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방송통신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뜻에 따라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사장의 선출방식을 전면적으로 손보는 작업에 들어갔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25일 세종시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 직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특정한 방향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지만 방송개혁과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가 사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던 만큼 (지난해 7월 발의됐던 방송법 개정안의) 대안을 찾기 위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나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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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
이는 문 대통령이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번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이 최선인지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데 따른 후속작업이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들이 KBS 이사회 11명과 MBC 이사회(방송문화진흥회) 9명을 선임하고 개별 이사회 구성원들이 과반수 의결로 사장을 선출한다. 방송통신위원 5명 가운데 3명을 대통령과 여당이 지명해 공영방송의 중립성까지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2016년 7월 대표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모든 공영방송 이사를 여당이 7명, 야당이 6명 추천하는 방식으로 확대개편하고 이사들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사장을 임명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개정안에 담긴 사장 선출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최선은 물론 차선인 사람도 공영방송 사장이 안 될 수 있다”며 “온건한 인사가 선임되겠지만 소신없는 사람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 의원은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됐던 때는 김재철 전 MBC 사장 같은 최하급의 사람이 공영방송의 수장이 되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문 대통령의 지적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더 좋은 대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영방송에서 정치색을 뺄 수 있는 인사개혁안을 만드는 것이 숙제”라며 “현실적인 대안을 더 마련해서 궁극적으로는 영국 BBC처럼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공영방송 사장 선출방식으로 국민배심원단을 추첨으로 뽑아 공영방송 사장후보를 결정하도록 하거나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방송평의회를 구성해 사장후보를 뽑는 방식 등이 꼽히기도 한다.
KBS와 MBC 내부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는 점도 문 대통령이 사장 선출방식을 손봐야 한다고 결심한 데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24~29일 동안 9월 총파업의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김장겸 MBC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PD 130여 명이 총파업 참여를 결정했고 기자·아나운서 250여 명도 프로그램 제작을 거부하고 있다.
KBS 기자협회 구성원 300여 명은 고대영 KBS 사장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28일부터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하기로 했다. KBS PD협회와 기술인협회 구성원들도 조만간 제작거부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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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영 KBS 사장. |
야당은 공영방송 사장 선출방식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권이 ‘방송자유’의 가면을 벗고 ‘방송장악’이라는 민낯을 드러냈다”며 “‘코드’에 맞는 사장이 임명될 수 있도록 방송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한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문 대통령의 말은 기존 방송법의 체계로 다음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을 구성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꼼수가 아닌가”며 “지난 정권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고 여당이 되니 입장이 바뀌었나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경민 의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여당과 정부가 방송을 장악할 의도가 있다면 지금 방송법을 개정하지 않는 쪽이 가장 유리했을 것”이라며 “이전에 발의했던 방송법 개정안은 물론 현재의 방송법까지 아울러 문제점을 논의하고 더 좋은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고 반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