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이 결국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제기 기한 마지막 날(1월20일)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오후에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이 업체 가입자들과 시민단체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다. 통신망과 서버(컴퓨터) 보안을 소홀히 해, 사상 최악의 해킹을 당하고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것에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를 저버리는 행보란 비판이 쏟아진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해 7월 SK텔레콤 통신망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통신망 보안을 소홀히 해 해킹을 당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해 8월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상황을 조사한 결과, 가입자 2324만4649명의 휴대전화 번호와 가입자식별번호(IMSI), 유심 인증키 등 25종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개인정보보호위는 통신망 보안 조치 미흡 등의 책임을 물어 SK텔레콤에 1347억9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은 애초 3천억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그 금액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에 그쳤다. 개인정보보호위가 부과한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였으나, 보안 소홀로 우리나라 국민 절반 가량의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것에 비하면 처벌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SK텔레콤은 과징금 취소 행정소송 제기 배경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위의 과징금 처분에 대해 법원의 면밀한 판단을 받아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통신망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가입자 보상, 정보보호 혁신에 총 1조2천억 원을 투입한 점과 유출로 인한 금융 피해는 없었던 점 등이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고의적이고 영리 목적의 개인정보 활용이 인정된 구글·메타 사례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득 궁금했다. SK텔레콤은 왜 솜방망이 처벌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는 개인정보보호위 과징금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을까. 관련 정부기관과 대형 법무법인,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물었다.
또 이상하면 묻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잡힐 때까지 쓰고 또 써야 한다는, 언론은 그래야 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쓴소리도 떠올랐다.
SK텔레콤 쪽에서 보면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불복 행정소송 제기가 '참 영리한 결정'일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1타 3피' 이상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우선 잘 하면 과징금을 깎을 수 있다. 그리고 깎는만큼 이익이 늘어난다.
이를 위해 과징금 산정 기준이 된 관련 매출 범위가 잘못 설정됐다고 주장할 것이고, 정보보호 인증 획득 사실과 피해자 보상 노력 등을 들이대며 과징금 감경 폭을 키우려고 할 것이란다.
'금융 피해는 없었다'는 주장도 흥미로운 지점으로 꼽힌다. 이후 발생한 KT 통신망 해킹과 무단 소액결제 사태를 끌어들여 과징금 감경 읍소 지렛대로 삼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이 과징금은 줄이면서 KT 과징금은 감경되지 않게 하는 '일타쌍피'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진 것도 주목된다.
먼저 구글과 페이스북 등은 고의성과 영리성이 엿보이는 데다 과징금이 1천억 원 안팎에 그쳤다는 점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또 2023년 LG유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은 69억 원대에서 900억 원대 후반까지 부과 가능했는데, 실제로는 69억 원 선에서 부과된 것으로 알려진 점을 들며 SK텔레콤에 부과된 과징금이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보호위가 그동안 개인정보 유출 기업에 '솜방망이 과징금' 처분을 해온 점을 약점으로 물고 늘어지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과징금은 감경을 남발해도 국가 재정수입이 줄어들 뿐, 누가 뭐라 하지는 않는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에 비상임 위원들이 문제 제기를 하는 방식으로 감경되는 경우도 많았다. 법무법인의 '작전' 비판이 뒤따른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에 '가중 혹은 감경한다'고 돼 있지만, 개인정보보호위 관계자들 말을 들어보면 가중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게다가 개인정보보호법과 시행령에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문구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 이런 작전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는 한겨레 기고에서 "무려 8년이나 기본적 보안 수칙도 지키지 않아 약 23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음에도 SK텔레콤에는 연 매출액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 부과됐다. 추후 공개된 회의록에서 드러난 사실은 최초 내부에서 산정한 과징 금액이 몇몇 민간 비상임 위원들의 '기준 금액이 너무 높다'는 취지의 질문 끝에 51%나 감액되었다는 것이다"라고 짚었다.
설령 행정소송에서 진다 해도 SK텔레콤은 금전적으로는 손해볼 게 별로 없다. 소송에서 져도 과징금을 깎지 못했을 뿐 늘어나진 않는다.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에 주는 수임료도 이번에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SK텔레콤은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불복 행정소송의 법률대리를 법무법인 김앤장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법무법인은 수임료 수익보다는 SK 쪽과 관계 회복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법무법인 업계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김앤장은 최태원 회장이 연루된 소송에서 잇따라 지면서 SK 쪽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상태였다. SK 쪽을 다시 클라이언트로 잡기 위해 애써왔는데, 이번에 어렵게 이 일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불복 행정소송에서 일부 승소라도 받아내 과징금을 조금이라도 깎으면, 판사 출신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의 입지는 강화된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당한 가입자와 정보 인권 보호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쪽에서 보면, 비판의 목청을 높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피해자들에게 정신적으로 '2차 가해'를 하는 행태란 평가까지 나온다.
우선 SK텔레콤의 주장 가운데 가입자 보상 내용을 뜯어보면 소비자 이밪에선 부족하기 짝이 없는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불안해 이탈하는 가입자들의 중도 해지 위약금을 면제한다고 결정하며, 단 열흘 기한만 줬다.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데이터를 월 50기가바이트씩 추가 제공한 것도 월 5만원대 이상 요금제에 가입해 이미 데이터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쓰고 있거나, 구형 피처폰 사용자들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것이었다.
멤버십 혜택 강화도 이용률이 높지 않고, 그나마도 가입자를 붙잡아두는 프로모션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SK텔레콤이 가입자 피해 보상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가입자들이 제기해 받아낸 분쟁조정안을 줄줄이 거부한 데서도 나타난다.
중도 해지 위약금 면제 기한을 지난해 12월까지로 연장하라는 방송통신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부했고,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1인당 30만원씩 보상하라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조정도 외면했다. 분쟁조정은 권고사항에 불과하다는 법적 한계를 이용한 것이다.
SK텔레콤은 1인당 10만원씩 보상하라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에 대해서도 아직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이 2월2일까지 수용하겠다고 밝히지 않으면 이 조정안 역시 폐기된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SK텔레콤이 행정소송을 해서 과징금을 낮추려는 행태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대기업 책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개인정보 유출로 난리가 났었는데, 전혀 책임지지 않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김현민 한국소비자단체연합 사무총장은 “SK텔레콤이 과징금 부과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은 정보 유출에 대한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는 태도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와 과기정통부 행정처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민관합동조사단은 SK텔레콤의 통신망 해킹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자료 보존 명령을 어기고 서버 로그기록을 포렌식 조사가 불가능한 상태로 삭제한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당시는 네트워크정책실장)은 보안을 소홀리해 통신망 해킹과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를 일으킨 SK텔레콤에 대한 행정처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수사의뢰한 건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맡고 있는 경찰 조사는 해를 넘기고도 오리무중이고, 덩달아 SK텔레콤에 대한 행정처분 역시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은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1일 새해 첫 고객신뢰위원회와 정기 간담회를 열고 고객 신뢰 회복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고객신뢰위에 소비자 보호, 고객 커뮤니케이션, 사회적 책임 강화, 소비자·인사이트 등 4개 분과를 신설, 고객 중심의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인지심리학 관점에서 고객 소통 방식을 자문하거나, 신뢰 회복 활동의 사회적 책임과 실효성 확보를 위한 필요사항을 점검한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그러면서 정재헌 사장은 "올해는 고객과 신뢰 회복을 넘어 신뢰 관계를 더욱 두텁게 하고, 고객이 실질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활동 중심으로 고객에 다가갈 예정"이라며 "업(業)의 본질인 고객을 중심으로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변화하는 SKT'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피해 가입자 보상 내용을 담은 분쟁조정안을 잇따라 거부하고, 예상보다 낮은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을 더 깎으려고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반성과 재발 방지 노력에 대한 기대마저 저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과 대비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개인정보보호위는 단호하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지난 21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SK텔레콤이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징금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대규모로 정보를 보유·활용하는 과정에서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 정보 주체에 피해를 끼친 데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치열한 법 해석 공방이 벌어지길 기대한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시행령 가운데 보안 소홀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처벌을 더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도 적극 고려해, 이같은 해킹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재섭 선임기자
이 업체 가입자들과 시민단체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다. 통신망과 서버(컴퓨터) 보안을 소홀히 해, 사상 최악의 해킹을 당하고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것에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를 저버리는 행보란 비판이 쏟아진다.
▲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이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과 관련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배경이 주목된다. <연합뉴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해 7월 SK텔레콤 통신망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통신망 보안을 소홀히 해 해킹을 당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해 8월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상황을 조사한 결과, 가입자 2324만4649명의 휴대전화 번호와 가입자식별번호(IMSI), 유심 인증키 등 25종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개인정보보호위는 통신망 보안 조치 미흡 등의 책임을 물어 SK텔레콤에 1347억9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은 애초 3천억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그 금액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에 그쳤다. 개인정보보호위가 부과한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였으나, 보안 소홀로 우리나라 국민 절반 가량의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것에 비하면 처벌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SK텔레콤은 과징금 취소 행정소송 제기 배경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위의 과징금 처분에 대해 법원의 면밀한 판단을 받아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통신망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가입자 보상, 정보보호 혁신에 총 1조2천억 원을 투입한 점과 유출로 인한 금융 피해는 없었던 점 등이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고의적이고 영리 목적의 개인정보 활용이 인정된 구글·메타 사례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득 궁금했다. SK텔레콤은 왜 솜방망이 처벌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는 개인정보보호위 과징금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을까. 관련 정부기관과 대형 법무법인,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물었다.
또 이상하면 묻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잡힐 때까지 쓰고 또 써야 한다는, 언론은 그래야 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쓴소리도 떠올랐다.
SK텔레콤 쪽에서 보면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불복 행정소송 제기가 '참 영리한 결정'일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1타 3피' 이상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우선 잘 하면 과징금을 깎을 수 있다. 그리고 깎는만큼 이익이 늘어난다.
이를 위해 과징금 산정 기준이 된 관련 매출 범위가 잘못 설정됐다고 주장할 것이고, 정보보호 인증 획득 사실과 피해자 보상 노력 등을 들이대며 과징금 감경 폭을 키우려고 할 것이란다.
'금융 피해는 없었다'는 주장도 흥미로운 지점으로 꼽힌다. 이후 발생한 KT 통신망 해킹과 무단 소액결제 사태를 끌어들여 과징금 감경 읍소 지렛대로 삼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이 과징금은 줄이면서 KT 과징금은 감경되지 않게 하는 '일타쌍피'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진 것도 주목된다.
먼저 구글과 페이스북 등은 고의성과 영리성이 엿보이는 데다 과징금이 1천억 원 안팎에 그쳤다는 점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또 2023년 LG유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은 69억 원대에서 900억 원대 후반까지 부과 가능했는데, 실제로는 69억 원 선에서 부과된 것으로 알려진 점을 들며 SK텔레콤에 부과된 과징금이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보호위가 그동안 개인정보 유출 기업에 '솜방망이 과징금' 처분을 해온 점을 약점으로 물고 늘어지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과징금은 감경을 남발해도 국가 재정수입이 줄어들 뿐, 누가 뭐라 하지는 않는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에 비상임 위원들이 문제 제기를 하는 방식으로 감경되는 경우도 많았다. 법무법인의 '작전' 비판이 뒤따른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에 '가중 혹은 감경한다'고 돼 있지만, 개인정보보호위 관계자들 말을 들어보면 가중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게다가 개인정보보호법과 시행령에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문구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 이런 작전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는 한겨레 기고에서 "무려 8년이나 기본적 보안 수칙도 지키지 않아 약 23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음에도 SK텔레콤에는 연 매출액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 부과됐다. 추후 공개된 회의록에서 드러난 사실은 최초 내부에서 산정한 과징 금액이 몇몇 민간 비상임 위원들의 '기준 금액이 너무 높다'는 취지의 질문 끝에 51%나 감액되었다는 것이다"라고 짚었다.
설령 행정소송에서 진다 해도 SK텔레콤은 금전적으로는 손해볼 게 별로 없다. 소송에서 져도 과징금을 깎지 못했을 뿐 늘어나진 않는다.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에 주는 수임료도 이번에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SK텔레콤은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불복 행정소송의 법률대리를 법무법인 김앤장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법무법인은 수임료 수익보다는 SK 쪽과 관계 회복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법무법인 업계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김앤장은 최태원 회장이 연루된 소송에서 잇따라 지면서 SK 쪽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상태였다. SK 쪽을 다시 클라이언트로 잡기 위해 애써왔는데, 이번에 어렵게 이 일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불복 행정소송에서 일부 승소라도 받아내 과징금을 조금이라도 깎으면, 판사 출신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의 입지는 강화된다.
▲ 서울 종로구 을지로 소재 SK텔레콤 본사 사옥 1층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당한 가입자와 정보 인권 보호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쪽에서 보면, 비판의 목청을 높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피해자들에게 정신적으로 '2차 가해'를 하는 행태란 평가까지 나온다.
우선 SK텔레콤의 주장 가운데 가입자 보상 내용을 뜯어보면 소비자 이밪에선 부족하기 짝이 없는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불안해 이탈하는 가입자들의 중도 해지 위약금을 면제한다고 결정하며, 단 열흘 기한만 줬다.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데이터를 월 50기가바이트씩 추가 제공한 것도 월 5만원대 이상 요금제에 가입해 이미 데이터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쓰고 있거나, 구형 피처폰 사용자들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것이었다.
멤버십 혜택 강화도 이용률이 높지 않고, 그나마도 가입자를 붙잡아두는 프로모션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SK텔레콤이 가입자 피해 보상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가입자들이 제기해 받아낸 분쟁조정안을 줄줄이 거부한 데서도 나타난다.
중도 해지 위약금 면제 기한을 지난해 12월까지로 연장하라는 방송통신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부했고,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1인당 30만원씩 보상하라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조정도 외면했다. 분쟁조정은 권고사항에 불과하다는 법적 한계를 이용한 것이다.
SK텔레콤은 1인당 10만원씩 보상하라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에 대해서도 아직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이 2월2일까지 수용하겠다고 밝히지 않으면 이 조정안 역시 폐기된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SK텔레콤이 행정소송을 해서 과징금을 낮추려는 행태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대기업 책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개인정보 유출로 난리가 났었는데, 전혀 책임지지 않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김현민 한국소비자단체연합 사무총장은 “SK텔레콤이 과징금 부과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은 정보 유출에 대한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는 태도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와 과기정통부 행정처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민관합동조사단은 SK텔레콤의 통신망 해킹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자료 보존 명령을 어기고 서버 로그기록을 포렌식 조사가 불가능한 상태로 삭제한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당시는 네트워크정책실장)은 보안을 소홀리해 통신망 해킹과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를 일으킨 SK텔레콤에 대한 행정처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수사의뢰한 건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맡고 있는 경찰 조사는 해를 넘기고도 오리무중이고, 덩달아 SK텔레콤에 대한 행정처분 역시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은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1일 새해 첫 고객신뢰위원회와 정기 간담회를 열고 고객 신뢰 회복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고객신뢰위에 소비자 보호, 고객 커뮤니케이션, 사회적 책임 강화, 소비자·인사이트 등 4개 분과를 신설, 고객 중심의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인지심리학 관점에서 고객 소통 방식을 자문하거나, 신뢰 회복 활동의 사회적 책임과 실효성 확보를 위한 필요사항을 점검한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그러면서 정재헌 사장은 "올해는 고객과 신뢰 회복을 넘어 신뢰 관계를 더욱 두텁게 하고, 고객이 실질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활동 중심으로 고객에 다가갈 예정"이라며 "업(業)의 본질인 고객을 중심으로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변화하는 SKT'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피해 가입자 보상 내용을 담은 분쟁조정안을 잇따라 거부하고, 예상보다 낮은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을 더 깎으려고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반성과 재발 방지 노력에 대한 기대마저 저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과 대비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개인정보보호위는 단호하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지난 21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SK텔레콤이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징금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대규모로 정보를 보유·활용하는 과정에서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 정보 주체에 피해를 끼친 데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치열한 법 해석 공방이 벌어지길 기대한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시행령 가운데 보안 소홀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처벌을 더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도 적극 고려해, 이같은 해킹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