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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반도체 인수전 다시 혼미, SK하이닉스 선택의 기로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17-05-30 15: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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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전에서 웨스턴디지털의 승리가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일본정부의 적극적인 반대로 다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SK하이닉스가 전략을 바꿔 인수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대응할지, 인수를 사실상 포기하고 자체투자에 속도를 낼 지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 일본정부와 웨스턴디지털 충돌

3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시바 반도체 매각을 놓고 일본정부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입장차를 보이며 점점 날카로워지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 다시 혼미, SK하이닉스 선택의 기로  
▲ 스티브 밀리건 웨스턴디지털 CEO(왼쪽)와 츠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
일본정부는 최근 웨스턴디지털에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미국 사모펀드 KKR의 컨소시엄에 참여하라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턴디지털이 대량의 지분확보로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지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도시바가 반도체사업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며 웨스턴디지털과 협력하는 방안을 최선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에 맞설만한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는 지난해 기준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 2위인 도시바가 3위 웨스턴디지털에 인수될 경우 독점금지규제에 따라 매각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앞세우고 나섰다.

웨스턴디지털이 최근 도시바와 원만한 협상을 벌여 인수전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지만 일본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며 다시 교착상태에 빠져든 셈이다.

블룸버그는 “도시바는 인수전에서 주도권을 빼앗기며 점점 불리해지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웨스턴디지털과 일본정부의 고집을 모두 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최근 도시바와 협상에서 반도체사업 매각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여전히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이유로 법적분쟁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도시바는 웨스턴디지털의 인수 제안가격이 다른 업체들보다 낮은 수준이라 매각을 꺼리고 있다. 일본정부도 반도체사업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는 것을 우려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협력은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일본정부와 도시바의 입장에서 웨스턴디지털은 반도체사업 매각에 걸림돌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 SK하이닉스 대응전략도 안갯속

SK하이닉스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이런 인수전 판도에서 사실상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낸드플래시사업을 벌이고 있어 인수전 참여에 웨스턴디지털과 일본정부가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 최근 점유율이 급증해 독점규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 다시 혼미, SK하이닉스 선택의 기로  
▲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사업 지분 절반만을 인수하는 제안을 내놓은 점도 자금확보가 시급한 도시바 입장에서는 크게 구미가 당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웨스턴디지털과 일본 정부펀드를 모두 인수전에 끌어들여 대규모 연합을 구축하며 인수 가능성을 높일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영국 더레지스터는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컨소시엄, 웨스턴디지털과 일본 정부펀드 컨소시엄이 반도체사업 지분을 각각 절반씩 매입하는 방안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며 “경영권 문제만 해결된다면 긍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역시 “웨스턴디지털이 SK하이닉스와 손을 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대만 홍하이그룹 등 다른 업체보다 일본정부의 반대에 부딪힐 이유가 적은 후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이런 형태의 인수로 수조 원대를 투자해 도시바 반도체사업 지분을 확보하는 효과를 보기 어려운 만큼 사실상 손을 떼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정부와 웨스턴디지털이 인수 뒤에도 주도권을 잡아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반도체기술이나 생산시설을 공유하는 시너지를 보기 어려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3D낸드 추가투자계획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며 경쟁업체들과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격차를 벌리는 전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타격을 최소화하려면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포기하는 대신 자체 시설투자에 역량을 집중하며 하루빨리 추격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D낸드 투자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며 후발주자들의 전략적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SK하이닉스도 하루빨리 투자규모를 늘려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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