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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자컴퓨터 늦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양자암호통신은 앞서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1-10-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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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자컴퓨터 늦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양자암호통신은 앞서
▲ IBM의 양자컴퓨터. < IBM 리서치 >
“빌어먹을 일이지만 세상은 고전물리학이 아니라 양자로 설명해야 한다. 자연을 시뮬레이션하려면 양자컴퓨터가 필요한데 이건 정말 신나는 문제다. 왜냐면 엄청 어려운 문제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세계적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의 말이다. 
 
양자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미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들은 앞다투어 양자의 특성을 정보기술에 활용할 수 있는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양자컴퓨터 개발을 주도하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양자정보기술의 두 갈래, 양자컴퓨터 개발의 선두에서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의 성질인 ‘중첩’을 연산에 활용하는 컴퓨터다. 

컴퓨터가 처리하는 정보의 최소 단위는 비트(bit)는 0과 1, 둘 중 하나의 값을 지닌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의 연산단위인 큐비트는 양자의 ‘중첩’ 특성 때문에 0과 1의 값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큐비트의 이런 특성 덕분에 이론적으로 양자컴퓨터는 현재 개발된 가장 최신 슈퍼컴퓨터보다 수억 배 빠르게 연산이 가능하다. 양자컴퓨터가 ‘꿈의 컴퓨터’라고 불리는 이유다.

IBM은 2016년 5월 5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공개하고 클라우드를 통해 외부에서 접속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양자컴퓨터가 세계에 첫선을 보인 순간이었다.

이후 IBM은 계속해서 양자컴퓨터의 정보처리용량을 늘려왔다. IBM은 현재 65큐비트 양자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내로 127큐비트 양자컴퓨터인 ‘이글’을 공개할 계획을 세웠다. 현재 IBM의 단기 목표는 2023년 말까지 1천 큐비트 이상의 양자컴퓨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케이트 피졸라토 IBM 퀀텀 애플리케이션 디렉터는 올해 1월 온라인으로 열린 CES2021에서 “IBM은 24시간 안정적으로 구동되는 25개의 양자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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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와 구글의 양자컴퓨터. < 구글 >
구글은 53큐비트의 양자컴퓨터 ‘시커모어’를 통해 ‘양자 우위’를 실현했다고 2019년 10월에 밝혔다. 구글에 따르면 시커모어는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가 약 1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3분20초 만에 해냈다. 

양자 우위란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넘어서는 단계를 일컫는 말이다. 

IBM은 구글의 실험과 관련해 시커모어가 수행한 연산이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아니라 2.5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연산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IBM의 주장이 맞다고 하더라도 ‘양자 우위’ 자체는 달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앞으로 10년 이내로 양자컴퓨터기술을 상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아마존도 양자컴퓨터 경쟁에 뛰어들었다. 

오스카 페인터 아마존웹서비스(AWS) 퀀텀 하드웨어 팀장은 2021년 8월 외국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아마존웹서비스는 자체적으로 양자컴퓨터를 만들고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내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양자컴퓨팅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기술이) 발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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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미국의 양자정보기술 기술격차.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
◆ 기술격차 미국과 4년, ‘방패’인 양자암호통신에 주력하는 대한민국

우리나라의 양자정보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올라와 있을까?

한국의 양자컴퓨터기술 수준은 앞에서 이야기한 IBM, 구글 등 미국의 기업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양자컴퓨터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목표는 2023년까지 5큐비트, 2025년까지 20큐비트의 양자컴퓨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이 올해 3월 발간한 ‘양자정보통신 동향과 정보통신공사업 전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미국의 양자정보기술 격차는 약 4년이다. 이는 이동통신, 소프트웨어 등 10대 기술분야 평균 기술격차보다 2배 이상 뒤떨어진 것이다. 

미국과 비교한 각 나라의 양자기술 격차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미국 대비 73%)는 유럽(미국 대비 94.7%), 일본(88.9%), 중국(84.7%)보다도 훨씬 뒤쳐져있다.

특허청의 자료를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세계에서 출원된 양자정보기술 관련 특허는 모두 6777건인데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 출원된 특허는 615건뿐이다. 미국(2223건), 중국(1978건), 유럽(1296건), 일본(665건)과 비교해 매우 적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이 뒤처지지 않은 분야도 있다. 바로 양자암호통신분야다. 

양자컴퓨터는 이론적으로 슈퍼컴퓨터의 수억 배에 이르는 속도로 연산이 가능하다. 바꿔말하면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공격에는 현재 통용되는 대부분의 보안시스템들이 무력화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자역학의 기초 특성 가운데 하나인 ‘복제 불가능성 원리(No Cloning Theorem)을 활용한 양자암호통신이 필요해진다. 양자역학적 특성을 활용한 양자컴퓨터의 공격은 양자역학적 특성을 활용한 보안체계로만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양자정보기술 관련 연구가 다른 나라보다 조금 늦은 만큼 ‘창’인 양자컴퓨터보다 ‘방패’인 양자암호기술 관련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7월14일 열린 ‘한국 양자과학기술 현황과 미래’ 포럼에서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양자정보연구단장은 “한국은 실제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양자암호통신 상용화에서는 중국과 함께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출원된 양자컴퓨터와 관련된 특허는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미국의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양자암호기술 관련 특허를 많이 낸 기업에는 화웨이, 알리바바 등 중국의 기업과 함께 우리나라 기업인 SK텔레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 양자컴퓨터 늦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양자암호통신은 앞서
▲ 양자암호통신의 원리. < SK텔레콤 >
◆ SK텔레콤 KT는 양자키 분배로,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로 이끌어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세계에서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5G통신은 초고속, 초대용량, 초저지연이라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이 가운데서도 ‘초저지연’이라는 특징을 활용해 5G통신은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 즉각적 문제 대응이 필요한 분야에서 커다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5G통신을 활용하는 산업 분야가 많아질수록 통신보안의 중요성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저마다 양자암호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국내에서 양자암호기술로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는 기업은 SK텔레콤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10년 동안 모두 77건의 양자암호기술 관련 특허를 출원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다. 

SK텔레콤은 2018년 2월 스위스의 양자암호통신기업인 IDQ를 인수했다. IDQ는 세계 최초로 양자난수 생성기, 양자키 분배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이다. 

SK텔레콤은 IDQ와 함께 양자키 분배방식의 양자암호통신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오픈 양자키 분배(OPEN QKD) 프로젝트에 양지키 분배기 1위 공급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IDQ는 미국의 양자통신 전문기업 퀀텀엑스체인지와 함께 미국 보스턴에서 워싱턴DC에 이르는 양자암호 통신망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KT 역시 양자키 분배방식의 양자암호통신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또한 KT는 양자암호통신 관련 표준화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KT는 올해 1월 KT가 제안한 ‘이종 양자키 분배장치 사이 상호운용을 위한 인터페이스 및 관리모델’이 양자암호통신 관련 국내 표준안으로 최종 채택됐다고 밝혔다. 2020년에는 KT가 제안한 양자암호통신기술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T) 국제회의에서 예비 승인을 받기도 했다. 현재 ITU-T에서 표준으로 제정하고 있거나 연구·평가 하고 있는 양자암호통신 관련 기술은 모두 14개인데 이 가운데 6개가 KT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KT와 달리 양자키 분배방식의 양자암호통신기술이 아니라 양자내성암호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양자내성암호는 이름 그대로 양자컴퓨팅 환경에서 진행되는 공격에 특히 유용한 보안기술이다. 

영국 국가사이버안전센터(NCSC)는 2020년 3월 양자키 분배방식의 양자암호기술 사용을 정부 기관과 군사 분야에서 보증할 수 없다며 양자컴퓨터의 공격에 대비한 최적의 보안기술은 양자내성암호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양자내성암호 전문 기업 크립토랩과 양자내성암호 관련 기술 및 장비 개발 업무협약을 맺었다. 

LG유플러스는 이르면 2022년에 양자내성암호기술을 상용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올해 9월12일 밝히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기술을 먼저 공공기관에 적용하고 점점 민간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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