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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로 소환된 외환은행, 하나은행 간판에 아직 KEB가 붙어있는 이유는

차화영 기자 chy@businesspost.co.kr 2022-09-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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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로 소환된 외환은행, 하나은행 간판에 아직 KEB가 붙어있는 이유는
▲ 4일 서울 시내에서 ‘KEB하나은행’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하나은행 테헤란로지점과 선릉역지점. 불과 500m 떨어져 있는 두 지점은 서로 다른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테헤란로지점은 '하나은행'을 달고 선릉역지점은 ‘KEB’가 들어간 'KEB하나은행'이라는 예전 간판을 아직 달고 있다.

하나은행이 이름을 ‘KEB하나은행’에서 ‘하나은행’으로 바꾼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는데 왜 ‘KEB하나은행’ 간판은 계속 남아있는 것일까.

KEB는 'Korea Exchange Bank'의 약자로 한국외환은행을 뜻한다. 

최근 정부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10년에 걸친 국제투자분쟁(ISDS)의 판정이 나오면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하나은행에 매각했던 과정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때 KEB가 하나은행 앞에 붙었다.

4일 서울 시내에 있는 하나은행 영업점을 둘러보면 선릉역지점, 63빌딩지점, 돈암점, 노원점, 하계역점 등 여전히 ‘KEB하나은행’ 간판을 달고 있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은행들이 다른 업종과 비교해 유독 브랜드 관리에 민감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간판을 빠르게 바꿔 달지 않은 점에 물음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금융사는 다른 업종과 비교해 브랜드 의존도가 특히 높다. 판매하는 상품에서 차이가 크게 나지 않다 보니 브랜드 경쟁력이 곧 회사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금융사들이 회사 이름을 바꾸고 간판을 빠르게 바꿔 달면서 한때 금융권 간판 교체사업은 ‘간판업계의 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와 달리 하나은행의 간판 교체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를 알려면 하나은행의 사명 변천사부터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2015년 9월 외환은행과 통합하면서 ‘KEB하나은행’으로 다시 태어났고 4년 5개월이 지난 뒤 2020년 2월에 다시 본래 이름인 하나은행으로 돌아왔다. 

채 5년이 되지 않는 사이에 이름이 두 번이나 바뀐 것이다. 

하나은행이 이름을 바꾼 이유는 두 번 모두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회사 이름을 두 번이나 바꾸면서 간판 교체작업에 따른 비용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영업점의 간판 교체작업에는 수백억 원 단위의 돈이 들어가는데 잇따라 큰 비용을 지출하게 되면 아무래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하나은행은 2015년 9월 외환은행과 통합한 뒤 2016년 7월부터 간판 교체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는데 이때 외환은행뿐만 아니라 기존 하나은행 등 모두 900여 곳 지점의 간판을 모두 바꿔 달면서 250억 원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2월 하나은행으로 다시 이름을 바꾸면서는 또 비슷한 규모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하나은행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간판 교체비용은 영업점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부담하며 어떤 영업점의 간판을 먼저 바꿀지 우선순위도 회사 차원에서 결정된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 통합할 때 외환은행 직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 외환은행을 상징하는 ‘KEB’를 이름에 붙여야 했다.

하나은행이 옛 외환은행 노조와 맺은 ‘합병관련 합의서’에도 회사 이름에 ‘외환’이나 ‘KEB’를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은행이 이름에서 ‘KEB’를 다시 뺄 때는 우선 외환은행과 통합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 돼 안정화 된 점이 고려됐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들이 회사 이름을 발음하기가 어렵고 KB국민은행과 영문 발음이 혼동되는 점(영문 이니셜이 ‘케이이비’, ‘케이비’로 유사하다) 등 때문에 사명 변경을 추진하게 됐다고 당시 하나은행은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을 뜻하는 KEB가 영업점 간판에 계속 남아있는 곳이 많아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왔다. 

우선 과거 외환은행 지점이었던 곳에서는 'KEB' 마저 떼어 내는 게 쉽지 않았을 수 있다는 말이 금융권 일각에서 나왔다.

노조는 2020년 2월 'KEB'를 삭제하는 사명 변경에 거세게 반발했으며 아직까지도 노조의 공식 지부명은 'KEB하나은행'으로 'KEB'가 살아있기도 하다.

이와 달리 디지털 환경이 꾸려지고 은행들의 영업 방식이 변화하면서 영업점이 통폐합되거나 폐쇄되는 일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몇몇 지점은 굳이 간판을 바꿔 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금융권에서 나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간판 교체작업은 노후화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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