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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가 ‘황제주’라는 타이틀을 포기하고 주식 액면분할에 나설까?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에서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액면분할은 주가를 높이는 대표적 주주친화정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3세 경영권 승계와 지주회사 전환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셈법이 복잡할 것으로 점쳐진다.
◆ 액면분할에 대해 시장은 ‘기대’, 삼성은 ‘글쎄’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68%(2만3천 원) 오른 139만5천 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7월30일 이후 약 6개월 만에 140만 원에 근접한 금액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에도 2.16% 상승했다. 지난 19일부터 사흘째 상승세다.
삼성전자 주가가 이틀 연속 오른 것은 주식 액면분할에 대한 시장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액면분할은 주식의 1주당 액면가액을 일정 비율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기업 시가총액이나 지분율은 변함이 없지만 전체 주식수가 늘어나면서 한 주당 가격은 낮아진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일부 고가 저유동성 종목이 시장 역동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고가주의 액면분할은 기업가치를 높이고 증권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진 삼성전자 IR담당 전무는 “액면분할을 지속적으로 검토중이지만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며 “장기적 영향을 다각도에서 봐야하기 때문에 좀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다른 고위 임원들도 액면분할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이날 수요사장단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액면분할을 묻는 질문에 “금시초문”이라고 대답했다. 이수형 삼성 미래전략실 기획팀장도 “내가 맡고 있는 영역이 아니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지주사 전환에 긍정적 요인될 것
액면분할로 한 주 당 가격이 떨어지면 소액 투자자들도 쉽게 주식을 살 수 있다.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게 되며 투자자 증가에 따른 주가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와 함께 주가를 높이는 대표적 주주친화정책으로 불린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 등 주주친화정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삼성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주주들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지주회사를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주사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점친다.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를 통해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고히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주주들의 반대다. 제일모직과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그 규모가 정해진 한도를 초과하면 합병은 무산된다.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과정에서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합병계약이 해제된 적이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조사 결과 지난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완료했거나 진행중인 상장사는 모두 89사로 집계됐다. 이중 주주들의 인수합병(M&A) 반대 때문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진행한 곳은 81사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최대한 줄이려면 주주친화정책을 통해 주가를 올려 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 주가 상승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부담
반면 삼성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액면분할은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내야할 세금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보통주 기준으로 삼성전자 지분 0.57%를 보유하고 있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지분 3.38%를 물려받아야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이 지분을 승계하려면 일단 주식가치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속세로 내야한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3조5천억 원 정도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20~30%가 할증적용된다.
문제는 이 부회장이 이 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이 팔 수 있는 자산은 삼성SDS 지분 정도인데 최근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이 지분만으로 상속세를 충당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이미 주가상승의 원동력이 될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은 상태다. 지난해 11월 2조원 대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고 12월 배당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소액투자자의 증가가 결코 기업에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기관투자자와 달리 소액투자자는 단기적 호재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높아 주가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소액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거론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