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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토토 사업권 입찰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유진룡 문체부 장관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 4일부터 일주일간 조달청 나라장터에 새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 사전 규격'을 공개했다. <사진=뉴시스> |
화수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공영화가 무산된 스포츠토토(체육진흥투표권) 사업권 입찰이 추진되면서 여러 업체가 손을 뻗치고 있다. 사업자 기준에서 도덕성이 강화되면서 어느 기업이 이를 통과할지 관심을 모은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과 국민체육진흥공단(공단)은 지난 11일까지 조달청 나라장터에 제3기 스포츠토토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 사전 규격’을 공개했다. 5월 초까지 선정될 새 사업자는 2개월간 인수인계를 거쳐 7월 3일 정식으로 스포츠토토 운영을 시작한다.
이번 사업권 입찰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지는 것은 도덕성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행성 높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국민체육진흥법 제25조 제2항 제3호와 동법 시행령 제31조(수탁사업자의 요건) 제3항 제1호는 ‘수탁사업자는 사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도덕성과 사회적 신용이 있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전 사업자인 ㈜스포츠토토가 배임과 횡령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키면서 도덕성 기준은 더욱 강화됐다.
‘제안요청서 사전 규격’에 따르면 새 스포츠토토 사업자의 자격 요건은 도덕성과 사회적 신용이다. 먼저 제안업체의 지분을 5% 이상 가진 구성주주(모기업 주주 포함) 및 구성주주의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은 공고일 기준으로 3년 이내에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사처분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 주주 중에서도 최근 3년 이내 투표권 사업이나 유사사업 운영과 관련해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람이 있어선 안 된다.
이외에도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상 부정당업체로 지정된 업체는 스포츠토토 사업자나 사업자 회사의 주주가 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현재 사업을 맡고 있는 스포츠토토와 오리온은 이번 사업권 선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
스포츠토토사업은 지난 1999년 입법 당시에도 민간에게 맡기면 특혜 시비나 자금의 편법 운용 등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란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결국 민간에 위탁하기로 결정됐다. 초대 사업자였던 타이거풀스는 2003년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물러났다. 이때 스포츠토토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가 오리온그룹 산하의 ㈜스포츠토토였다.
이후 ㈜스포츠토토는 급성장을 거듭했다. 817억 원이었던 시작 자본금은 2012년 말 기준 2474억 원으로 급증했다. 인증된 고수익 사업인 스포츠토토를 운영하면서 스포츠토토와 모기업 오리온그룹은 배임과 횡령, 비자금 조성을 시도했다. 또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전방위적 로비를 시도했다. 이것이 스포츠토토를 둘러싼 비리의 출발이었다.
2012년 4월 검찰은 스포츠토토 및 대주주인 오리온그룹의 주요 간부들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그해 10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는 김모(43) 스포츠토토 경영기획부장에게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연루된 조경민 전 오리온 사장도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 상고심에서 원심이 파기환송돼 서울고법의 재심을 기다리고 있다.
본래 공단은 2012년 9월30일자로 만료된 스포츠토토 사업권을 연장할 예정이었다. 심사를 통해 2011년 말 계약 연장이 승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해 4월 스포츠토토 비리가 터지면서 공영화로 방향이 바뀌었다. 공단은 문체부와 협의를 거쳐 공영화를 전제로 같은 해 9월30일 스포츠토토와 새 계약을 체결했다. 2013년 10월1일부터 문광부가 언제든 사업자 해지 통보를 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스포츠토토 공영화를 위한 절차는 이후로도 이어졌다. 2012년 11월 윤관석 민주통합당 의원이 스포츠토토 공영화 관련 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 간 갈등이 겹치면서 법안 상정은 계속 보류됐다. 지난해 12월 임시국회 기간에 국회 법안심사소위가 3차례 열렸지만 별다른 결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문광부와 공단은 공영화 대신 새 사업자를 선정하는 쪽을 선택했다. 지난 1월2일 스포츠토토와의 계약을 해지한 공단은 계약 만료 기간인 7월2일까지 새 사업자를 선정하게 됐다.
스포츠토토를 노리는 후보는 한둘이 아니다. 공식입찰은 시작되지 않았으나 최소 6~7개 업체가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기업은 오텍이다.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광진구 정립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체육계 간담회에 참석해 “그룹의 사회공헌 실천 경험을 바탕으로 스포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국민체육 진흥에 힘을 보태고자 새 도전에 나서겠다”며 입찰참여를 선언했다. 평소 장애인 체육 후원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강화된 도덕성 기준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팬택·유진·보광·대상·휠라 등이 스포츠토토 사업권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은 지분 100%를 보유한 팬택씨앤아이를 통해 입찰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보광은 산하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브랜드 CU를 유통망으로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온라인 복권사업 경험이 있는 유진은 영업 전략에서 우위를 내세우고 있다. 대상은 식품기업으로서 쌓은 신뢰를 보여주기로 했다. 이외에도 군소업체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많은 업체가 스포츠토토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단연 수익성이다. 스포츠토토사업은 매년 400억 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캐시카우’다. 사업자는 매년 매출액의 약 3%를 수수료로 챙긴다. 2012년 기준으로 스포츠토토는 2조843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높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20% 수준이다. 규제가 강화된 2012년에도 15%를 기록했다. 사업운영비 등을 제외한 순이익만 430억 원 수준이다. 2010~2012년간 오리온이 최대주주 자격으로 스포츠토토에서 챙긴 배당금만 115억 원이다.
문체부와 공단은 3월 셋째 주 중으로 ‘제안요청서 최종 규격’을 공개한다. 5월 초에 입찰 마감을 거쳐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한다. 자격요건심사와 평가위원회 심사를 통과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는 7월3일부터 스포츠토토 발행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