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서정진 '5.4조' 투자 밝혀, 4분기부터 삼성바이오 수준 수익성 자신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19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국내외 5조4천억 원 규모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셀트리온 기자간담회 화면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국내외 5조4천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19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송도 공장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위탁생산(CMO)까지 활용하고 있다”며 “2030년이면 생산능력이 더 모자라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하며 공격적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미국에 1조4천억 원, 국내에 4조 원을 투자해 증설을 추진한다. 서 회장은 앞서 미국 일라이릴리 공장 인수 및 운영에 약 7천억 원을 투입한 데 이어, 7천억 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1차 증설로 3년에 걸쳐 1만1천 리터 배양기 3기를 추가하고, 이후 미국 내 제품 수요 상황을 고려해 2차로 1만1천 리터 배양기 3기를 추가해 합계 6만6천 리터 증설을 총 5년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4조 가량을 투입해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했다. △신규 원료의약품(DS)공장(인천 송도) △신규 완제의약품(DP) 공장(충남 예산) △신규 PFS(사전 충전형 주사기) 생산공장(충북 오창)을 건설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의 미국 공장은 미국 판매용 셀트리온 제품 생산과 함께 미국 판매분 위탁생산(CMO)을 맡는다. 국내 공장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물량을 생산하는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한다. 서 회장은 미국 생산 원가가 국내보다 높지만, 관세 부담을 감안하면 전체 비용 구조는 오히려 효율적이라며 미국 공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규모 투자 여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올해 4분기부터의 실적 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다.

서 회장은 “4분기 매출은 3분기와 비교해 30% 이상 성장할 것이고 영업이익률은 40%를 넘어설 것”이라며 “4분기부터는 분할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이익과 비슷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셀트리온 서정진 '5.4조' 투자 밝혀, 4분기부터 삼성바이오 수준 수익성 자신감

▲ 서 회장의 계산대로라면 셀트리온은 연결기준 4분기 매출은 1조3375억 원, 영업이익 5350억 원이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서 회장의 계산대로라면 셀트리온은 4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3375억 원, 영업이익 5350억 원이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4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5.8%, 영업이익은 172.9% 증가한 수치다. 

이익률이 높은 신규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 제품들이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다, 합병과정에서 발생했던 재고 상각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 회장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램시마SC)’도 내년부터는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것으로 내다봤다. 

짐펜트라는 올해 3개 분기 누적 매출이 641억 원에 불과하다. 셀트리온은 올해 초 짐펜트라 연간 매출 목표를 7천억 원으로 제시했다가 5월 3500억 원으로 낮췄는데 현재 추세로는 1천억 원 달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셀트리온은 짐펜트라 매출 목표를 5천억 원으로 제시했지만 실제 매출은 366억 원에 그쳤다.

짐펜트라는 미국에서는 신약으로 허가됐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바이오베터로 허가돼, 미국에서 약가 인하 대상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시장 침투 속도를 늦춘 원인이라고 서 회장은 설명했다.

서 회장은 “짐펜트라가 미국 3대 PBM 가운데 2개 사보험 처방집 등재가 완료됐지만 한 곳은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트럼프 정부 약가인하 드라이브로 모든 사보험사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데, 이 과도기가 지나면 내년에는 의미있는 발전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창출 능력인 EBITDA(에비타, 상각 전 영업이익)에 대한 구체적인 사용 계획도 재차 강조했다. 

서 회장은 “EBITDA의 3분의 1은 자사주 매입·소각 또는 현금배당에 쓰고, 3분의 1은 시설과 연구개발 투자, 나머지 3분의 1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현금 확보에 사용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연구개발에 8천억 원 이상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2038년까지 41개의 바이오시밀러 상업화 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신약 개발사로의 도약을 준비하며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든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도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기반의 2중•3중 작용제보다 한 단계 진화한 ‘4중 타깃 작용제’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투자 확대 과정에서는 보유한 자사주도 일부 활용할 방침이다. 최근 셀트리온 소액주주연대가 자사주 전량 소각을 요구하고 있는 점과는 대비된다.
서 회장은 “현재 보유한 자사주 5% 가운데 50%는 소각하고, 나머지 50%는 3년 이내 매각하지 않는 조건으로 유동화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동의를 받을 계획”이라며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더라도 현금흐름에는 문제가 없지만, 투자 시계가 늦어질 수 있어 주주들에게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