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내년 이마트 자신감, 쿠팡 헛발질·홈플러스 위기에 호기 잡아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026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비즈니스포스트] “준비는 다 됐다. 다시 높이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026년 신년사에서 이 같이 말하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 최강자 쿠팡과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흔들리면서 해당 수요가 이탈하는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정 회장은 2023년 이마트가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한 뒤 비상 경영 체제를 통해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를 추진했고, 올해 들어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확장 전략을 본격화했다. 

내년에는 경쟁업체 이탈 수요를 흡수하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업계 선도 업체로의 도약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31일 정용진 회장의 최근 3년 신년사를 살펴보면 이전과 달리 내년의 도약을 확신하는 낙관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 회장은 2025년 신년사 영상에서 내내 절박함을 감추지 않으며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는 본업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년에는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기본 명제를 다시 바로 세우자며 수익성 강화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반면 이번에 발표한 신년사에서는 “2025년까지 실행한 신세계그룹의 결단들은 도약을 위한 준비였고 이제 준비는 끝났다”고 말했다.

2023년에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정 회장은 그해 9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계열사 대표 40%를 물갈이한데 이어 11월에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전략실을 ‘경영전략실’로 개편하고 기능 중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했다. 

정 회장은 2024년 3월 회장 취임 뒤 이커머스, 건설 등 부실로 인해 개선이 필요한 사업군을 정비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G마켓, SSG닷컴,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4개 계열사에서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에브리데이를 이마트에 흡수합병하는 등 구조조정과 사업부 통합을 본격 진행했다.

올해 들어서는 수도권에 3개 매장을 신규 출점하면서 5년 만에 이마트 매장 수가 순증세로 돌아섰다. 만성적자에 빠진 이커머스 계열사 G마켓과 SSG닷컴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올해 완전히 새로운 밑그림을 그렸다. 

때마침 이커머스 최강자 쿠팡이 11월 개인정보 유출 사태 발생 이후 여론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대응으로 흔들리고 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는 전날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분리 매각하고 6년 동안 부실 점포 최대 41개를 폐점한다는 내용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내년 자금난과 점포 폐점에 따른 영업력 악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앞서 3월5일 법원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신청을 받아들인 바로 다음날 취임 1주년 보도자료를 통해 “압도적 본업 경쟁력으로 성장 페달을 밟는다”며 “성장 본격 재개”를 선언했다.

2026년에 정 회장은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쿠팡과 홈플러스 이탈 수요를 흡수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9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합작사(JV)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출범하며 재도약의 승부수를 던졌다. G마켓은 합작법인 자회사로 새출발하며 판매자 지원을 통해 내수 오픈마켓 선도적 입지를 다시 확보하고, 해외는 역직구 확대로 수출 허브로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신세계 정용진 내년 이마트 자신감, 쿠팡 헛발질·홈플러스 위기에 호기 잡아

▲ 12월30일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2026년 새해맞이 '고래잇 페스타' 할인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마트>

정 회장은 JV 이사회 의장에 올라 G마켓 재도약을 직접 이끈다. 그는 G마켓(당시 이베이코리아)을 2021년 그룹 역대 최대 규모인 3조4404억 원을 들여 인수하며 사업 축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데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G마켓은 4년여 동안 단 한 차례를 빼곤 매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G마켓은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국내 대표 이커머스로 자리잡은 오픈마켓 1위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쿠팡과 네이버가 급성장하면서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SSG닷컴은 쿠팡 이탈 수요를 정조준하고 있다. 내년 초 신규 유료 멤버십 ‘쓱세븐클럽’을 출시하고 장보기 결제 금액 7% 고정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적립 포인트는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등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또 SSG닷컴은 최근 이마트와 시너지를 바탕으로 상품·가격·배송 등 온라인 장보기 핵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마트 상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점을 본원 경쟁력으로 삼고 기존 버티컬 서비스(전문관) 중심 전략에서 ‘온라인 이마트’ 정체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SSG닷컴은 이마트와 협업하는 ‘바로퀵’ 물류거점도 12월 기준 전국 매장 60곳으로 확대했다. 바로퀵 서비스는 이마트 매장 중심으로 반경 3㎞ 안에 위치하면 1시간 안팎에 배송을 완료하는 서비스다. 내년 운영 거점을 90곳으로 늘릴 계획을 세웠다.

이마트는 가격 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쟁사 이탈 고객 흡수를 노린다. 내년부터 대표 할인행사인 ‘고래잇 페스타’ 행사 기간을 3~4일에서 7일로 늘리고 행사 대상 품목도 30% 이상 확대한다.

또 모든 상품을 5천 원 이하 균일가로 판매하는 생활용품 편집숍을 이마트 점포에 도입하고, 모든 품목을 5천 원 아래로 구성한 자체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초저가 차별화 상품 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