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임박, 기후기금 개편 없으면 '속 빈 강정' 될 수도

▲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가운데)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왼쪽 두 번째) 등과 함께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정부가 기후대응을 위한 정부 부처 개편안을 공개했다.

환경부를 대폭 강화했으나 기존 계획과 달리 에너지 산업 관리 권한을 넘겨받지 못해 '반쪽짜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기획재정부로부터 이관받은 기후 기금들도 재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자칫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8일 민간 기후단체와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이재명 정부의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7일 정부 부처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 및 탄소중립 관련 역할을 환경부로 통합한다. 

다만 원자력발전소, 석유, 천연가스 등 재생에너지를 제외한 다른 에너지 분야 관리 기능은 산업부에 그대로 남겨둔다.

이는 기존에 정부가 약속한 '통합 에너지 관리 부처' 수립과 거리가 있다. 오히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주장해오던 환경부 확대 개편안인 '기후환경부'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기후환경단체들은 그동안 환경부를 단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은 탄소중립 이행에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올해 7월18일 국회 토론회에서 "기후환경부로 가는 방안은 권한이 부족한 부처가 정책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부처 통합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산업부의 에너지 파트를 환경부가 떠안으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규제 기능이 축소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재정 집행 능력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기존에 기획재정부가 관리하고 운영하던 기후대응기금, 녹색기후기금 등 기후 기금들을 환경부에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 기후대응에 핵심 역할을 맡은 기후대응기금은 현재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자칫 신설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정 운용에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지난해 12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기후대응기금 운영 평가 보고서를 보면, 기후대응기금은 운영상 한계에 봉착해 있다. 기후대응기금의 가장 큰 재원 확보처인 배출권거래제가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과 2023년 배출권거래제 수납액은 재원 계획액 대비 각각 43.6%, 21.3%에 그쳤다. 2024년에도 2023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2025년도 배출권거래제 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배출권거래제 수익을 2024년보다 상향한 3487억 원으로 예측해 보고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임박, 기후기금 개편 없으면 '속 빈 강정' 될 수도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예산처는 이를 두고 "최근 배출권 경매가와 낙찰수량, 2025년도 경제전망 등을 고려하면 과다산정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25년도 배출권 낙찰가를 2022~2023년도 평균가를 고려해 1톤당 1만6958원으로 산정했으나 2024년도 평균가가 1만 원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실제 배출권 경매가는 예측보다 낮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기금의 다른 주요 수입처인 교통·에너지·환경세도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으로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2021년도 기준 15조 원이었던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은 2022년과 2023년 모두 약 11조 원안팎에 그쳤다. 2024년에도 11조 원을 소폭 상회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의 약 7%가 기후대응기금 재원으로 활용된다.

정부는 기후대응기금 운용 계획상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을 약 1조 원 정도로 잡아 놨는데 실제로는 매년 이에 못 미치는 수천억 원 수준에 그쳤던 것이다.

이를 모두 종합하면 기후대응기금은 계획액보다 한참 적은 재원으로 운영되는 만성적자 상황에 빠져있는 셈이다.

국회예산처는 "배출권 가격의 하락,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 등으로 기금 수입은 감소하고 있고 향후 탄소중립 경제로의 전환시 수입감소가 예상되는 등 기후대응기금의 주요 수입원들이 각각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또 현재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안정적 재정운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후환경단체들은 기후대응기금이 실질적 기후대응 재원으로 작동하려면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비중부터 대폭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배출권거래제는 내년부터 4차 운용 기간에 들어가는데 정부는 이를 위한 기본계획을 올해 안으로 수립한다.

이에 이로움재단과 녹색전환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는 기후재정포럼은 앞서 지난달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기후세제 개선방안'을 주제로 이슈브리프를 발간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무상할당되고 있는 발전부문 배출권의 유상할당 비중을 100%로 높이고 산업 분야 무상할당 비중에도 일정 비율로 배출 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기후 관련 기술 개발과 시설 설립 등에 세액공제 형태로 지원해 탄소중립 이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경제전환팀장은 "배출권 가격, 재정 투자 모든 면에서 따져봤을 때 한국은 이미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며 "기후대응기금의 현 계획안인 2조4천억 원 수준으로는 유의미한 기후대응효과를 내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후대응기금 재원인 배출권 가격을 현실화하고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중장기적으로 탄소세로 개편해 주요 재원으로 삼아 현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