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일 코스닥 출범 30주년을 맞아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일 코스닥 출범 30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스닥 시장의 향후 30년 과제로 ‘개혁’을 강조한 것이다.
코스닥 시장은 출범 30년을 맞았지만 아직 출범 당시의 1천 포인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부실기업 퇴출과 세그먼트 도입을 통해 코스닥을 ‘코스피 2부 시장’이 아닌 혁신기업 성장시장으로 다시 세우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정 이사장은 "코스닥 시장은 1996년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서 벤처기업이라는 새로운 성장의 길을 열기 위해 출범했다"며 “코스닥은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도 벤처의 꿈을 이끌며 혁신 성장의 싹을 키웠다”고 말했다.
다만 전례 없는 자본시장 호황에도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 코스닥과 코스피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는 아직 뿌리 내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 이사장은 “외부에서 원인을 찾기보다 스스로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코스닥 시장의 구조 개혁 방향으로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제시했다.
그는 “누적된 부실기업은 시장 전체의 기술 혁신을 저해하고 불법 거래의 표적이 되는 만큼 조속히 퇴출하겠다”고 말했다.
부실기업이 떠난 자리는 혁신기업이 채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기술특례상장을 확대해 인공지능(AI), 방산 등 혁신기업들이 적기에 상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핵심 산업 경쟁력을 키워 생산적 금융을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코스닥 세그먼트 도입을 통한 시장 구조 개편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정 이사장은 시장 구조 개편 과정에서 다양한 시장 참여자의 의견을 듣고 코스닥 시장의 역동성을 회복하겠다고 짚었다.
정 이사장은 “세계 최고 AI 경쟁력과 제조 혁신 기반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며 “K혁신 기업들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혁신 기술 기업들이 모여드는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와 성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혁신기업 지원이 생산적 금융의 핵심 과제라는 점을 언급하며 코스닥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 위원장은 “우리는 혁신기업 하나가 국가경제의 풍요를 좌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한국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망한 혁신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이 국가적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벤처·창업 초기 투자부터 대형 투자은행(IB)의 모험자본 공급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혁신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할 뜻을 보였다.
이 위원장도 코스닥 분리를 통한 시장 육성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시장 세그먼트 분리를 통해 우수 기업을 코스닥으로 유치하고 대표 기업을 육성하겠다"며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개발 등으로 안정적 투자 기반을 마련해 우수 기업이 다른 시장으로 이전할 이유가 없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도 "기업들이 코스피로 이전상장하지 않고도 코스닥에서 충분히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며 코스닥 세그먼트 도입을 강조했다.
코스닥 안에 성장성과 안정성을 갖춘 기업군을 별도로 구분해 우량기업이 시장 안에서 명확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최 상무는 미국 나스닥을 예로 들었다.
최 상무는 "나스닥도 과거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2부 시장'으로 여겨졌지만 2006년 시장 세그먼트 체계를 재편하면서 독자적 위상을 강화했다"며 "세그먼트 재편은 나스닥 기업들이 뉴욕증권거래소로 옮겨가지 않고도 시장 안에서 성장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최 상무에 따르면 나스닥은 2006년 기존 나스닥 내셔널마켓을 나스닥 글로벌마켓으로 개편하고, 이보다 높은 상장 기준을 적용하는 나스닥 글로벌셀렉트마켓을 신설했다. 이후 나스닥은 글로벌셀렉트마켓, 글로벌마켓, 캐피털마켓의 3단계 시장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 상무는 "과거에는 나스닥에서 뉴욕증권거래소로 이전상장하는 흐름이 압도적이었지만 세그먼트 재편 이후에는 양 시장 간 이전상장이 대등한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최근 팔란티어(2024년 11월), 킴벌리클라크(2025년 5월), 월마트(2025년 12월) 등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이 나스닥으로 이전상장한 사례다.
거래소는 코스닥도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금은 코스닥 기업들이 몸집이 커지면 '코스피로 가야 제대로 평가받는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코스닥 안에서도 상위 세그먼트에 들어간다면 이전상장 유인이 줄어들고 기관투자자 자금 유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거래소에 따르면 10년 동안 코스피 이전상장 주요 기업 10개 가운데 시가총액이 늘어난 곳은 카카오와 PI첨단소재 둘 뿐이다. 셀트리온을 비롯해 동서, 포스코퓨쳐엠, LX세미콘, 포스코DX, 엘앤에프, 파라다이스 등 8개 종목은 모두 시가총액이 줄었다.
최 상무는 "코스피 이전상장이 반드시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코스닥도 나스닥처럼 기업이 남아 성장하는 시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금 운용평가방식 개편, 국민성장펀드 운용 개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등 기관과 정책자금 여건이 우호적인 지금이 코스닥 활성화를 추진할 적기”라며 "코스닥을 혁신 기업이 성장하는 곳. 투자자에게는 믿고 투자하는 시장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