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 정상화를 위해 공익법인 전담관리기구인 시민공익위원회 신설이 추진된다.
미르와 K스포츠 등 공익법인이 정경유착 통로로 활용되면서 비판의 대상이 됐는데 이런 폐단을 방지하고 공익법인의 공익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편법승계 수단으로 지목받은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은 긴장감 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공익법인 컨트롤타워 생기나, 관련법 제정안 발의
17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윤 의원은 16일 시민공익위원회가 공익법인 전담기관 역할을 수행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공익법인 운영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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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
제정안은 독립 행정기관인 시민공익위원회를 신설하고 공익활동 관련 전문가와 회계사 등 9명의 위원을 두도록 했다. 시민공익위원회는 공익법인 설립허가 및 취소권, 감독 및 감사권한을 부여받는다. 공익심사 소위원회를 구성해 법인의 공익성 준수 여부도 심의하게 된다.
시민공익위원회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데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과제로도 채택됐다. 정부는 2019년부터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시민공익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윤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시민공익위원회가 공익법인 관리를 전담하게 되고, 회계 및 세무지원과 같이 공익법인 활성화 역할도 수행하게 될 것" 이라고 강조하며 "신속히 법률이 제정돼 대통령 공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여야의원들의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1월 국회에서 공익법인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윤 의원은 부패한 정치권력과 탐욕적인 재벌이 사욕을 채우기 위해 공익법인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 제도개선을 추진했다.
당초 현행법인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수정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법률 제정안을 내놓았다.
윤호중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 법은 민법을 보완하는 것으로 행정적 절차 등을 명시해 행정법 성격이 강했다”며 “공익법인 활성화를 지원하는 등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제정안으로 확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9년 공익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따라 정부여당은 입법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여겨진다.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공표돼도 1년 뒤에 시행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 입법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
공익법인 전담 관리기구를 둬야 한다는 데 정치권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야당 역시 유사한 법안을 발의해 계류 중이라 법안심사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은 2월 공익법인의 공익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통합관리기관인 국민공익위원회를 두는 내용의 공익법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긴장
법안이 통과되면 공익재단의 관리감독이 강화될 것으로 여겨져 대기업 계열 공익재단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법안은 편법 상속·증여 통로로 활용되면서 재벌 지배구조 강화수단으로 여겨지는 대기업 계열 공익재단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민공익위원회는 공익성 심의와 공익법인 설립 취소권한까지 갖게 돼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재단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도 있다. 대기업 계열 공익재단이 여러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가벼이 볼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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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
특히 총수입 대비 목적사업비 비중이 낮은 공익재단은 법안 통과에 대비해 이를 높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30대그룹 공익재단 가운데 GS그룹의 남촌재단의 목적사업비 비중이 12.98%로 가장 낮았고 삼성그룹의 삼성문화재단(13.66%), KT그룹의 KT그룹희망나눔재단(20.12%) 등의 경우 목적사업비 지출의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그룹의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한진그룹의 정석물류학술재단, GS그룹의 GS칼텍스재단 등도 목적사업비 비중이 30%를 밑돌았다.
대기업 공익재단의 겨냥한 규제는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대기업집단 소속 성실공익법인의 주식보유 한도를 기존 10%에서 5%로 축소했다. 이전에는 10% 지분까지 상속 및 증여세가 면제됐지만 이제 5%를 넘는 지분은 세금이 부과된다.
삼성문화재단의 경우 삼성생명 지분 4.68%를 보유하고 있는데 삼성생명이 보유한 자사주를 제외하고 계산하면 삼성문화재단의 지분율이 5.21%로 늘어나게 돼 규제대상에 포함됐다. 앞으로 삼성문화재단이 삼성생명 지분을 늘릴 경우 과세대상이 된다.
정부는 8월 초 내놓은 세법 개정안에서 대기업과 무관한 성실공익법인의 비과세 한도는 20%까지 높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대기업집단과 특수관계가 있는 경우는 배제하면서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의 규제 기조는 유지했다.
공익법인 규제가 계속 확산될 경우 공익법인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익법인 관리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기존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공익법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며 “신중한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