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이 몇년째 담철곤 회장의 오너리스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담 회장의 개인비리 의혹이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너리스크가 반복되면서 오리온그룹 임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등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리온이 소비재기업인 만큼 이미지 하락으로 실적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언제든지 잠복해 있다.
◆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개인비리 의혹
5일 업계에 따르면 조경민 전 오리온 사장을 중심으로 오리온그룹 전직 임직원들이 담 회장을 겨냥해 공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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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
이들은 최근 담철곤 회장의 비리의혹을 추가적으로 제기하며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담 회장의 지분횡령의혹을 포함해 아들 담서원씨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의혹, 사치를 위한 비자금 조성과 탈세의혹 등 12개 항목에 걸친 비리의혹이 담겼다.
특히 조경민 전 사장은 과거 담 회장의 지시로 총대를 메고 담 회장 횡령사건의 재판에서 담 회장에게 유리하게 위증했다고 지난해부터 일관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담 회장의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도 2월 담 회장을 횡령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담 회장이 이 전 부회장 소유의 포장지업체 아이팩 주식을 담 회장 이름으로 전환해 오리온에 매각하며 상속재산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오리온은 2011년부터 오너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담 회장은 2011년 회사돈 300억 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담 회장은 지난해 오리온그룹 전직 임원들이 담 회장의 특사를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하면서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
담 회장이 여러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동안에도 오리온은 실적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갔다. 담 회장이 기소된 이듬해인 2012년 오리온의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보다 24%, 23% 증가했다. 지난해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보다 올랐다.
올해 들어 1분기에 실적이 크게 악화했지만 사드보복으로 어려움을 겪은 중국법인을 제외한 다른 법인은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오너리스크는 당장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라는 점에서 큰 악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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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철곤 회장을 다룬 KBS 추적60분 예고편. |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리온그룹에서 오너리스크는 항상 안고가야 하는 상수로 언제 어떤 식으로 터질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를 사전에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리온그룹은 최근 담 회장 등 오너일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한 언론사를 상대로 6억 원을 배상하라고 민사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보도내용이 대부분 진실에 부합한다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리온그룹은 얼마 전 KBS 추적60분 방송을 앞두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도 했다.
더욱 큰 문제는 구성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면서 조직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담 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조 전 사장은 오리온그룹에 몸담았을 당시 담 회장으로부터 전략통으로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했다. 담 회장이 그룹의 신규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만든 조직인 에이팩스를 이끌었으며 한때 오리온그룹 15개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오르기도 했다.
조 전 사장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오리온의 가장 큰 문제는 직원들이 담 회장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데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거짓해명을 하고 있는 후배들이 혹시라도 나중에 우리와 같은 처지가 됐을 때 후회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오리온그룹 전현직 임직원들도 최근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오리온그룹의 발전에 정열을 바친 사람으로서 탐욕의 도구가 된 오리온그룹의 현실과 답답한 미래를 참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담 회장 역시 이런 리스크의 부담으로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담 회장은 2011년 검찰수사를 받기 전까지 오리온그룹의 해외진출과 미디어사업을 이끌며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쳐왔다. 직접 초코파이 TV광고에 등장하며 회사와 제품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전면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 실적에 악영향 미칠 가능성
담 회장의 오너리스크가 오리온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오리온이 제과를 주력으로 하는 소비재기업인 만큼 대체제가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눈밖에 나 불매운동이라도 일어날 경우 실적악화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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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직접 출연한 초코파이 광고. |
소비재기업의 경우 오너리스크가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5일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이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매운동 조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정운호 게이트’ 타격을 피하지 못하고 지난해 매출 상위 7개 화장품 브랜드숍 가운데 유일하게 순손실을 냈다. 대표도 2차례나 교체됐다.
MP그룹 역시 정우현 회장의 폭행사건이 벌어진 뒤 가맹점 매출이 감소했고 폐점도 잇따랐다.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는 폭행사건으로 60여 개 매장이 폐점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오리온은 현재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하는 등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담 회장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회사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여러 사건을 원만하게 수습해야 한다고 말도 나오고 있다.
물론 오리온그룹은 조 전 사장 등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