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르의 전설' 게임 신화를 일궈낸 박관호 위메이드 창업주 겸 대표이사 회장이 보유 지분 전량을 중국계 투자사에 매각하고 경영 일선에서 퇴장한다.

오는 10월 주식 매매 거래가 마무리되면 위메이드는 2000년 창업 이후 26년간 이어온 박관호 의장 중심의 경영 체제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오늘Who] '미르의 아버지' 박관호 씁쓸한 퇴장, 중국 자본에 안긴 위메이드 향배 '안갯속'

▲  위메이드는 박관호 창업주 겸 대표이사 회장(사진)이 보유 주식 1335만738주(지분율 39.33%) 전량을 중국계 투자사 네오펄스에 매각한다고 6월30일 공시했다. <위메이드>


창업주라는 구심점을 잃은 위메이드는 중국 시장에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향후 지배구조·경영 전략을 둘러싼 우려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1일 게임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위메이드는 최대주주인 박관호 회장이 보유 주식 전량을 중국계 투자사 ‘네오펄스’에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지난 6월30일 공시했다. 박 회장이 보유한 위메이드 보통주 39.33%(1,335만 738주) 전량을 9200억 원에 양도하는 계약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네오펄스는 기존 지분을 더해 40.25%를 확보하며 위메이드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네오펄스는 홍콩계 투자법인 쉔송 인베스트먼트가 최대주주로 있는 중국계 투자사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투자 계열사로 파악된다.

계약 당일 거래대금의 10%가 계약금으로 납입됐으며, 오는 10월30일 잔금이 지급되면 거래는 마무리된다. 이후 위메이드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네오펄스가 지정한 대표이사 등 새 이사진을 꾸릴 예정이다. 

박관호 회장은 국내 1세대 게임 개발자 출신의 상징적 인물이다.

1996년 국민대학교 컴퓨터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액토즈소프트를 설립한 뒤, 개발팀장을 맡아 '미르의 전설'을 개발했다.

이후 2000년 위메이드를 창업해 '미르의 전설2'를 중국 대 흥행작으로 키워냈다.

국내 게임 업계에서 창업자가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경영에 완전히 손을 떼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박 회장은 위메이드 창업 이후 2004년부터 여러 차례 전문경영인 세우며 경영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 재무상황이 악화하자 2024년 초 경영 일선에 복귀했고, 고강도 구조조정과 사업 효율화를 단행했다. 그 결과 2024년 영업이익 71억 원으로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고, 2025년에도 영업이익 107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복귀 약 2년 반만에 회사 경영권 전격 매각을 결정했다.

주당 매각가는 약 6만8910원으로, 매각을 공시한 지난달 30일 위메이드 종가(1만9030원)의 약 3.6배에 이른다. 시장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지분을 넘긴 만큼, 개인으로서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자금을 회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중국 자본에 회사를 통째 넘기면서 그간 강조해온 '책임경영'의 기조를 스스로 저버린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 회장은 지난달 30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위메이드는 제게 자식 같은 회사"라며 "오랜 시간 제 손으로 키워왔고, 기쁨도 아픔도 회사와 함께 겪었다. 머지않아 위메이드는 저로부터 독립해 더 크고 넓은 시장에서 멋지게 성장할 때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늘Who] '미르의 아버지' 박관호 씁쓸한 퇴장, 중국 자본에 안긴 위메이드 향배 '안갯속'

▲ 창업자가 퇴장하면서 위메이드의 지배구조와 경영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성남시 판교 위메이드 본사 사옥의 모습.


창업자가 떠난 뒤 새 경영진이 이끌 위메이드 경영 향배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새 최대주주 네오펄스가 중국계 투자사인 만큼, 중국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미르' 지식재산권(IP)를 앞세워 중국 사업에 한층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네오펄스 역시 미르 IP의 지속적 수익 창출력과 가치를 높게 평가해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위메이드가 그간 함께 신사업으로 육성해온 블록체인 사업의 앞날은 불투명해졌다. 국내에서는 P2E(Play to Earn) 사업이 사행성 규제로 막혀 성장에 제약이 컸는데, 중국 역시 P2E 게임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은 게임 내 가상자산을 법정화폐로 환전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며 관련 서비스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국내 주요 상장 게임사의 경영권이 중국계 자본으로 넘어가는 것은 2004년 액토즈소프트 매각 이후 22년 만이다.

액토즈소프트 역시 박 회장이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미르 IP를 위메이드와 공동 관리했던 회사이기도 하다. 액토즈소프트가 중국 자본에 인수된 뒤 자체 개발 대신 미르 IP 수익사업 중심으로 축소된 전례가 위메이드에서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 회사의 핵심 자산은 결국 사람"이라며 "매각 이후 업무 환경과 기업 문화가 달라지면 창업자와 회사를 키워온 핵심 개발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개발 조직 자체가 축소되는 수순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