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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잠룡 김동연, 윤석열정부와 '1기 신도시' 대립각 세우며 존재감 부각

임도영 기자 doyoung@businesspost.co.kr 2022-08-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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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잠룡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915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동연</a>,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27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윤석열</a>정부와 '1기 신도시' 대립각 세우며 존재감 부각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기 신도시 재정비 관련 행보를 확대하며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왼쪽)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오른쪽).
[비즈니스포스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기 신도시 재정비 관련 행보를 확대하며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웠다.

김 지사는 공약 후퇴 논란을 일으킨 윤석열 정부에 공세를 이어가면서 민주당의 지원을 받아 야권 내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28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1기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한 조직을 마련해 도내 주요 현안인 1기 신도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9월까지 도지사 직속 민간 전문가 자문단을 만들어 중장기적 재정비 정책 설계 등 조언을 받고 1기 신도시 재정비 추진위원회와 시민협치위원회도 결성한다.

추진위원회는 1기 신도시인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부천 중동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등 5곳 시장과 시도의원,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되며 협치위원회는 5개 도시 시민 20명씩 총 100명이 참여한다.

올해 말까지 설문조사와 현장점검 등을 통한 노후화 현황 실태조사도 진행한다. 경기도는 조사 결과가 국토교통부의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할 방침을 세웠다.

김 지사가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둘러싸고 난타전을 벌인 뒤 경기도 차원에서 독자적 행보를 본격화한 것이다.

김 지사는 지난 대선에 출마했다가 막판에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뤘다. 이후 지방선거에서 극적인 승리로 경기도지사에 오르면서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 중 하나로 떠올랐다.

다만 아직 전국적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은데 가구수 30만 호에 수용 인구만 110만여 명에 이르는 1기 신도시 현안에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으로서 정치적 위상을 다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지사는 19일 페이스북에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2024년에나 수립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공약파기다”며 “정부와 별개로 경기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적었다.

국토부는 최근 발표한 ‘8·16 대책’을 통해 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해 올해 하반기 연구용역을 거쳐 2024년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신속히 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구체적 계획조차 2년 뒤에야 나온다는 발표에 1기 신도시 일부 주민들을 중심으로 민심이 싸늘한 상태다.

1기 신도시 지역은 분당을 제외하면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의 공약이 표를 얻기 위한 미끼였고 1기 신도시 공약 후퇴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김 지사가 공약파기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자 원 장관은 반대로 김 지사를 공격했다.

원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기도지사는 1기 신도시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도시정비 기본계획수립, 지구지정, 안전진단실시, 조합설립인가, 사업계획인가, 준공처리 등 모두 5개 신도시 시장의 전적 권한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 일부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틈을 타 경기도가 해주겠다는 식으로 혼란을 가중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정치 그렇게 하지마시라”고 덧붙였다.

원 장관은 1기 신도시 정책 후퇴가 빚어진 이유로 가장 먼저 이주 대책 마련 문제를 들고 있다. 재정비 지역 주민들이 이주할 수 있는 전셋집이 5개 신도시 주변에 마련되지 않아 자칫 수도권 전세 값 폭등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1기 신도시 5곳의 아파트 가구 수를 모두 합하면 약 30만 가구 규모로 서울 강남·서초·송파 강남3구를 합친 물량에 육박한다”며 “지난해 서울 반포주공아파트 4천 가구 재건축이 시작되면서 강남3구뿐 아니라 과천시와 동작구에서도 전세대란이 일어났는데 30만 가구를 재건축하려면 이주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문제도 들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1기 신도시 역세권 등에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여 50층 안팎의 고층 개발로 공급을 확대해 10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내놨고 이는 취임 뒤 ‘11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용적률이 올라가면 그만큼 아파트의 자산 가치가 커지게 된다. 해당 내용이 발표된 뒤 4월 분당의 일부 아파트가 단번에 수억 원이 오를 정도로 공약 파급력은 컸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바람과 달리 원 장관은 당선 이후 ‘500% 용적률 희망’에 선을 그었다.

원 장관은 “어느 특정 지역에 용적률을 통으로 500%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형평성 문제를 꺼냈다. 목동·상계 등 서울, 인천 연수지구, 부산 해운대, 대전 둔산신도시 등 전국 각지 신시가지 등에 추진되는 재건축 사업과 형평성 문제로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용적률 공약 후퇴로 재정비 사업성이 크게 낮아 1기 신도시 재정비 메리트가 위축됐다. 1기 신도시 용적률은 169~226%에 이르는데 현행법상 2종 주거지역의 최대 용적률은 250%다. 1기 신도시 아파트 다수가 이미 허용 가능한 용적률을 대부분 소진한 상태인 셈이다. 

원 장관은 이에 따라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 이주대책 등 계획 수립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 지사가 경기도 차원의 독자 행보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유로 보이는 대목이다. 국토부가 태도를 바꾸기 어려운 만큼 김 지사의 적극성이 더욱 돋보일 수 있다.

김 지사는 원 장관의 반박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1기 신도시 문제에 도의 권한이 제한적이라고 해서 도지사가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다"며 "도민 삶을 위한 일이라면 경기도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1기 신도시 문제에 계속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도 김 지사를 위한 측면 지원에 나섰다. 여소야대 국면을 활용해 국회 입법으로 김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모습이 나타난다.

최근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25일 기존에 국토부 장관 고시에 따르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정하도록 변경하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김 지사가 재건축 사업 추진에 관여할 여지가 늘어난다.

김 지사는 지난 6월 경기지사 선거 때부터 다수 야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강점을 강조해왔다.

그는 5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김동연TV’에서 ‘경기도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면서 “입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수당인 민주당이어야 특별법 제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당시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국회의원 시절 발의했던 관련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민주당은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이광재 후보를 위해 강원도의 숙원사업이었던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신속히 지원했던 바 있다.

원 장관은 현재 민주당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입법 과제들을 세워둔 상태다.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용적률 공약 후퇴 실망을 만회하기 위해 인수위 시절 특별법 제정을 통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란 재건축 사업기간 발생한 초과이익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제도다. 

또 용적률 후퇴로 일각에서는 정비사업에서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유리하다는 점에서 리모델링 규제를 완화하는 ‘리모델링 특별법’을 제정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4월 이학영·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4월 발의한 ‘공동주택 리모델링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김 지사의 최근 적극적 행보를 두고 관료 출신인 그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만회할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내면서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해 부동산 임대차 3법 등 경제정책을 이끈 책임자였다.

김 지사는 24일 성남 분당에 이어 26일 고양 일산 1기 신도시 지역을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김 지사는26일 31년 된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의 한 아파트 단지를 둘러본 뒤 “집 안팎의 누수와 천장 침하, 벽체 균열, 가구당 0.5대도 안 되는 주차장 등이 모두 열악한 수준”이라며 “1기 신도시의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생존권과 생활 편익권을 상당히 침해받고 있어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와 경기도가 문제를 제기해서 공론화가 되고 속도가 붙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정부와 경기도, 1기 신도시 지자체와 힘을 합쳐 빠른 시기에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임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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