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동부건설과 금호건설을 비롯한 중견 건설사가 정부의 9·7대책으로 실적 확대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공급 확대로 중견 건설사의 활로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형 건설사의 공공 주택과 관련한 보폭 확대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중견 건설사 'LH 역할 강화' 호재에도 시선 엇갈려, 대형사 보폭 확대에 긴장

▲ 동부건설과 금호건설을 비롯한 중견 건설사가 LH역할 강화에 방점을 찍은 정부의 9·7대책으로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보면 동부건설의 올해 6월말 기준 수주현황에서 LH 발주 공사(별도 기준 매의 5% 이상)는 모두 12곳으로 계약잔액은 1조3964억 원에 이른다. 

전체 수주 계약잔액의 12.8%에 이르며 비슷한 성격의 서울도시주택개발공사(SH) 등으로 시야를 넓히면 비중은 더 높아진다.

대형 건설사는 통상 낮은 수익성과 브랜드 관리 어려움에 LH 발주 공사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반면 중견 건설사는 민간 도시정비 시장에서 대형 건설사보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공공 발주에 공을 들인다.

대표적 중견 건설사인 동부건설도 그만큼 LH 발주 공사를 주요 수익원으로 두고 있는 셈이다.
 
다른 중견 건설사 금호건설도 비슷한 상황으로 6월 말 기준 수주현황 LH 발주 공사는 모두 21곳, 계약잔액 8778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계약잔액의 11.7% 가량으로 동부건설과 마찬가지로 경기주택도시공사 등 지역 공기업 발주분을 포함하면 비중은 더 커진다.

두 건설사를 비롯한 중견 건설사는 이재명 정부의 첫 주택공급방안인 9·7대책에 따라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9·7대책 핵심으로 LH 주도의 주택공급 확대에 무게를 둬서다. 특히 이번 공급대책은 수도권에 집중돼 중견 건설사에게는 국내 핵심 부동산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기회가 열린 것으로 여겨진다.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건설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의견은 ‘중립(Neutral)’을 유지한다”며 “다만 수도권 공급에 공공 주도 흐름이 확실해진 만큼 공공공사를 많이 수행하는 중견 건설사에게는 기회요인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런 시각이 반영되며 전날 코스피시장에서 동부건설 주가는 직전거래일 대비 10.74%, 금호건설은 9.38% 상승마감했다. 같은날 코스피상승률 0.45%나 코스피200건설지수 상승률 0.66%를 크게 웃돌았다. 
중견 건설사 'LH 역할 강화' 호재에도 시선 엇갈려, 대형사 보폭 확대에 긴장

▲ LH 직접시행 주택공급 활성화 개요. 국토교통부는 LH 직접시행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7만5천 호 이상을 추가 착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국토교통부>

다만 중견 건설사들은 여전히 대형 건설사 위주의 시장 개편을 경계하고 있다. 브랜드 경쟁력과 높은 시공능력, 상대적으로 풍부한 현금을 갖춘 대형 건설사의 LH 민간참여 사업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9·7대책에서 주요 방안으로 제시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 대형 건설사가 속속들이 관심을 보이는 점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도심복합사업은 민간개발이 어려운 도심을 대상으로 LH 등 공기업이 시행을 맡아 도시재생을 이끄는 프로젝트다. 문재인 정부 당시이던 2021년 2·4 공급대책으로 도입됐다. 

9·7대책에서는 △용적률 1.4배 완화 규정 적용지역 확대 △사업계획승인시 건축물 높이제한 완화 특례 추가 추진 △공원녹지 의무 확보기준 완화 등 사업성을 높여 ‘도심복합사업 시즌2’로 돌아왔다. 

도심복합사업 가운데 지난 6월 서울 1호(도봉구 방학역)와 2호(쌍문역) 사업은 두산건설에 돌아갔고 이후 연신내역 사업은 금호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각 건설사는 공공공사 특유의 안정적 자금흐름을 토대로 실적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이후 진행된 신길2구역과 쌍문역 서측 사업에는 각각 포스코이앤씨와 GS건설이, 지난 8월 증산4구역에는 삼성물산·DL이앤씨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은 민간 도시정비 시장이 대형 건설사 위주로 흐르는 가운데 중견 건설사가 서울에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며 “다만 최근에는 대형 건설사 참여가 이어지며 입찰이나 참여 등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9·7대책의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환영하면서도 LH 민간참여사업 확대에 따른 중견 이하 건설사의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택건설협회는 “LH가 직접시행 공공택지 사업을 도급형 민간참여사업으로 추진할 때 대형 건설사 위주의 사업 추진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중견·중소 건설사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도록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의 LH발 민간참여사업 확대 여부에 주된 변수로 LH의 취약한 재무구조와 인력 부족이 꼽힌다. 

9·7대책이 LH의 ‘직접 시행자 등판’에 방점을 찍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217%에 이르는 부채비율 등을 고려하면 애초 의도대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험과 비교적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춘 대형 건설사와 협력이 활발해질 수 있는 셈이다. 중견 건설사들은 결국 이 과정에서 대형 건설사에 자리를 내 줘야 할 가능성도 크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LH에 공동 시행사로서 직접 지분 투자를 통한 공공주택 수주가 일반화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도 공공 주택사업에 외형 확장을 피해갈 수 없다"고 바라봤다. 

박 연구원은 "공공주택 민간참여사업이 비중 있게 시장에 나올 경우,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중심으로 건설업의 전반적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