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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해운업계 블록체인 파도, HMM 플랫폼 동맹 만들어야 산다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1-12-28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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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NFT, 블록체인, 최근 자주 나오는 단어들이다. 해운업계에서도 블록체인은 매우 뜨거운 감자다. 

해운업계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대표 선사인 HMM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블록체인이라는 것은 해운업계가 돌아가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을 수도 있는 워낙 거대한 흐름이다 보니 HMM은 반드시 그 파도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블록체인기술의 해운산업 도입이 워낙 커다란 ‘패러다임 시프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HMM이 잘 대비한다면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HMM이 만년 적자기업에서 단숨에 연 2조 원의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발돋움 한 데에는 HMM이 IMO2020 환경규제라는 해운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찍부터 준비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 

과연 HMM은 블록체인이라는 거대한 파도에도 능숙하게 대응해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 해운업과 블록체인기술의 시너지는 세계 관세장벽 제거의 7배, 세계 전체 GDP를 4.7% 올리는 법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왜 블록체인이 해운업에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인가, 왜 거대한 파도라는 것인가 하는 점을 먼저 봐야한다.

해운은 문자 그대로 세계경제의 ‘핏줄’과 같은 산업이다. 해운이 멈춰버리면 세계경제 전체가 마비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핏줄’의 흐름이 생각보다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발표한 ‘블록체인의 확산과 해운물류분야의 대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동아프리카에서 유럽까지 해운을 통해 물품을 운송한다고 가정했을 때, 약 30명의 서로 다른 개인 또는 기관이 200번 이상 거래에 참여하고, 상품 출하를 위한 문서처리에만 10일이 소요된다. 

블록체인은 바로 이런 비효율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그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플레이어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알 수 있게 된다. 통관에 필요한 서류작업 등을 모조리 생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모든 정보가 모든 플레이어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면서도 정보의 위, 변조는 불가능하다는 블록체인의 이런 특성이 주는 이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복잡하던 항구 슬롯 배정 문제도 간편해지고, 화주들 역시 실시간으로 운임을 조회할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 중간중개자가 가져가던 수수료가 사라지게 될 수도 있고, 또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과 결합하면 실시간으로 화물의 상태를 보안 걱정 없이 살펴볼 수도 있게 된다.

이런 이점 때문에 해운업계에 블록체인기술이 적용된다면 단순히 선사들만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경제에 막대한 이득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조사에 따르면 해운업계에 전면적으로 블록체인이 도입된다면 세계 전체의 국민총생산(GDP)가 4.7% 상승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사했다. 이 효과는 세계 모든 국가 사이 관세장벽이 제거될 때 발생하는 효과의 7배에 가깝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계 관세장벽이 철폐될 때 세계 전체의 GDP가 0.7% 상승한다. 

◆ 블록체인 해운 생태계에서 독자 플랫폼은 사실상 불가능, HMM IT기술로 새 질서 준비한다

문제는 블록체인의 특성과 해운산업의 특성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어떤 블록체인 플랫폼이 탄생했다고 가정했을 때 이 플랫폼은 블록체인 안에 들어와 있는 플레이어들에게만 의미가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이라는 건 그 플랫폼 안에 들어와 있는 플레이어들의 적극적 검증작업을 통해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운산업에는 이 ‘플레이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다. 화주들과 해운사들은 물론, 컨테이너선이 들르는 모든 항구의 항만운영사, 터미널운영사, 환적에 필요한 트럭 운영사, 각 나라의 정부까지. 모든 플레이어가 전부 하나의 블록체인 플랫폼 안으로 들어와야만 그 플랫폼이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HMM 관계자는 “그 수많은 플레이어들 중에 하나만 빠지더라도 그 하나의 플레이어를 위해 불필요한 문서작업을 똑같이 진행해야 한다”며 “이는 한 해운사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세계 경제의 핏줄’인 해운업의 특성상 협력하지 않는 플레이어를 제외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가 블록체인 플랫폼에 참가를 거부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세계의 컨테이너선박들이 상하이항에 기항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 여러 IT기업들의 블록체인 구상을 살펴보면 일종의 블록경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해관계가 맞는 기업끼리 특정 플랫폼의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식이다. 카카오가 주도하고 있는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 위메이드가 주도하고 있는 위믹스 플랫폼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해운업에서는 여러 기업들이 각자 독자 플랫폼을 구성하게 된다면 위에서 설명한 특성 때문에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닥쳐오고 있는 블록체인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HMM의 전략은 독자적 플랫폼을 구상하는 것 보다 앞으로 만들어질 블록체인 질서를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 플랫폼이라는 것은 결국 일종의 ‘판’이다. 그 판 위에 올라오는 것은 수많은 데이터들이다. 결국 해운사의 경쟁력이라는 것은 블록체인 자체보다 그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냐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해운업계의 블록체인 적용과 관련해 각종 첨단 디지털기술들의 조합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학계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나오던 이야기다.

장명희 한국해양대학교 해운경영학부 교수는 2018년 한국해양과학기술협의히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해운산업에서의 블록체인 기술 적용사례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해운업계에서는 해운거래상의 투명성과 업무효율화, 비용절감 등의 당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블록체인기술의 안정적 도입이 이루어질 경우 파급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블록체인의 장점을 접목한 해운물류업계에서는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이 더해질 수 있는 영역이 광대하며 이로 인한 디지털 생태계를 창조하고 재배치하는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MM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결국 데이터를 가공하고 활용하는 첨단기술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은 적용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블록체인과 달리 이 기술들은 지금 당장도 HMM의 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들이기도 하다.

HMM은 2020년에 세계 바다 이곳 저곳에 떠있는 HMM 선박들의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선박종합상황실’을 국내 최초로 열었다. 또 차세대 해운물류시스템인 컴퍼스(COMPASS)도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냉장·냉동 컨테이너의 비중도 늘려가고 있다. 

물론 HMM이 블록체인과 관련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HMM은 2018년부터 부산항만공사가 구축해서 운영하고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 '체인포털'에 롯데, 세방, 천일같은 물류회사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체인포털은 부산항 컨테이너터미널의 물류흐름을 개선하고 비효율을 줄이는 데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 체인포털을 전국 컨테이너 항만의 운영정보, 관세청의 관세정보 등과도 연계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당연히 여기에는 국내 대표 선사인 HMM도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 글로벌 해운사는 블록체인 통해 종합물류 플랫폼기업으로 진화 중, HMM의 길은 어디에

그렇다면 글로벌 해운사들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까? 

글로벌 대형해운사들은 이미 서로 뭉쳐서 광대한 블록체인 플랫폼협의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걸 앞장서서 주도하고 있는 곳이 바로 선복량 기준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다.

머스크는 이미 2018년에 글로벌 IT회사 IBM과 협력해 글로벌 블록체인 물류 플랫폼인 ‘트레이드렌즈’를 만들었다. 트레이드렌즈에는 수많은 물류 회사, IT회사들이 합류해있다. 

2019년에는 5위 선사인 독일의 하팍로이드, 6위선사인 일본의 ONE이, 2020년에는 2위 선사인 MSC, 3위 선사인 CMA-CGM이 잇따라 트레이드렌즈에 합류했다.

머스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컨테이너선복량의 60%가 트레이드렌즈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머스크는 이 트레이드렌즈를 통해 해운회사를 넘어 물류의 A부터 Z까지 모두 관리하는 종합물류플랫폼 회사로 거듭날 채비를 하고 있다.

또 세계 4위 선사인 중국의 COSCO는 중국 정부, 그리고 중화권 선사들과 함께 자신들만의 협의체인 GSBN을 결성해 독자적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선복량 기준 세계 8위 선사인 HMM의 위에 있는 선사들은 대부분 독자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상하거나, 혹은 다른 선사가 주도하고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HMM도 빨리 블록체인 사업에서 든든한 동맹을 구해야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2020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발간한 ‘글로벌 선사들의 물류통합화 전략에 대한 국적선사의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현재 HMM은 트레이드렌즈 등 글로벌 선사가 주도하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물류통합에서 HMM은 아직 회사의 내부방향을 정립하는 단계로 기존에 참여 중인 관련 사업들에 집중하고 있다”며 “물류 플랫폼 구축 및 운영에서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선사들에 비해 미흡한 수준에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해운업계에서 블록체인의 파도는 아직 잔잔한 수준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 파도가 커다란 해일이 돼 해운업계를 덮치는 날이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과연 HMM은 이 파도를 잘 올라타고, 세계 해운시장에서 앞서나가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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