수생식물을 보면 소나무와 비교해 빨리 자라고, 다 자라면 베어낸 뒤 새로 조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 등에서 효율이 훨씬 높다.
육상에서 산불이 발생하는 것과 같이 탄소흡수원이 파괴될 위험도 해양환경에서는 훨씬 적다.”
▲ 김종성 교수는 2021년에 세계 최초로 비식생 갯벌의 탄소 흡수 메커니즘 및 흡수량 등을 밝혀냈다. 김 교수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갯벌의 블루카본 인정을 위한 과학적 근거가 쌓여가고 있으며 국내 블루카본사업이 2단계로 이어질 수 있게 됐다. 사진은 김 교수가 국내 비식생 갯벌의 탄소 흡수량 및 저장량을 조사한 결과. <해양수산부> |
- 블루카본사업단이 올해 출범해 첫해 활동을 마무리해 간다. 첫해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본다.
정부의 블루카본 관련 사업은 블루카본사업단 출범에 앞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1단계 사업이 진행됐다.
1단계 사업을 수행하면서 전국적으로 갯벌을 통한 탄소의 침적량, 흡수량 등을 밝혀내 국제사회에 알렸다.
블루카본 사업은 1단계에서 끝날 수도 있는 사업이었으나 1단계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양수산부와 소통을 거쳐 블루카본사업단 출범 등 2단계 사업이 시작될 수 있었다.
2단계 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갯벌의 블루카본 국제인증이다. 인증은 국제기구가 하는 것이고 우리의 역할은 국제기구가 인증을 할 수 있도록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의제화하는 일이다.
올해 갯벌의 블루카본 인증을 위한 과학적 근거 제시를 목적으로 올해 착실하게 조사를 수행했고 논문 등 연구성과도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새로운 블루탄소 발굴을 위한 연구가 진행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갯벌은 이미 새로운 블루카본의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굴패각, 대륙붕 저서퇴적물, 플랑크톤, 해조류, 산호 등도 새로운 블루카본으로 검토되고 있는데 이들과 관련해서는 아직 세계적으로도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
올해 블루카본사업단에서는 굴패각 등을 대상으로 문헌 조사를 비롯해 현장조사, 실험 등을 수행하면서 접근을 시작했다.”
- 내년 블루카본사업단의 활동은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지?
“2단계 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국제적으로 갯벌의 블루카본 인증인 만큼 착실하게 조사, 연구를 이어가야 한다.
2단계 사업이 진행될 5개년을 2022~2024년과 2025~2026년으로 나눠 앞으로 3년 동안은 전국적으로 연구지역을 기존의 2배로 늘려서 조사할 계획을 세웠다.
굴패각 등 신규 블루카본 관련해서도 연구결과가 더 나와야 한다.
1단계 사업에서 갯벌의 탄소흡수 메커니즘, 실제 탄소흡수량 등을 밝혀냈듯 2단계 사업을 통해 굴패각 등을 대상으로 같은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다.”
▲ 김종성 서울대 교수가 11월25일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블루카본사업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갯벌을 블루카본으로 인정하는 것은 결국 국제사회의 합의인 만큼 외국의 정부, 연구기관 등과 소통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블루카본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이하 IPCC) △IPCC 부속 기구로 각 국가에서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검증하는 기구인 ‘TFI(Task Force on National Greenhouse Gas Inventories)’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과학자문기구인 삽스타(SBSTA) 등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 최종적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김 교수는 국제사회와 소통을 위해 올해 11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도 직접 다녀왔다.
- 갯벌의 블루카본 인정을 위해 이번 COP27에도 직접 참석했다. COP27 방문에서 활동과 성과는?
“권봉오 군산대 교수, 김승도 한림대 교수, 유연철 유엔글로벌콤백트 한국협회 사무총장 등 블루카본 관련 연구진과 함께 이회성 IPCC 의장을 만났다.
이 의장은 내년 IPCC 총회에서 ‘IPCC 6차 보고서’ 승인이 끝날 때까지 임기가 남아있다.
이 의장의 남은 임기 동안에 진행될 IPCC 행사에 우리가 참여해서 갯벌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IPCC 부속기구인 TFI의 키요토 다나베 공동 의장도 만났다.
다나베 공동 의장은 한국의 갯벌이 국제사회에서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기 전이라도 한국 내에서 갯벌을 국가 온실가스 통계에 포함하는 등 사전 준비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한국의 갯벌을 블루카본으로 인정하는 데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어떤가?
“분위기는 좋다. 캐나다, 호주, 중국 등 국가 차원에서 갯벌을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움직이는 나라와 여기에 호응하는 나라가 생기고 있다.
갯벌 탄소흡수량 등을 국가 단위 연구를 통해 제시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지만 이후 다른 국가에서도 갯벌의 블루카본으로서 잠재력을 밝히는 논문이나 연구 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갯벌과 관련된 여러 나라의 연구 성과가 계속 모아진다면 국제사회에서 ‘갯벌을 블루카본으로 포함할 수 있겠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의 학자들로부터 꾸준히 블루카본으로서 갯벌을 연구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그러나 염습지가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은 과정을 고려해 보면 갯벌도 단기간에 블루카본으로 인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연구자료 축적, IPCC 가이드라인 등 고려하면 2030년 초에나 가능할 것이다.”
갯벌의 블루카본 인정을 위해 국제사회를 설득하려면 국내에서 먼저 법적, 제도적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춰 놓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블루카본’이라는 단어 자체가 국제자연연맹(IUCN)이 2009년에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처음 언급됐다. 그린카본과 비교하면 상당히 늦은 시점에 논의가 시작된 셈이다.
국내에서도 산림 분야의 탄소흡수원 관련해서는 2013년에 ‘탄소흡수원 유지 및 증진에 관한 법률’이 이미 제정돼 있으나 블루카본 관련 법령은 이제 연구가 진행되는 단계다.
- 블루카본과 관련 아직 국내의 법령이나 정책적, 제도적 측면에서 미비한 점이 많다. 제언이 있다면?
“현행 법령이 블루카본을 충분히 다루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미 연구진과 해양수산부 사이에 블루카본 법안과 관련해 많은 논의가 이뤄졌고 어느 정도 조율도 마친 상태다.
법령 외에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정부기관 사이에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환경부, 기상청 등 유관 기관이 ‘원팀’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나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상호 박소망 기자
[편집자주]
녹색 성장, 녹색 금융, 녹색 기술.
탄소중립을 실현을 위한 움직임에는 대부분 ‘녹색’ 혹은 ‘그린’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만큼 나무와 숲이 띄는 녹색 빛깔은 우리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추진의 대표적 이미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해양수산부는 28일 기아차와 ‘블루카본 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탄소중립을 위해 갯벌 복원, 바다숲 조성 등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이들은 왜 나무를 심지 않고 갯벌을 복원할까? 왜 '그린'이 아니라 '블루'를 선택했을까?
세계는 이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중요한 탄소 흡수원으로 바다를 주목하고 있다.
육지 면적의 두 배가 넘는 영역이자 생명의 근원인 바다에서 일어나는 탄소의 교환은 인류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블루카본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탄소중립, 이제는 블루카본](1) 기아가 갯벌을 복원하는 까닭, 새로운 탄소저장소
[탄소중립, 이제는 블루카본](2) 바다에도 탄소흡수원법 필요하다
[탄소중립, 이제는 블루카본](3) 서울대 교수 김종성 "해양은 강력한 탄소흡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