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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를 '한국의 메디치'로 만들고 싶은 정용진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3-25 14: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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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를 '한국의 메디치'로 만들고 싶은 정용진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오는 4월8일 연세대에서 열리는 인문학 프로그램 '지식 향연' 첫 행사에서 직접 강의에 나선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인문학 전파에 나선다. 인문학 예산 지원을 통해 ‘한국의 메디치 가(家)’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정 회장의 행보는 신세계의 기업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꾸준히 인문학을 지원했던 다른 기업인들과 차별화를 과제로 안고 있다. 또 얼마나 지속적으로 인문학 지원에 나설 지도 관심사다.


정 부회장은 인문학 지원을 위해 매년 2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25일 밝혔다. 이를 통해 신세계그룹을 인문학과 문화·예술 후원으로 유명한 메디치 가문처럼 만들겠다는 것이다.

메디치는 지난 15세기부터 이탈리아 피렌체에 자리를 잡은 상인 가문이다. 수많은 인문학자와 예술가를 약 300년간 후원해 르네상스의 기반을 쌓았다고 평가받는다.

정 부회장이 그를 인용한 것도 ‘사람이 중심이 되고 바탕이 되는 인문·예술·패션을 통해 고객의 행복한 생활 방식을 디자인한다’는 신세계 경영 이념과 메디치 가문의 역사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 부회장의 복안은 매년 20억원이 지원되는 ‘인문학 전파 3단계론’이다. ‘인문학 소양을 갖춘 미래의 예비 리더 양성’으로 시작해 ‘전 국민 대상 인문학 지식 나눔’과 ‘우수 인문학 콘텐츠 발굴·전파’로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현재 주력할 쪽은 1단계인 예비 리더 양성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를 인문학 전파 원년으로 삼고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청년 인재를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인문학 관련 강연 프로그램인 ‘지식향연’도 마련했다.


‘서막’이란 이름의 지식향연은 오는 4월8일 연세대에서 열린다. 정 부회장이 직접 출연해 대학생 2천여명에게 인문학의 중요성을 소개한다. 이어 5~6월간 서울·부산·제주 등 전국 10개 대학의 대학생 1만2천여명을 대상으로 계속된다.

정 부회장 외에도 김상근 연세대 신학과 교수·박웅현 TBWA코리아 최고제작책임자·이동진 영화평론가 등이 강사로 나선다. 지식 향연에 참가한 대학생 중 더 깊은 인문학 공부를 원하는 학생 20명을 ‘인문학 청년 영웅’으로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인문학 중심지를 직접 방문하는 ‘그랜드 투어’ 제공 및 신세계 입사 지원 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 혜택도 줄 예정이다.


정 부회장의 행보는 신세계의 하락세와 맞물려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경기 불황과 해외 직접구매(직구) 증가 등 악재를 만나면서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12월 CEO스코어는 신세계그룹 전체의 영업이익이 2012년과 비교해 6.2%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주력 계열사의 경우 더욱 상황이 좋지 않다. 국내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신세계 계열사 4개 중 신세계백화점을 제외한 이마트·신세계푸드·신세계인터내셔날은 모두 2012년에 비해 최소 5% 포인트에서 최대 73%포인트까지 영업이익률이 낮아졌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신세계백화점만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소비자 인식이 마냥 좋진 않다. 올해 3월 빅데이터 추출과 분석 전문 기관인 한국빅데이터연구소와 타파크로스가 지난해 2월1일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인터넷과 SNS 등에서 추출한 빅데이터 12억5845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5대 백화점(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AK플라자) 중 신세계는 소비자 브랜드 평판도 순위 4위를 기록했다. 규모가 훨씬 작은 AK플라자는 물론 업계 맞수인 롯데와 현대에도 밀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 부회장은 인문학을 통한 이미지 마케팅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평소 “유통업의 미래는 시장점유율인 ‘마켓 셰어’보다 소비자의 일상을 점유하는 ‘라이프 셰어’를 높이는데 달려 있다”고 강조했던 것을 살리는 행보다.


정 회장 본인이 인문학에 관심이 높은 것도 이번 결정에 한몫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08년 결성된 문화단체 기업인 후원회인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 친구들(YFM)’에 지금까지 참여 중이다. 80여명의 기업인들이 모인 YFM은 예술단체 지원 외에도 박물관 유물 공부 모임을 열고 후원금 모금을 위한 재능 기부 연주회를 진행하는 등 인문학 분야에서도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사철(문학·역사학·철학)뿐만 아니라 음악과 문화예술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유통에 감성적 요소를 가미하는 동력이 된다”는 평소 지론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회장의 ‘인문학 사랑’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신선하게 다가설지는 미지수다. 이미 많은 기업인이 인문학 지원 활동에 나선 상태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지난 2011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한 배경은 대학에서 인문학을 배우고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배워 접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생각을 반영해 현대카드는 주택, 조각, 사진 등을 다룬 서적 1만권을 갖춘 ‘디자인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인문학자를 직접 후원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포니정재단을 통해 인문학 박사에게 1년간 총 4천만 원의 연구비와 출판지원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학술 지원 프로그램을 꾸리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열린 학술지원증서 수여식에 나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 기쁜 마음으로 동행하겠다”며 직접 학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박삼구 금호아시나아 회장도 빠지지 않는다. 큰형인 박성용 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 시절부터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해 일찌감치 ‘한국의 메디치 가문’ 이야기를 들었다. 박 회장은 주로 음악과 미술 등 예술 분야를 후원해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 해외석학 초청 강좌’ 명의로 지난 2011년 해방철학자 엔리케 두셀을 초청하는 등 인문학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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