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협회장에 정통 관료출신이 선출되면서 다른 금융협회장 인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통 관료출신으로 꼽히는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손해보험협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생명보험협회장과 은행연합회장 선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은 임기가 올해 11월, 12월에 각각 끝난다.
김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등에 적절한 대응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재정경제부 금융국장, 관세청장, 건설교통부 차관을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정통 장관급 인사로 꼽히는 만큼 협회 회원사들이 이번 인선 과정에서 대관능력이 높은 정관계 인사에 후한 점수를 줬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관피아 논란이 거세지면서 금융협회장 인선이 관료출신 중심에서 민간출신으로 변화했지만 이번 손보협회장 선임 및 물망에 오르고 있는 금융협회장 후보들을 보면 다시 관료출신 중심으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내걸고 개혁적 성향의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정부 코드와 맞춘 관료출신 인사가 다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다가올 생보협회장과 은행연합회장도 관료출신이 뽑힐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생보협회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 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 속에서 보험업계 전반에 퍼져있는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인사를 원할 것으로 보인다.
생보협회장에 양천식 전 한국수출입은행장, 진영욱 전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은행연합회 역시 최근 금융투자협회와 영역 다툼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기 때문에 은행권에 유리한 정책을 강력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관료출신을 은행연합회장으로 내세울 수 있다.
은행연합회는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의 시행 등으로 증권사들이 은행들의 고유 업무를 침범한다며 금융투자협회와 각을 세우고 있다.
은행연합회장 후보에는 민간출신으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관료출신으로는 김창록 전 KDB산업은행 총재와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에도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을 두고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30일 국정감사에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협회장에 오래 전 금융당국의 수장을 지낸 분들이 오면 금융위원장으로서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다고 대통령에게 진언해달라”고 요구하자 “그런 분들이 오실 우려가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최 의원은 이에 앞서 올드보이 인사들이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금융협회장이 돼 금융위원장이나 금융감독원장에게 얘기하면 거절할 수 있겠냐고 최 위원장에게 지적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