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이던 2016년 6월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싸움닭' 같은 강경한 발언으로 또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화폐와 관련해 부정적 의견을 내놓은 조세재정연구원을 향해 날선 말을 쏟아냈기 때문인데 대표적 정책을 향한 비판에 대응한 것이지만 표현이 지나치고 거칠다는 말도 듣는다.
17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
이재명 지사, 이번에도 너무 심하셨습니다”라며 “국책연구기관의 리포트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반박할 수도 있지만 조사와 문책이라니요?”라고 말했다.
이 지사가 조세재정연구원을 강경한 발언으로 비판한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이 지사는 15일 조세재정연구원에서 지역화폐의 효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연구결과를 내놓자 “온국민이 체감한 현실의 경제효과를 무시한 채 정치적 주장에 가까운 얼빠진 연구결과”라며 “그 연구결과를 지금 이 시기에 제출했는지 엄정한 조사와 문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16일에도 ‘조세재정연구원이 얼빠진 게 아니면 4가지 질문에 답변 바란다’, ‘동물이 아닌 사람인 것은 측은지심 때문’ 등 여러 차례 글을 올려 조세재정연구원을 비판하며 논란을 키웠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꾸준히 강경한 발언들을 내놨다.
2016년에는 박근혜 정부를 향해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를 한다고 전 국민에 사기쳐서 대통령이 되고는 국가 빚은 사상최대로 늘리고 꼼수 서민증세에 애들 분유값 지원까지 줄이고 있다”며 “그런데 증세 없는 복지공약을 대신 이행하는 성남시가 눈엣가시인가? 시기질투심으로 유치한 ‘증세 없는 복지금지법’ 만들 생각은 버리고 ‘공약이행강제법’이나 만드는 게 어떤가?”라고 비난했다.
최근에도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광복절날 광화문집회를 연 세력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나 우리 국민들에 대한 애정이나 연대의식, 이웃에 대한 사랑, 이런 게 완전히 결여된 것 아닌가”라며 “정말 사람 맞나 싶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4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채발행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일을 놓고 “오히려, 안 그래도 과도한 재정 건전성 유지한다고 가계지원, 경제회생에 필요한 국채발행을 회피하여 민생경제 망치는 것이 패륜 아닌가”라며 “‘도를 넘은 것(悖倫)’은 경제와 민생을 살리려 위기 극복에 전념하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국민은 안중에 없이 당리당략으로 국정 발목잡기 하는 안 대표와 보수야당 같다”고 공격했다.
17일에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국민 돈 맛’ 발언을 놓고 “개인적으로 김 위원장을 존경하지만 최근 그 말을 듣는 순간 수치심과 분노가 동시에 일었다”며 “이건 국민 주권주의를 무시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이 지사가 날선 발언을 쏟아낼 때마다 언론보도 등으로 논란이 커지고 여론의 주목도 꾸준하게 이어졌다.
이 지사가 현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다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다투는 정도로 정치적 입지가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론의 주목을 지지로 바꾸는 데도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지사의 강한 화법에는 반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 지사를 향한 지지자들의 지지가 강한 만큼 반대하는 사람들의 반발도 크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어렵게 자수성가해서 자아가 강하다는 건 이해하겠지만, 매번 이렇게까지 화내고 발끈하고 남의 비판을 못 참으면, 큰 꿈은 접어야 할 것”이라며 “사실 도지사도 과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지사 발언의 수위뿐 아니라 편협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설계자로 불리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16일 이 지사를 놓고 “자기 정책을 비판하는 듯한 연구보고서를 보고 대노했다니 어디 무서워서 연구하고 보고서 쓰겠냐”며 “더 큰 권력을 쥐게 되면 분서갱유 사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