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조는 31일부터 산업은행에게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하며 산업은행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7월 한국GM은 올해 안에 글로벌 제품 개발 업무를 전담할 신설 법인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신설 법인 설립이 결국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생산법인과 연구개발법인을 분리해 한국에서 철수할 때 생산법인은 청산하고 연구개발법인만 남기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산업은행을 향해 한국GM의 2대주주로서 법인 설립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비토권을 행사해 신설 법인 설립을 저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은행도 한국GM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신설 법인 설립은 한국GM이 산업은행과 맺은 경영 정상화 합의안에도 없는 내용이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계획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처지에서 한국GM의 움직임이 의심스러울 수 있지만 지금으로선 한국GM의 법인 설립을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비토권으로는 법인 설립을 막을 수 없다.
산업은행의 비토권은 영업의 양도나 합병 등의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을 거부할 권한과 전체 자산의 20%를 넘어서는 자산의 매각·양도·취득을 거부할 권한 등 두 종류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명분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법인 설립 목적으로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이 법인 설립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때를 대비해 견제할 수 있는 방안 등이 있는지 법률적 검토를 시작했다.
그러나 설립 목적에 눈에 띄는 문제가 없으면 이를 강제로 막을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히려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확정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구조조정을 막을 장치가 없냐는 질문을 받자 “그 부분까지 보장하려면 우리가 GM의 경영권을 굉장히 침해하게 된다”며 “이런 부분까지 모두 해결되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7월 GM 측에 신설 법인 설립을 놓고 정확한 내용을 알려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 그러나 한 달이 훌쩍 넘도록 아직까지 답변은 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GM 측에서 대답이 온다 해도 이를 마냥 믿기도 어렵다.
이 회장은 3월 한국GM의 실사에 필요한 자료를 85%가량 받았지만 원가에 관련된 민감한 자료는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산업은행은 올해 한국GM을 놓고 GM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문제에 얽매여 지나치게 끌려다녔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만큼 앞으로 2대주주로서 역할이 중요하지만 사실상 견제장치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신설 법인이 설립되면 한국GM 노조의 반발 역시 매우 거셀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산업은행은 한국GM의 2대주주이고 감시자인 만큼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분명하게 제시하라”며 “그래도 한국GM이 법인을 분리하려 하면 비토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국GM이 산업은행과 사전에 합의 없이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이에 대비해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며 “소송을 대비해 법률적 검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