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저는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밤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이렇게 말했다. 
 
계엄 1년 이후 그리고 국민의힘, '계엄의 강' 건너지 못하는 3가지 이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4일 새벽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추가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는 장면이 방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느닷없이 발령된 12·3 비상계엄 이틀 뒤면 1주년이 된다. 네 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고 국민의힘은 여당에서 야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상계엄 선포는 국민의힘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당 지지율은 20%선에 붙잡혀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정당'이라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다. 권성동 의원 구속에 이어 추경호 의원이 구속될 수도 있는 처지에 몰렸다. 당의 지도부가 사실상 붕괴함 셈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여당 지위도 잃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고 말했다.

그 후 국민의힘은 '계엄의 강'에 이어 '탄핵의 강'도 건너야 하는 혹독한 시기가 찾아왔다. 국민의힘은 비공개 의원총회 등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전당대회를 열어 8월26일 장동혁 의원을 당대표로 뽑고 '새출발'을 했지만 '당이 변화했다'는 말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약 1년이 지났음에도 계엄의 강을 건너지 못하는 이유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당 지도부의 '정치적 무능'을 우선 꼽는다. 장동혁 당대표 지도부는 지금까지도 명확한 정책적 비전과 이를 실행할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반이재명' 구호 하나뿐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실제 장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충북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이재명 정권을 퇴장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의힘이 바로 서야 한다"며 "이재명 정권이 바로 위기의 본질이자 만악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당 지지율도 계엄 선포 직후와 달라진 점이 없다. 비상계엄 직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24%였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난 지금 지지율도 여전히 24%다.

이러한 지지율 수치는 계엄 사태 1년을 맞이해서도 시민들이 여전히 국민의힘에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0·15 부동산 대책 부작용,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 등 여당의 악재가 없지 않았지만 이는 국민의힘 지지로 돌아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전히 12·3 계엄에 대한 명확한 입장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 사과를 하고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소수의 목소리에 그치고 있다. 

국민의힘이 게엄의 강을 건너지 못하는 다른 이유로는 '강성 지지층'이 꼽힌다. 국민의힘이 '극우'에 포획됐다는 평가마저 정치권에서는 나온다. 
 
계엄 1년 이후 그리고 국민의힘, '계엄의 강' 건너지 못하는 3가지 이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전 경남 김해 진영운동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경남도당 당원단합 한마음체육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저들의 내란몰이는 이제 끝이 날 것"이라며 "이제 우리가 반격을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장 대표부터 극우 유튜버 등 극우 세력의 지원으로 당대표에 선출될 수 있었다. 그는 지난 8월 한국사 강사 출신 정치 유튜버인 전한길씨 등의 지원사격 아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당대표 선거에서 이겼다. 이후 장 대표는 '윤어게인' 등 극우 세력의 눈치를 보는 정치 행보를 보였다.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지난달 2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실제 장동혁 대표는 유튜브에 나가서 지방선거에서 이들 세력과 연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으로 얘기했다"며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각 상임위별로 간사를 둬서 국정을 논의하는 야당이 윤어게인 세력과 손을 잡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강성지지층에 끌려다니는 것을 두고 이들이 '과잉 대표'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의 기반에 합리적 보수세력이 다수임에도 목소리가 큰 강성지지층에 파묻혀버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현재 지도부가 강성 당원들의 지지 속에 당권을 잡은 것은 알고 있다"며 "강성 당원들의 의견이 당원 전체의 목소리가 아님에도 당 지도부가 이들 목소리에 휘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이들의 목소리에 질려 당을 떠나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며 "최근 여론조사에서 무당층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나온 것은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는 실제 지표"라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는 민주당 42%, 무당층 26%, 국민의힘 24%로 집계됐다. 

당 내부에서 나오는 자성의 목소리도 강성 지지층으로 인해 억눌리고 있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충북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계엄은 정당했다'고 저 팻말을 들고 있는데 무슨 계엄이 정당했는가. 계엄은 불법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참석자들은 쓰레기를 던지거나 무대 앞으로 난입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마지막으로 다음 총선 일정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점도 국민의힘이 계엄의 강을 건너는 걸 막고 있다. 다음 총선인 제23대 국회의원 선거는 3년 뒤인 2028년 4월12일에 열린다. 

사실상 이재명 정부 임기의 후반부에 치러지는 셈이다. 정권 후반부의 선거는 보통 '정권 심판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국민의힘은 가만히 있어도 유리하게 선거를 치룰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국민의힘 현역의원들은 대부분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을 기반으로 한다. 민심에 민감한 수도권 출신은 거의 없다. TK는 '보수 텃밭'으로 불리며 역사적으로 투표에서 보수 성향을 보여왔다. 변화하지 않아도, 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아도, 무력하게 있어도, 현역 의원들은 총선에서 심판 받을 일이 없다.

실제 계엄선포 1년을 맞아 대국민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소장파 의원들은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들은 당장 민심이 두려운 이들이다.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2일 '오마이TV'에서 "국민의힘의 주류 기득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 당권을 놓치기 싫고 그 기득권을 지키고 싶어 한다"며 "이들은 국민의힘 안에서 자신들의 당권을 지키는 데만 매몰돼 있다. 여기에 국민은 안 보인다"고 말했다.

기사에서 인용된 첫 번째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13일 발표한 것으로, 조사는 2024년 10월10일부터 2024년 10월1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포인트다.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것으로, 조사는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포인트다.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