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겸 CEO의 공정위 총수 지정 가능성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공정위는 그동안 쿠팡의 여러 사정을 감안해 해당 법인의 동일인을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해왔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쿠팡 총수로 김 의장을 지정해도 될 만한 정황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김 의장 개인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판단한다면 쿠팡의 지배구조를 향한 규제가 훨씬 촘촘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유통업계 동향을 종합하면 공정위가 5월 초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는 만큼 쿠팡 기업집단의 동일인을 누구로 볼지가 다시 재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동일인은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의 실질적 지배자를 특정하는 개념으로 흔히 '총수 지정'으로 불린다. 쿠팡은 그동안 예외적으로 법인인 쿠팡을 동일인으로 지정받아 왔다.
공정위는 2023년 말 시행령 개정과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등을 통해 사실상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더라도 일정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예외적으로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자연인과 법인 가운데 누구를 동일인으로 보더라도 기업집단 범위가 같아야 하고 △해당 자연인이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에 직접 출자하지 않아야 하며 △친족도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사 사이 자금대차나 채무보증이 없어야 하는 점도 요건으로 제시됐다.
쿠팡은 이런 예외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돼 그동안 김범석 의장 대신 법인이 동일인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공정위는 올해 초 쿠팡에 대한 동일인 지정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는 1월13일 "공정위는 쿠팡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지에 관해 최근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동일인 변경 사유가 확인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동일인을 변경하겠다"고 말했다.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배경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드러난 쿠팡의 내부 실상이 있다. 사고 대응 과정과 국회 논의 과정에서 김 의장 친족의 회사 내 역할과 보수 수령 내역 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예외요건의 근거로 제시됐던 친족의 중대한 경영 참여 부재 주장에 물음표가 붙기 시작한 셈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쿠팡 부사장이다. 김유석 부사장 역할이 알려지면서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쿠팡의 동일인을 더는 법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선이 힘을 얻었다. 특히 임원 재직과 경영 관여 여부가 예외요건 판단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3월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병기 공정위원장도 3월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시 언급했다.
주 위원장은 3월1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친인척 일가의 지분 소유관계를 봐야 하고 특수관계인의 경영 참여 여부도 봐야 한다"며 "특수관계인의 경영 참여 여부가 확인되면 동일인 지정을 개인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동일인을 누구로 보느냐는 단순 명칭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동일인이 김 의장 개인으로 바뀌면 공시와 자료 제출의 기준점이 쿠팡 법인에서 김 의장과 동일인 관련자로 옮겨가게 된다. 친족 보유 주식과 계열사 거래 내역 등을 둘러싼 공시 책임과 감시 강도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사익편취 규제의 시선도 더 엄격해질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동일인과 동일인 관련자 지분을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판단한다. 결국 동일인 지정 변화는 쿠팡 사업 자체보다 '김범석 체제'를 둘러싼 지배구조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쿠팡으로서도 이 문제를 가볍게 보기 어렵다. 그동안 쿠팡은 법인을 동일인으로 인정받으며 창업자 개인에게 총수 규제의 틀이 직접 씌워지는 상황을 피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그 틀이 다시 김 의장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동일인 지정이 곧바로 쿠팡 영업에 찬물을 끼얹는 직접 변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당장 매출이 꺾이거나 이용자가 줄어드는 성격의 이슈는 아니다.
다만 김 의장 개인과 쿠팡 지배구조를 향한 감시 강도는 훨씬 높아질 수 있다. 5월 초 발표될 공정위의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 결과는 이런 점에서 쿠팡의 다음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주 위원장은 3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쿠팡의 동일인 지정 검토와 관련해 "지금 조사 마무리 단계"라며 "친인척의 지분 소유 구조와 특수관계인의 경영 참여 여부에 관해서 자료를 충분히 수집했다"고 말했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타격을 받았던 본업에서 점차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 집계에 따르면 3월 쿠팡 결제추정금액은 5조7136억 원으로 2월보다 12% 늘며 개인정보 유출 발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도 반등했다.
쿠팡은 상생과 현장 행보를 전면에 내세우며 이미지 반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쿠팡은 중소상공인 지원과 지역 상생 관련 메시지를 연달아 부각하고 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