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업황이 올해 들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 침체로 모바일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데다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의 기술 발전과 점유율 확보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이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수익성이 좋은 고용량 SSD 저장장치에 집중해 업황 악화의 타격을 방어하는 데 힘쓰고 있다.
23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 홈페이지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은 올해 1분기 들어 5% 가까운 하락폭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세를 보이며 제조사들의 모바일 낸드플래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점이 가파른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됐다.
D램익스체인지는 “모바일 분야 수요감소로 낸드플래시 가격은 최소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공급 과잉현상도 더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도시바와 미국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등 낸드플래시 주요 경쟁기업들은 지난해까지 기술력 확보에 고전하던 3D낸드의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려 본격적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는 낸드플래시 수요 부진과 제조사들의 출하량 증가 경쟁이 동시에 벌어지며 올해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더 깊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전 세계 3D낸드분야 상위기업으로 위상을 높이며 애플 등 주요고객사에 낸드플래시 물량 공급을 늘려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의 기술추격으로 성능이 좋은 3D낸드 기반 낸드플래시 공급을 독점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며 올해 반도체실적에 불안이 커지게 됐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D낸드시장 경쟁은 올해가 본격적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며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기술방식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원가 절감 등에 유리해 공급과잉을 더 앞당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3D낸드 후발주자로 진입한 기업들은 당분간 모바일분야에 낸드플래시 공급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3D낸드를 용량이 높은 서버용 SSD로 만들어내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추가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찍부터 기술 발전에 주력한 성과로 3D낸드를 적용해 성능과 용량을 크게 높인 서버용 프리미엄 SSD 신제품 출시를 본격적으로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대 용량의 30테라바이트급 SSD 양산을 시작해 글로벌 서버고객사에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고성능 서버용 SSD 라인업도 지난해보다 대폭 늘렸다.
전자전문매체 지디넷은 “삼성전자의 고용량 SSD는 기존 하드디스크 저장장치의 한계를 넘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가격 대비 성능도 빠르게 개선돼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삼성전자의 30테라바이트급 SSD 신제품(왼쪽)과 SK하이닉스의 72단 3D낸드 기반 서버용 SSD. |
SK하이닉스는 최근 개발에 성공한 72단 3D낸드 기반의 서버용 SSD를 고용량 제품 중심으로 생산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상반기에 고객사들에 인증을 마치면 하반기부터 72단 기반 SSD가 실적에 본격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올해 서버용 SSD에 확실히 힘을 싣는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익성이 높은 서버용 SSD 공급에 집중하면 모바일 반도체 수요 감소와 낸드플래시업황 악화의 영향을 극복하고 시장경쟁에서 차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 연구원은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 대형 IT기업의 올해 데이터 서버 투자가 지난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일 것”이라며 “스마트폰의 반도체 수요 부진을 만회하기 충분할 정도”라고 분석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서버용 SSD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점이 올해 낸드플래시업황 악화를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이라며 “서버용 SSD는 여전히 가격 상승을 보이고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