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몽원 HL그룹 회장은 이른바 '믿을맨'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그룹의 미래 비전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 핵심 인재들 중에서도 조성현 HL만도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광헌 HL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이 두드러진다.
두 사람은 각각 '글로벌 감각'과 '노사화합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정몽원 회장의 경영전략을 성공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 조성현 부회장, HL그룹 미래 성장 이끄는 ‘글로벌 감각의 핵심’
조성현 부회장은 1986년 한라그룹 안양·덕소 연구소에 입사한 뒤 39년간 HL그룹과 만도에 전념해온 ‘정통 HL맨’이다.
고려대학교 기계공학 학사와 석사를 마친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과 영업 현장을 아우르는 다방면의 경험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초기부터 안양과 덕소 연구소에서 기초부터 단단히 다져온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에도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만도아메리카를 총괄하면서 미국과 독일 등을 포함한 해외에서 20년 이상 활약하며 글로벌 감각을 인정받았다.
조 부회장의 경영능력은 2020년 11월 HL만도 총괄사장에 오른 이후 더욱 돋보였다.
그는 만도의 3개 비즈니스 유닛인 브레이크, 스티어링, 서스펜션을 총괄하며, 국내 최대 자율주행 전문기업 HL클레무브와 모터 제조 전문기업 만도브로제까지 아우르는 자동차 시스템 부품 제조 및 연구 섹터의 수장으로서 경영 전반을 책임졌다.
그의 전략적 판단과 리더십 아래 HL만도는 빠르게 성장하며, 2021년 이후 해외 매출 비중을 45% 대에서 55% 이상으로 높여 해외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
이런 그의 경영성과는 HL그룹 내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조 부회장은 2020년 11월 HL만도 총괄사장이 된 뒤 2년 만에 수석사장으로 승진했고 2023년 8월에는 부회장이 됐다.
HL그룹이 임원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한 것은 한라그룹 시절인 2015년 이후 8년 만에 나온 것이다.
조 부회장은 업무 성과뿐만 아니라 전략적 신사업 육성에서도 주목받았다.
조 부회장은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SDV) 시대를 대비해 2021년 HL만도 내 소프트웨어 조직을 신설·총괄했고, 자율주행 주차로봇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등 미래차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에 선도적 역할을 맡고 있다.
2024년 대내외적으로 HL만도가 중국, 미국, 인도 등 주요 해외시장에서 고른 성장세를 거둔 배경에는 그의 현지화 전략과 글로벌 고객 네트워킹이 큰 기여를 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HL만도는 2024년 4분기 북미(미국, 멕시코, 브라질)에서 합산매출이 2023년보다 17% 증가한 5457억 원을 기록했다. 자동차 부품업계에서는 HL만도가 2025년에는 15~20%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DS투자증권은 “HL만도는 지역별 균형성장을 추구하면서 고객 다변화 전략이 점차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미주와 인도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하고 유럽시장에서도 고객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조 부회장의 경력과 경영방식은 정몽원 회장의 ‘글로벌 감각’과 사업 확장에 대한 비전과 궤를 같이 한다.
정몽원 회장은 2022년 한 경제매체와 인터뷰에서 개척하지 못한 세계를 향해 도전하겠다는 뜻이 회사 이름에도 반영돼 있다며 글로벌 감각과 사업확장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정 회장은 “HL에는 더 높은 삶(Higher Life)라는 뜻도 담겨 있다”며 “익숙한 것에서 탈피해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겠다는 비전을 의미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엔지니어 출신 글로벌 영업맨’ 조성현 부회장의 활약 이면에는 HL그룹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춰나가고자 하는 정몽원 회장의 비전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 김광헌 사장: HL그룹 노사안정의 ‘숨은 힘’
김광헌 사장은 HL홀딩스 지주부문 대표이사로서 HL그룹 내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노사관계 전문가로 분류되는 인물로서, HL그룹 내에서 ‘노사화합’의 상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HL만도는 한국 내 자동차 부품 업체 중에서도 노조가 강성으로 유명하다.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1987년 설립된 이래 여러 차례 파업을 벌였으며, 2024년 7월 12년 만에 공식 파업을 단행하는 등 노사 사이 긴장감이 상존하는 사업장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노사관계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HL그룹 경영진에게 오랜 숙제였다.
정몽원 회장은 만도 인수 이후에도 노사 불안정으로 인한 경영 리스크를 깊이 고민해왔다.
정 회장은 이러한 배경에서 2020년 김광헌 사장을 HL만도 대표이사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노사 안정’이라는 과제를 안겼다.
김광헌 사장은 노무 전문가로서 노조 측과의 꾸준한 교섭과 신뢰 구축에 힘쓰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김 사장의 이런 노사 안정 노력이 빛을 발한 대표적 사례가 2020년 임금 동결을 포함한 임단협 무파업 타결이다.
그는 HL만도 노조와 사측 사이 긴장을 완화하고 상생의 토대를 마련해 2023년까지 10년 연속 무파업으로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실적을 토대로 김광헌 사장은 HL그룹 정몽원 회장으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얻으며 HL홀딩스 대표이사로 승진, 그룹 내 그룹 지주와 사업 전반에 대한 전략적 조율자 역할을 맡고 있다.
김 사장에 대한 평가는 노사 분야만이 아니라 HL그룹 전체 경영 안정화의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노사관계뿐 아니라 전사적 조직문화 안정에 기여하며, 그룹 성장과 변화 관리에서 숨은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정몽원 회장의 경영 철학과 리더십, 그리고 두 믿을맨의 공조
정몽원 HL그룹 회장은 오랜 기간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서며 그룹 내부 구성원과 긴밀히 소통해왔다.
그는 그룹의 미래 성장과 혁신을 위해 글로벌 시장 개척과 노사관계 안정화에 모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양대 축을 각각 조성현 부회장과 김광헌 사장이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조 부회장의 글로벌 현장 경험과 김 사장의 노무 전문성이라는 상호 보완적인 역량과 맞물려 HL그룹 조직의 안정을 굳건히 하는 동시에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