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신한금융 '기업ERP와 은행 결합' 큰 첫걸음, 진옥동 "기업금융 한계 넘는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2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린 ‘DJ뱅크’ 솔루션 공개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전사적자원관리(ERP) 데이터로 기업을 평가하면 과거가 아닌 지금의 상태를 평가할 수 있고 기업의 미래가치도 산출해 낼 수 있다는 상상을 해왔습니다.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제안한 것이 ERP뱅킹이었습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2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린 제주은행 디지털 기업금융 특화 브랜드 ‘DJ뱅크’ 솔루션 공개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DJ뱅크는 '디지털제주'의 약자다.

40년 넘는 은행 경력을 가진 진 회장에게도 ‘ERP뱅킹’의 현실화는 오랫동안 그려온 꿈같은 일이라는 뜻이다.

이날 행사에는 진 회장을 비롯해 이희수 제주은행장, 연다예 EQT에쿼티파트너스코리아 대표, 이강수 더존비즈온 부회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등이 참석했다. 

DJ뱅크가 보여줄 새로운 기업금융 모델에 상당한 기대가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RP는 재무·인사를 포함해 기업의 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신한금융이 구현한 ERP뱅킹은 ERP시스템에 은행서비스를 접목한 임베디드 금융의 한 형태다. 기업은 별도의 은행 시스템에 접속하지 않고도 ERP 속 은행을 통해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신한금융 계열사 제주은행이 국내 1위 ERP기업 더존비즈온과 함께 구현한 DJ뱅크 설루션은 단순한 신규 서비스 출시를 넘어선다.

과거 데이터에 의존했던 기업금융 평가를 실시간 경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바꾸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공개된 솔루션은 대안신용평가 전략모형, DJ 더주는 법인 파킹통장, 인공지능 전환(AX) 솔루션 지원 자금 대출, ERP 연계 매출채권 담보대출 등이다.

개별 솔루션보다 더 주목되는 부분은 이들이 ERP 안에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DJ뱅크는 기존 기업금융 업무와 확연히 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현장] 신한금융 '기업ERP와 은행 결합' 큰 첫걸음, 진옥동 "기업금융 한계 넘는다"

▲ 사진은 ‘DJ뱅크’ 비대면 뱅킹가입·계좌개설 화면. <비즈니스포스트>

ERP 내 DJ뱅크에 접속하면 몇 번의 클릭만으로 계좌 개설과 이체, 대출 신청까지 할 수 있다. 별도의 서류를 준비하거나 은행 시스템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 

기업이 금융 거래를 위해 제출해야 했던 재무자료와 각종 서류는 ERP 데이터로 자동 대체된다. 사실상 개인 모바일뱅킹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간편함을 구현했다.

채훈 제주은행 부행장은 “ERP 안에 은행 영업점이 들어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이 같은 DJ뱅크의 혁신을 ‘커넥티드(연결성)’, ‘리얼타임(실시간)’, ‘페이퍼리스(무서류)’로 요약했다. 기업금융의 이용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모델이 쉽게 구현된 것은 아니다. ERP와 은행 시스템을 연결하는 기술적 문제부터 금융 규제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았다.

제주은행은 먼저 2025년 10월 ‘ERP 기업 직장인 신용대출’을 출시해 시스템 안정성을 점검했다. 기업금융으로 확장하기 전 사전 검증 단계였다.

규제 역시 핵심 과제였다. 대출 업무에 필요한 라이선스는 더존비즈온이 이미 보유하고 있었으나 별도 라이선스가 없는 수신 업무 영역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문제를 풀어야 했다.

이를 위해 제주은행은 2025년 6월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같은 해 12월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았다. 여기에 ERP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제·표준화 작업도 병행됐다.

신한금융은 이날 DJ뱅크의 본격적 출발을 알리면서 추후 서비스 확장 계획도 내놨다.

대표적으로 올해 하반기 ‘AI CFO’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AI CFO는 ERP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기업의 자금 흐름 예측, 상품 추천, 실행까지 돕는 설루션이다.
[현장] 신한금융 '기업ERP와 은행 결합' 큰 첫걸음, 진옥동 "기업금융 한계 넘는다"

이희수 제주은행장이 2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린 ‘DJ뱅크’ 솔루션 공개 행사에서 맺음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ERP 연계 매출채권 담보대출 설루션은 현재의 단기 대출을 넘어 구매자금 대출, 팩토링 등 공급망 금융 전반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법제화되면 결제·정산에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이날 DJ뱅크의 여·수신 목표를 묻는 질문에 “여·수신을 합쳐서 신규취급액 기준 2천억 원 정도를 도전적 과제로 삼고 있다”면서도 “사업을 시작함에 있어 정량적 목표보다는 사업 혁신성 측면에서 빠르고 남다르게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 회장도 “DJ뱅크를 지역의 한계를 탈피하기 위한 제주은행의 전략이 아니라 제주은행이 대한민국 금융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던진 시작점으로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희수 행장은 “ERP뱅킹은 제주은행이 완수해야 할 사명”이라며 “제주에 갇혀있지 않은 디지털제주(DJ)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