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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뒤 고용 소폭 줄고 용역도급 늘어"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8-11-19 15: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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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업의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한 비정규직 보호법의 시행 이후 전체 고용 규모는 다소 줄었고 규제를 받지 않는 비정규직은 늘었다고 분석했다.

일자리의 양을 늘리면서 질도 높이려면 비정규직 남용을 줄이는 동시에 정규직의 노동조건도 유연하게 만드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KDI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뒤 고용 소폭 줄고 용역도급 늘어"
▲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9일 보고서를 통해 비정규직 보호법의 시행 이후 전체 고용 규모는 소폭 줄었고 용역과 도급 등 규제대상이 아닌 비정규직은 늘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연합뉴스>

박우람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비정규직 사용 규제가 기업의 고용 결정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비정규직 사용 규제는 정규직 전환을 이끌어내지만 전체 고용을 줄일 수 있다”며 “용역과 도급 등 규제 대상이 아닌 비정규직 사용을 늘릴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정규직은 무기계약과 전일 근무를 핵심 요소로 삼은 정규직 외의 모든 고용형태를 말한다. 기간제, 시간제, 파견, 용역 노동자 등이 비정규직에 해당된다.

국회는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기 위해 2007년 7월에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 비정규직법 2건을 의결했다. 이 법안들은 한 기업이 기간제나 파견 노동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기간제는 무기계약, 파견근로자는 직접채용을 보장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05년부터 2년 간격으로 2011년까지 실시된 사업체 패널조사 1차~4차 연도자료를 분석해 2007년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법이 기업들에 미친 영향을 살펴봤다.

정부가 공공부문 중심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점을 생각해 앞서 실시된 비정규직 보호법의 효과를 살펴보고 부작용을 줄일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조사결과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2007년 이전에 기간제나 파견 노동자를 많이 썼던 기업일수록 이 법안의 시행 이후 고용 규모가 소폭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법이 시행되기 전에 전체 직원에서 기간제나 파견 노동자의 비중이 정규직보다 10%포인트 높은 기업이 있다면 이 기업은 비정규직법의 시행 이후 전체 고용 규모가 이전보다 3.2%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뒤 규제 대상인 기간제와 파견 노동자의 직원 비율이 떨어진 반면 정규직의 비중은 높아졌다. 다만 사용기간 제한이 법적으로 규제되지 않는 용역과 도급 등 기타 비정규직 직원의 비중도 함께 상승했다.

특히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용역과 도급 등의 증가가 상대적으로 자주 나타난 반면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정규직 증가가 비교적 눈에 띄게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16년 9월 무작위로 선정한 직원 50인 이상인 기업 1천 곳의 최고경영자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2년 이상 일한 기간제 근로자의 처우 등에 관련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 결과 지역 업종 등이 같더라도 사업의 규모가 크고 노동조건을 바꾸는 일이 어렵다고 느끼는 기업일수록 2년 이상 일한 기간제 직원의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 전환을 다른 기업보다 소극적으로 추진하는 점도 확인됐다.

예컨대 기업이 노동조건 변경의 어려움을 0점~10점 척도로 매기면 이 점수가 1점 증가할수록 기간제 노동자가 무기계약직으로 바뀔 확률은 2.8%포인트 줄었다. 설령 기간제 노동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 해도 기존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받을 확률도 2.6%포인트 떨어졌다.

박우람 박윤수 연구위원은 “비정규직 정책의 초점이 비정규직 사용의 규제에 맞춰져 있었지만 법적 규제만으로는 일자리의 양과 질을 함께 추구하기 어렵다”며 “법의 보호를 받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사이의 격차만 넓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연구위원들은 “노동 유연성의 개념을 고용에서 임금과 노동시간 등의 노동조건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노동자에게 필요한 고용 안정성과 기업에서 필요한 노동 유연성을 균형 있게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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