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이 넘은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임명했던 기관장들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독립기념관 등의 '3대 극보수' 기관장들은 임기보장을 무기로 버티고 있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진실화해위 인권위 독립기념관 '3대 극보수 기관장' 무기 '임기보장', 민주당 대응 주목

▲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위원장이 5월26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에서 열린 조사 기간 만료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극보수 성형의 기관장들의 언행을 두고 여권의 고심이 깊어 보인다.

먼저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위원장이 최근 국가인권위가 주는 '2025년 대한민국 인권상' 정부포상에 후보자로 이름을 올리면서 새로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9월15일까지 이 상을 받을 인물 후보자 14명에 대한 공개검증을 마쳤고, 10월 중으로 행정안전부 상훈담당관실 등과 막바지 추가 검증을 벌인다. 그런데 14명의 후보자 가운데 박 위원장이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권운동가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앞서 박 위원장은 4월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5·18 북한 개입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그런 논란이 있는 것은 알지만 개입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5·18 북한 개입설은 극우진영의 대표적 주장 가운데 하나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군의 공작에 의한 것이라 '황당한' 주장을 뼈대로 한다. 법원에서조차 거짓임이 여러 차례 확인됐으며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모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박 위원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2024년 12월6일 윤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박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정형식 헌법재판관의 처형이다.

그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국가인권위는 지난 23일 "박 위원장은 외부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았으며 추천받은 모든 분들은 후보자가 된다"며 "모든 후보자는 상훈법 등 관련 규정에 의거해 공개검증 등 절차를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 자체도 끊임없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12·3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관련 안건을 전원위원회에서 상정해 의결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 인권위 독립기념관 '3대 극보수 기관장' 무기 '임기보장', 민주당 대응 주목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장이 6월2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제13차 전원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원, 한석훈, 김종민, 이한별 가인권위 위원이 1월9일 발의한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의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은 윤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철회 및 대통령 권한대행 복귀 권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2월10일 제2차 전원위원회에서 이 안건을 재적 위원 10명 중 찬성 6명(안창호·강정혜·김용원·이충상·이한별·한석훈), 반대 4명(남규선·김용직·소라미·원민경)으로 통과시켰다.

검사 출신의 안창호 위원장은 이 밖에도 국가인권위 취지에 맞지 않은 성차별적 발언 등에 대한 인권 단체 의혹 제기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되기도 했다.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도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국내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특별심사를 결정했고 안 위원장은 이에 참석하기 위해 10월27일 출국한다.

진화위와 국가인권위 내부 비판도 들끓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진실화해위원회지부 4월25일 성명을 내고 “5·18의 진실을 모른다고 한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의 극우 유튜버 수준의 망언을 규탄하며 즉각 물러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정호 전공노 국가인권위 지부장은 15일 안창호 위원장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하고 "지난해 9월 안창호 위원장 취임 이후 지금 국가인권위 위기는 최고조에 달해있다"며 "안 위원장이 자진해서 거취를 결정해 내려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극우적 역사관으로 호국영령을 욕보인다는 비판까지 듣고 있다. 

김 관장은 올해 8월15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식에서 “우리나라의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독립운동의 역사를 무시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에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그의 퇴진을 요구하며 독립기념관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김 관장은 8일 국회 소통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립유공자 후손이 불법 행위를 벌이고 있으며 배후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몸싸움까지 벌어져 여러 사람이 다쳤다. 
 
진실화해위 인권위 독립기념관 '3대 극보수 기관장' 무기 '임기보장', 민주당 대응 주목

▲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9월8일 국회 소통관에서 '독립기념관 바로 세우기'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회견 개최에 항의하는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으며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논란에도 이들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법률상 임기를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현행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관장은 3년간 임기를 보장받으며 본인이 사직하거나 비위로 해임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임기 중 해임되지 않는다.

여권은 이들을 저지할 수단이 마땅잖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다만 '합법적 수단'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알박기 인사'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조직을 개편하면 이전 기관장의 임기는 자동 종료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설치법이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도 임기가 자동 종료될 처지에 놓였다. 그 역시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극보수' 인사로 분류된다.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국회의 압박에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그는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뉴스타파'에 대한 민원을 방심위에 제기하도록 사주한 의혹을 받았다.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현안 질의를 통한 '민원 사주' 의혹에 대한 증언을 확보했다. 류 위원장에게 연봉 33% 삭감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난 결국 4월25일 자진 사퇴했다.

다음 목표는 김 독립관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15일 김 관장에 대해 "보훈부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며 "보훈부 자체적으로 특정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10월13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이들 기관장에 대한 압력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릴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권에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장 임기를 조정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 출범한 정부와 과거 정권이 임명한 공공기관장 사이의 '갈등'을 일시에 제거해 버리자는 것이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월25일 대통령 임기와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고 "제2, 제3의 김형석 사태를 막고 공공기관의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정부 정책과 조화를 이뤄 국민이 신뢰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당 개정안을 핵심 우선 처리 과제로 삼아 신속한 통과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