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집권 2년 차 성장전략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예고했던 '대체불가 대한민국' 구상을 구체화하는 첫 프로젝트로 반도체와 피지컬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내놓으며 AI를 앞세운 국가 성장전략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를 넘어 지난 1년 동안 추진해 온 첨단산업 육성과 지방 투자 활성화, 공급 중심 성장정책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업의 투자와 정부의 전력·용수·입지 지원을 결합해 AI 시대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초격차 산업 경쟁력과 국가균형발전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반도체와 피지컬AI, AI 데이터센터는 대한민국 대도약을 이끌 삼각축"이라며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총결집해 한국형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직할 담당관을 두고 프로젝트를 직접 점검하며 인허가와 제도 개선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보고회는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집권 2년 차 국정 구상을 실행에 옮긴 첫 국가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시 이 대통령은 "2026년을 세계 어떤 나라도 대신할 수 없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의 담대한 꿈이 시작되는 해로 만들겠다"며 '모든 국민과 국토가 성장의 기회와 혜택을 고루 누리는 초격차 산업강국'을 첫 번째 국정 목표로 제시했다. 반도체를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육성하고 조만간 '성장전략의 대전환'을 이끌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공개하겠다고도 예고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청와대 보고회에서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1%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AI 혁명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인터넷혁명에 이어 AI 혁명이 경제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된 만큼 이를 선점해야 저성장을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세 가지 승부처로 지역과 AI, 산업생태계를 제시하며 수도권 중심 성장의 한계를 넘어 전국을 생산과 혁신의 거점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이를 위해 반도체와 피지컬AI, AI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반도체를 AI의 두뇌로, 피지컬AI를 지능을 갖춘 신체로, AI 데이터센터를 AI 산업의 기반 인프라로 육성하고 이를 전력과 용수, 인력, 소재·부품·장비 생태계와 연계해 한국형 AI 산업혁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AI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그 성과를 전 국민과 전 지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3S(속도전·거점전·선도전)+1F(총력지원) 전략'을 추진한다. 수도권 생산거점 건설 속도를 앞당겨 5년 안에 메모리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고, 서남권에는 800조 원을 투자해 메모리 생산공장(팹) 4기를 갖춘 제2 생산거점을 구축한다. 충청권은 81조 원 규모 첨단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하고, 동남·대경권은 소재·부품·장비 혁신거점으로 키우는 등 전국 단위 반도체 생산체계를 구축한다. 차세대 메모리와 AI 반도체, 국방반도체 등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향후 15년 동안 30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피지컬AI 분야에서는 제조업과 AI를 결합한 '3M(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 가속화·마스터 육성·대량생산) 전략'을 통해 AI 로봇 글로벌 3강 도약을 목표로 제시했다. 새만금과 대경권을 양대 생산거점으로 육성하고 제조와 돌봄, 국방, 농업 등 전 분야로 피지컬AI를 확산하는 한편, 향후 5년 동안 전문인력 1만 명을 양성해 2030년 글로벌 1강에 도전한다는 구상이다.
AI 데이터센터는 SK와 GS, 네이버 등이 참여해 1단계로 8.4GW(기가와트) 규모를 구축하고 이후 2035년까지 총 18.4GW 규모로 확대한다. 관련 민간 투자 규모는 약 550조 원에 이른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국산 AI 반도체와 전력·냉각 설루션, 클라우드 산업을 함께 육성하는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3대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반 구축도 함께 추진된다. 정부는 AI 시대를 선도하는 '전기국가' 비전을 내세워 반도체 산업단지와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적기에 공급하고, 지역별 전기요금제와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체계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기업의 지방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생산과 연구, 정주 기능을 결합한 '기업형 첨단도시'를 조성하고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도 대폭 단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번 메가프로젝트는 최근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기업의 지방 투자 확대와 AI 산업 육성, 반도체 초과세수의 미래산업 재투자 구상을 잇달아 제시해 왔다. 이번 발표는 이러한 정책들을 AI 중심 국가 성장전략으로 연결한 첫 종합 청사진으로 평가된다.
이는 집권 1년 차 국정운영과도 차이를 보인다. 출범 첫해에는 민주주의 회복과 민생 안정, 물가 관리 등 '회복과 정상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면, 집권 2년 차에는 AI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동력 확보와 국가 경쟁력 강화가 국정운영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단순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아니라 국가 산업전략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수도권 밖 대규모 반도체 팹 클러스터는 AI 시대 생산능력을 키우는 산업정책"이라고 밝혔고,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초격차의 승부처는 지방"이라며 기업의 지방 투자 결정을 정부가 총력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글로벌 반도체 경쟁 속에서 지방 생산거점 확대가 기업의 전략적 판단이었다며 정부가 끝까지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3대 메가프로젝트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넘어 집권 2년 차 이재명 정부가 저성장 국면을 AI 혁명으로 돌파하겠다는 성장전략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다만 대규모 민간 투자와 정부의 인프라 지원, 관련 법·제도 정비가 계획대로 이행돼야 하는 만큼 앞으로 추진 속도와 실행력이 '대체불가 대한민국' 구상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