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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한조 KB국민은행 하노이지점장(왼쪽)과 김성수 아시아개발은행(ADB) 금융부문 책임전문위원이 4일 베트남 롯데호텔 하노이에서 열린 '2025 비즈니스포스트 금융포럼 in 하노이' 행사장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 위원은 앞서 KB국민은행 런던지점에서 소 지점장과 함께 일했다. 소 지점장은 이날 김 위원을 6~7년 만에 만났다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4일과 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비즈니스포스트가 만난 현지 한국은행 지점장들은 현지 시장의 성장성에 입을 모았다. 해볼 게 많은 시장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1억 명의 인구에 높은 경제성장률, 한국 정부의 신남방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금융권이 동남아 전략기지 베트남에서 성장의 고삐를 죄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현재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에 각각 지점 하나씩을 두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하노이에 더해 호치민 지점 설립을 추진하면서 사업 확장에 나선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베트남 당국으로부터 인가 접수증(CL)을 받아 법인 설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 신남방정책 훈풍 온다, 한국은행들 베트남 사업 확대 박차
“한국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보니 한국계 은행의 입지도 단단하다.”
소한조 KB국민은행 하노이지점장은 올해 1월 베트남에 왔다.
국민은행 런던지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소 지점장은 베트남은 한국은행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한다.
소 지점장은 KB국민은행 본점에서 IB글로벌심사부, 투자금융부 등을 거친 기업금융 전문가다. 베트남 하노이지점에 부임한 뒤로는 전문분야인 신디케이트론, 기업대상 파생상품 거래 등으로 포트폴리오 확장을 추진하면서 자산 규모를 키우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KB국민은행 하노이지점은 2019년 영업을 시작해 이제 7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빠르게 성장하면서 2011년 설치된 호치민지점과 비슷한 규모를 갖췄다.
소 지점장은 “베트남에 법인으로 나와 있는 은행들과 비교하면 국민은행 하노이지점 규모가 크지는 않다”면서도 “소규모 조직의 장점인 빠른 의사결정과 기동력으로 더 많은 고객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 지점장은 인터뷰가 있었던 5일에도 오전에 이미 하노이에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지역 고객을 만나고 왔다.
▲ 박창오 NH농협은행 하노이지점장(가운데)과 최우영 한국수출입은행 하노이 사무소장(왼쪽)이 4일 베트남 롯데호텔 하노이에서 열린 '2025 비즈니스포스트 금융포럼 in 하노이'에서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스탠다드차타드는 최근 거시경제 보고서에서 베트남의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1%에서 7.5%로 상향조정했다. HSBC 역시 베트남 소매·수출 등 경제지표 호조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7.9% 수준으로 예상했다. 기존 전망보다 1.3%포인트 높였다.
베트남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8%, 2026년 목표치는 10%대 진입이다.
경제와 산업이 성장한다는 것은 금융이 할 일도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에는 한국 정부가 신남방 정책에 힘을 싣고 또 럼 베트남 당서기장이 한국을 방문하는 등 국가 사이 교류와 협력이 강화되면서 한국은행들이 영업에 더욱 힘을 받고 있다.
4일 비즈니스포스트의 하노이 금융포럼에 참석한 현지 지점장들은 “기본적으로 베트남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한국 금융기관에 호의적”이라며 “그래도 최근 한국과 베트남 정상이 만나고 이런 분위기를 현지 당국자를 만날 때나 고객을 만날 때 적극 ‘어필’한다”고 말했다.
박창오 NH농협은행 하노이지점장은 “베트남도 다른 동남아 국가들처럼 은행이 많고 외국계 진입도 활발해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며 “은행업은 인가 사업으로 단순한 경제논리보다 정치외교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기대감이 커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11월 초 강태영 행장이 직접 호치민을 찾아 베트남 4대 국영은행 가운데 하나인 아그리뱅크와 협력 강화에 뜻을 모았다. 한화에어로엔진, 효성베트남 등 한국기업들도 방문했다.
◆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차별화 무기 들고 발로 뛴다
▲ 조한규 하나은행 하노이지점장(오른쪽)이 4일 베트남 롯데호텔 하노이에서 열린 '2025 비즈니스포스트 금융포럼 in 하노이'에서 남인성 하나은행 하노이지점 과장과 함께 쩐 티 투 후옌 베트남 재무부 대외협력·프로젝트관리부 헤드의 발표를 듣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기업 ‘뒷배’가 든든한 한국계 은행들도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베트남 하노이에 진출한 한 은행 지점장은 "베트남은 한국은행들이 대부분 진출해 있고 베트남 현지 은행들도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공격적으로 한다"며 "경쟁 강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결국 해답은 전략의 차별화와 영업 역량이다.
조한규 하나은행 하노이지점장은 베트남 사업 현황과 전략을 묻는 질문에 “하나은행은 현재 베트남 에너지딜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콕 짚어 말했다.
베트남 정부가 첨단산업분야 육성에 힘을 싣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에너지 인프라가 깔려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베트남 현지 투자개발은행인 ‘BIDV’ 2대주주인 점도 에너지분야 정부사업에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요소다.
조 지점장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원전을 포함 현지 에너지, 인프라분야 프로젝트를 많이 노리고 있어 기업금융 확장에 보탬이 될 것”이라며 “또 에너지산업은 정부 차원 프로젝트가 많은 만큼 베트남 현지 기업 스킨십을 늘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하노이지점은 사업 핵심인 기업금융에서 한국기업과 현지기업 비중을 50대 5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현재는 한국기업 비중이 60%로 더 많다.
IBK기업은행은 법인 설립을 통해 영업망 확대를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 박경일 IBK기업은행 하노이지점장 겸 법인설립추진단 본부장(가운데)이 4일 베트남 롯데호텔 하노이에서 열린 '2025 비즈니스포스트 금융포럼 in 하노이'에서 이종혁 신한베트남은행 북부본부 부행장(왼쪽), 황재성 IBK기업은행 베트남법인설립추진단 팀장(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일 IBK기업은행 하노이지점장은 현재 법인설립추진단 일을 함께 맡고 있다.
박 지점장은 “2026년 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첫 해에는 지점 3개, 그 다음해에는 5개 등 3년 안에 10개 정도로 지점을 늘려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기업은행은 정책금융이라는 특징을 살려 베트남에서도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장혜원 하나금융연구소 기업글로벌지원팀 수석연구원은 “베트남은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5천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반적으로 이 단계에서는 은행 이용률이 급증하고 증권업이 활성화되는 만큼 한국 금융사들이 선진화된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발휘하기 좋은 시기”라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