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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삼성전자 LG전자 MZ세대 잡아야 산다, 가전 선택권 주다

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 2021-08-10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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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삼성전자 LG전자 MZ세대 잡아야 산다, 가전 선택권 주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왼쪽)과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부사장.
백색가전이라 불리는 시대가 저물었다.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20~30대)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한 나만의 가전을 원하고 있다.

소비자 트렌드가 바뀌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가전기업도 전략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만들어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떠나 소비자 구상을 반영한 주문형 가전을 제공할 수 있어야 미래 가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맞춤형 가전 브랜드가 가전기업들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2019년 6월 출범한 삼성전자의 브랜드 ‘비스포크’가 대표적이다. 

비스포크 브랜드는 제품구조 자체가 맞춤형 가전에 최적화하도록 기획됐다. 예를 들어 비스포크 냉장고는 모델마다 규격이 같은 모듈 방식으로 만들어져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덧붙일 수 있다. 2도어 냉장고를 사용하다 나중에 필요해지면 1도어 냉장고를 추가하는 식이다.

제품 전면의 패널 색상과 재질의 선택권도 소비자에게 주어졌다.

비스포크 냉장고를 구매할 때는 삼성전자 홈페이지에서 냉장고 모델을 선택한 뒤 각 도어별 패널의 색상 및 재질을 골라 주문하면 된다. 삼성전자는 이렇게 주문받은 제품을 조립해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이처럼 가전 하나하나마다 따로 주문을 받는 방식은 기존 대량생산체제와 비교해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으로서는 수익이 줄어드는 모험을 감수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오히려 비스포크의 맞춤형 패널에 관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인테리어기업 한샘과 협업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색상과 재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생산성 향상도 이뤄지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비스포크에 ‘프리즘 360 글래스 컬러링’ 공법을 도입해 패널을 더 빠르게 제조, 공급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프리즘 360 글래스 컬러링은 디지털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우수한 색상 재현, 용이한 생산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공법이다.

가전에서 세계적 위상을 확보한 삼성전자가 이처럼 공들여 비스포크 브랜드를 육성하는 배경에는 MZ세대를 비롯한 신세대 소비자가 있다.

개성과 멋을 중시하는 MZ세대는 더 이상 기존 백색가전과 같은 단조로운 디자인, 규격화한 제품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새로운 변화가 비스포크 출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비스포크 출범을 주도한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초 삼성전자 뉴스룸 기고문에서 “새로운 10년의 출발점에 서서 삼성전자가 바라보는 미래는 경험 중심의 시대, 바로 ‘경험의 시대’이다”며 “경험의 시대에는 개개인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맞춤형 기술이 주가 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사장의 맞춤형 가전 전략에 따라 삼성 비스포크 제품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최초 냉장고부터 적용되기 시작해 현재는 세탁기, 식기세척기, 건조기 등 대부분의 가전이 비스포크 브랜드를 제공한다. 큐브형 냉장고, 신발관리기를 비롯한 신가전도 마찬가지다.

이런 추세를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향후 모든 가전에 비스포크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가전을 지속 제공하되 대중이 비스포크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합리적 가격 안에서 제품 품질을 높이는 데도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석 사장으로부터 생활가전사업부장을 물려받은 이재승 삼성전자 사장은 올해 초 비스포크 신제품 공개행사를 통해 앞으로 비스포크 제품에 관해 핵심부품인 콤프레서와 인버터의 평생보증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국내 가전 매출에서 비스포크 비중을 80%까지 키운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세대교체] 삼성전자 LG전자 MZ세대 잡아야 산다, 가전 선택권 주다
▲ 프랑스 파리에 마련된 삼성전자 비스포크 가전 체험공간. <삼성전자>
세계적 가전 강자인 LG전자도 최근 새 브랜드를 앞세워 소비자 취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운영한 ‘LG오브제’ 브랜드를 확장해 지난해 10월 ‘LG 오브제컬렉션’으로 출범했다. LG 오브제는 가전과 가구를 융합한 제품으로, 제품을 구성하는 원목 재질과 색상을 소비자가 고를 수 있었다.

LG오브제컬렉션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냉장고, 식기세척기, 의류관리기(스타일러), 세탁건조기(워시타워) 등 기존 가전에 관해서도 색상과 재질을 조합할 수 있게 했다. 또 색상과 재질 종류 자체도 다양화해 가능한 조합의 수를 대폭 늘렸다.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을 파악하기 위해 색채연구소 미국 팬톤컬러연구소, 이탈리아 가구소재업체 아르파 인더스트리알레 등 외부와 협업도 이뤄지는 중이다.

LG전자가 LG오브제컬렉션을 내놓은 이유 역시 삼성전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가전 성능에 신세대 스스로 디자인을 구상하는 자유로움을 더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 비스포크 브랜드가 약진하는 만큼 LG전자로서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브랜드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도 볼 수 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올해 초 CES2021에서 LG오브제컬렉션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며 “LG오브제컬렉션은 LG전자 생활가전의 뛰어난 성능은 물론이고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차별적 디자인까지 갖췄다”며 “LG 오브제컬렉션이 해외고객들에게도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오브제컬렉션은 LG전자 생활가전사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분기 LG전자 H&A사업본부(생활가전)는 매출 6조8149억 원, 영업이익 6536억 원을 거둬 분기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LG전자는 LG오브제컬렉션의 인기가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고 했다.
[세대교체] 삼성전자 LG전자 MZ세대 잡아야 산다, 가전 선택권 주다
▲ LG오브제컬렉션 가전제품으로 꾸며진 실내공간. < LG전자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처럼 맞춤형, 주문형 제품을 기반으로 가전의 차별화를 모색하는 까닭은 소비층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MZ세대가 최근 주요 소비자로 성장하면서 가전사업에서도 소비자 취향을 충족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MZ세대는 1980년대 중반~2천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합쳐 이르는 말이다. 이들은 이전 세대와 비교해 행복과 개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훨씬 강한 동시에 충분한 구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 조사업체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 따르면 MZ세대는 2020년 기준 한국 경제활동 인구의 44.6%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됐다. 또 향후 15년 동안 X세대(1974년~1983년 출생)를 뛰어넘는 구매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MZ세대의 대두가 비단 한국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 전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여러 기업에서 MZ세대 수요를 잡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까닭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신소비세대와 의·식·주 라이프 트렌드 변화’ 보고서에서 “오늘날의 소비자는 코스모폴리탄(세계시민)이다. 메가 소비 트렌드는 국경을 넘어 다양한 국가에서 전방위적으로 나타난다”며 “기업들은 향후 소비시장을 주도한 MZ세대를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특성을 파악하고, 이들을 사로잡을 비즈니스를 개척해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

[편집자주]

시대의 변화에 속도가 붙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을 빠르게 대체하고 메타버스라는 사이버세계가 광속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은 생활양식의 변화를 물론 사고방식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상생, 동반성장, 사회적 가치 같은 개념은 이미 기업 경영의 기본이념이 된 지 오래고 ESG, 탄소중립, MZ세대 등 새로 등장한 개념들조차 벌써 낯설지 않은 기업 경영의 화두가 됐다.

재계는 어느 때보다 긴장한다. 새 세대와 새 시대를 읽지 못하면 금세 뒤처질 수 있다. 기업들이 리더십을 다시 꾸리고 미래 세대를 탐구하는 데 힘을 쏟는 이유다.

정치권에는 30대 제1야당 당수의 출현으로 이미 세대교체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2022년은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 세대와 새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과 정치권의 움직임을 짚어본다.   

1부. 재계는 리더십 세대교체 중

2부. 기업의 미래 세대 읽기
1. 삼성전자 LG전자 가전 
2. SK텔레콤

3부. 새로운 세대가 바꾸는 기업문화
4부. 2022선거 2030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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