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 |
한미약품이 임상시험 지연을 밝히면서 신약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국내제약회사 가운데 연구개발에서 가장 앞서있는 만큼 주요 신약 개발에 역량을 다시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한미약품, 신약 리스크 다시 부각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다국적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한 당뇨병치료제 ‘HM12525A’의 임상시험이 지연되면서 한미약품의 연구개발(R&D)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다시 생겨나고 있다.
한미약품은 “임상환자 모집이 유예된 것일 뿐이며 이는 임상시험 가운데 자주 발생하는 일시적 조처”라며 “얀센과의 협력관계에도 전혀 문제가 없어 조만간 임상시험을 재개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약품은 11월 당뇨병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시험도 올해 4분기에서 내년으로 미뤄졌기 때문에 이번에 신약의 불확실성 문제가 더욱 불거졌다.
더욱이 임상지연된 HM12525A와 에프클레나타이드가 같은 기술이 적용돼 신약물질 자체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임상지연은 일상적인 일인데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파기 전력 때문에 과도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조만간 신약개발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보여 불신의 시선을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아직 늑장공시 문제 등 해결하지 못한 사안들이 많이 있지만 연구개발에서 흔들림없이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까지 1259억 원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사용해 국내 제약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를 기록했다. 내년에도 연구개발 투자비용을 줄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 한미약품, 주요 신약에 역량 집중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계약이 파기된 폐암표적치료제 ‘올무티닙’ 이외에도 30여개의 신약개발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몇 가지 주요 신약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신약개발후보물질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에게 기술수출한 3개의 당뇨병 신약물질이다.
|
|
|
▲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이 2016년 10월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
한미약품은 지난해 사노피와 3개 당뇨병 신약물질에 대해 모두 4조8300억 원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계약규모가 한미약품 누적 기술수출 계약의 60%에 이를 정도여서 한미약품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개 신약 가운데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연구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데 내년에 글로벌 임상3상에 들어간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임상시험이 올해 4분기에서 연기돼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그러나 한미약품이 임상시험용 시약 생산지연이 원인이라고 밝힌 만큼 연구개발 지속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태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사노피가 한미약품으로부터 신약물질들을 거액에 구입한 것은 현재 판매하고 있는 당뇨병치료제의 특허가 만료됐기 때문”이라며 “사노피가 현재 당뇨병 신약을 개발할 필요성이 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시험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미약품이 다국적제약사 제넨텍에 기술수출한 차세대 표적항암제 ‘HM95573’도 순조롭게 개발되고 있다. HM95573은 암세포 증식과 성장에 관여하는 변이성 RAF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한미약품은 9월 HM95573에 대해 제넨텍과 1조 원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RAF 저해제와 관련된 단일약물 가운데 최대 규모의 거래였다.
한미약품이 현재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고 임상2상부터는 제넨텍이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미약품의 실적은 기술수출한 신약물질의 단계별수수료(마일스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2018년부터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선민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의 내년 실적은 올해보다는 늘어나지만 대규모 기술수출을 했던 2015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당뇨병 신약물질이나 HM95573의 임상시험이 한단계 더 올라가는 2018년에는 훨씬 많은 단계별수수료를 받아 실적이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