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숨죽였던 인재 수요가 대유행 2년차에 접어들면서 활짝 기지개를 켰다.

임원이나 전문직 채용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력직 채용 때 필수절차로 자리잡은 평판조회(Reference Check) 수요도 늘고 있다.
 
헤드헌팅회사 평판조회가 바뀐다, 후보자 검증 차원 넘어 사전평가로

▲ 배영 커리어케어 씨렌즈센터장(왼쪽)과 김주연 상무.


헤드헌팅회사에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중견기업과 벤처기업, 공공기관의 평판조회 의뢰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컨설팅회사 G. H. Smart & Company의 CEO 제프 스마트는 조사결과 '사람을 한 명 잘못 채용했을 때 기업은 직간접적 경비와 생산성 감소로 연봉의 15배 손실을 본다'고 밝혔다.

인재검증 강화는 경영 손실방지 효과가 크다. 서류평가와 면접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요즈음 인재 채용에서는 인적성검사나 모의과제해결, 프리젠테이션 등 다양한 도구들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평판조회만큼 후보자의 역량을 사실에 가깝게 파악할 수 있는 도구는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면접기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과거의 업무 경험과 전문성을 속속들이 파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평판조회와 종합 인재검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리어케어의 씨렌즈(C•Lens)센터 컨설턴트들에게 평판조회 시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자리에는 배영 전무(씨렌즈센터장), 김주연 상무, 조묘경 상무, 최선희 상무, 박수진 수석 컨설턴트가 참석했다. 

- 2021년 평판조회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나?

배영 전무(씨렌즈센터장): 불과 몇 년 사이에 평판조회의 필요성을 놓고 기업의 인식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 그동안 평판조회는 일부 대기업에서 주로 임원급 영입에만 활용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물론 심지어 실무 직원을 채용할 때도 평판조회로 검증하고 있다. 

김주연 상무: 기업과 개인 모두 평판조회를 이용해 본 경험이 쌓이면서 평판조회의 효과와 활용방법을 알아가는 것 같다. 기업은 면접 합격자의 채용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데 주로 활용했다면 이제는 경쟁후보에게 모두 적용해 기업의 색깔에 맞는 후보자를 판별하는 데까지 활용범위가 넓어졌다. 개인은 자신의 장점만 언급할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면모를 입사 희망 기업에 입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사람들을 평판조회 조회처로 지정해 자신을 알리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최선희 상무: 우리 사회에 평판조회 문화가 자리 잡아가면서 평판조회 요구에 응하는 조회처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자기가 후보자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평가하는 내용이 곧 자신의 평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후보자가 지정한 조회처들은 주로 후보자의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말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런 경향이 완화하고 있다. 

- 인재 채용에 평판조회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의 인식은 어떤가?

배 전무: 한 마디로 평판조회의 의존도와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 채용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경력과 업무 전문성 검증은 기본일 뿐이다. 후보자의 인성, 리더십, 조직 적응력에 대한 밀도 있는 조회를 통해 입사한 뒤 어떤 부분을 회사 입장에서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할지 판단하고 있다. 후보자가 조직에 빠르게 안착하고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리 고민할 수 있는 귀한 단서로 사용되다 보니 많은 기업들이 수준 높은 평판조회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조묘경 상무: 기업들이 점점 더 임원 후보의 평판조회를 중요하게 여기고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다. 예전에는 최종 채용후보를 내정한 뒤 마지막으로 결격사유가 없는지 체크했다면 최근에는 여러 후보의 평판을 먼저 체크해 그 자리에 어울리는 품성과 리더십을 보유한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검토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결격사유 체크보다 직무 적합성에 더 중점을 두고 평판조회를 진행한다. 서류나 인터뷰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한 인성 측면이나 조직융화를 평판조회를 통해 파악함으로써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김 상무: 기업들도 평판조회를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은지 고민하면서 상황에 맞게 활용하고 있다. 첫째, 평판조회를 통해 파악하려는 항목들이 많아졌다. 직무나 직급에 따라 중요하게 파악해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파악한 전문성은 간략한 사실관계 확인만 하고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필요한 업무와 협업 스타일, 인성 등을 중점적으로 파악하려고 한다. 둘째, 수준 높은 평판조회 보고서는 컨설팅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 비용이 좀 들더라도 전문 컨설턴트들이 진행하는 심층적 평판조회 서비스를 원한다. 후보자의 능력이 다소 부족하거나 경력이 포지션에 적합하지 않더라도 채용하려고 할 때 평판조회를 통해 얻은 정보를 중요하게 취급한다.

최 상무: 평판조회가 기본적 경력검증 차원을 넘어 종합적 평가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평판조회를 통해 후보자의 도덕성이나 성과를 검증하는 것에 더해 후보자가 조직과 얼마나 잘 융화될 수 있는지 그리고 직무에 적합한 역량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싶어 한다. 
 
헤드헌팅회사 평판조회가 바뀐다, 후보자 검증 차원 넘어 사전평가로

▲ (왼쪽부터)조묘경 상무, 최선희 상무, 박수진 수석.


- 평판조회를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배 전무: 공정성과 신뢰성이다. 한 사람의 인생과 한 기업의 비즈니스 성패에 관여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막중하다. 평판조회를 할 때마다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조회처와 인터뷰에 집중하게 되고 중립적 자세로 조회처들의 의견을 수렴하게 된다.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가능하면 내 생각을 보고서에 담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같은 평가항목에 상반된 의견을 내놓는 조회처들이 있을 때 가장 혼란스럽지만 그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어떤 정황과 판단 근거가 작용했을지 나부터 먼저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조 상무: 공정성과 사실관계 확인이다. 선배와 후배, 상사와 부하 등 다각도로 평판을 조회해 조회처의 의견이 편향되어 있지 않는지 후보자의 평판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질문을 통해서 확인한다.

김 상무: 의뢰한 기업의 특성, 채용 직무의 사전분석을 한 다음 질문과 조회처를 구성한다. 내용 면에서 성과 이외에 후보자의 성공과 실패 경험이 후보자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단순하게 잘했다 잘못했다가 아니라 성과가 가지는 의미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답변의 신뢰도를 고려하면서 후보자의 장단점이 일목요연하게 서술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기술한 내용에 일관성과 통일성이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기업 인사담당자가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최 상무: 내용의 진실성과 보고서의 가독성을 모두 신경 쓰지만 무엇보다도 후보자의 이직과정에 비밀유지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평판조회는 채용과 이직의 과정일 뿐이지 완결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직하는 기업과 후보자가 동의해 상호 신뢰를 전제로 진행하는 절차이므로 그 과정에 참여하는 컨설턴트 역시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박수진 수석 컨설턴트: 시간관리다. 조회처가 편하게 통화할 수 있는 시간을 찾아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회처들이 대부분 현직인 경우가 많아 평일 낮 시간에는 업무로 바쁘다. 또 저녁에는 주로 이동을 하거나 식사를 하고 가족들과 보내는 일이 많다. 그 틈새를 파고들어 가능한 시간을 파악하는 것이 인터뷰의 관건이다. 퇴근한 뒤 여유가 있는 시간대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퇴근 후에는 업무 관련 접촉이나 통화를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반드시 사전에 파악하고 연락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