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9-26 1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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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주도 해상풍력 필요성과 전략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발전공기업이 추진하던 해상풍력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과정에서 발목을 잡히는 일이 발생하면서 해상풍력 산업에서 한국전력공사(한전) 및 발전자회사의 역할 축소를 우려하는 시선이 떠오른다.
예비타당성조사, 공기업경영평가 등 제도가 문제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국회에서 공공부문의 역할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표 의원을 맡고 있는 ‘대전환시대 성장포럼’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공주도 해상풍력 필요성과 전략 방안 모색’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국내 해상풍력 발전의 90% 이상을 민간기업이 점유하고 있는 데다가 노르웨이 에퀴노르, 덴마크 오스테드, 프랑스 토탈에너지스, 독일 RWE 등 수십 개의 외국 자본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3년 8월 기준으로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단지는 모두 합쳐 77곳이며 전체 용량은 24만GW(기가와트)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해외자본 또는 민간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장의 발전 용량은 22GW로 92.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발전공기업인 남동발전이 차지하는 발전 용량 비중은 5.1%에 그쳤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해상풍력 사업 등을 두고 온도 차이를 나타내는 가운데 한전 발전자회사가 추진하는 사업들은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기재부는 신안우이해상풍력에 참가하고 있는 남동발전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탈락시켰다.
신안우이해상풍력 사업은 한국남동발전이 한화, SK이터닉스와 함께 해상풍력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지분을 살펴보면 한화 건설부문 37%, 남동발전 37%, SK이터닉스 26%로 남동발전의 비중이 크다.
하지만 예타 통과 실패로 남동발전의 투자는 불투명해졌다. 남동발전은 지분을 일부 또는 전부 매각하거나 예타를 다시 신청해서 기재부의 답변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졌다. 남동발전이 어느 쪽을 선택하건 사업에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주도 해상풍력 필요성과 전략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기업이 해상풍력발전사업에서 배제되는 이유가 제도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제도를 경쟁입찰제도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경쟁입찰 도입이 공기업을 재생에너지에서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기업 참여를 위한 입찰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윤석열 정부 아래 공기업의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 교수가 발전공기업이 기재부에 제출한 ‘2022년~2026년 재정건전화 계획’과 조정안을 비교한 내용을 살펴보면 6개 발전공기업의 신재생에너지 총예산은 7조5243억 원에서 29.8%가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삭감 비율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국남부발전 44.4% △한국동서발전 16.9% △한국남동발전 24.0% △한국서부발전 42.9% △한국중부발전 22.2% △한국수력원자력 31.0% 등이다.
정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이유로 매년 진행하고 있는 공기업 경영평가 제도를 꼽았다.
그는 “에너지 공기업을 재무건전화 대상 기관으로 특별 지정하는 등 경영평가에서 재무구조 평가 배점을 2배로 늘인 정부의 정책이 재생에너지 투자를 막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해상풍력 산업이 대한민국에서는 초기 단계라는 점을 짚으며 공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조영상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해상풍력은 앞으로 전력발전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발전원”이라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지만 규모의 경제가 있는 사업인 만큼 공기업이 생태계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송배전을 맡고 있는 한국전력공사가 해상풍력 사업에 직접 참여해야 하는지를 놓고는 토론자들의 의견이 갈렸다.
정세은 교수는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힘을 합쳐 직접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해야만 해외 해상풍력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중국과 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공기업들을 해상풍력 챔피언으로 키워 세계 공략에 나서고 있다”며 “한전과 발전자회사가 모두 뭉쳐서 해상풍력 산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영상 교수는 국내 송배전망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한전이 직접적으로 해상풍력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한전의 해상풍력 사업 참여는 전력 산업계와 논의를 통해 특정 목표 및 범위 등을 정하고 한시적으로 해상풍력 사업에 접근하는 것이 옳다”며 “한전 철수 및 사업 중단 이후의 문제를 놓고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대안으로 새로운 공기업 설립을 주장했다. 이에 더해 기존 발전공기업들은 '무엇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지'를 놓고 재편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 조영상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주도 해상풍력 필요성과 전략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공공부문 및 공기업의 역할을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를 두고는 이견이 갈리긴 했으나 인허가, 예비타당성조사 등 제도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데에는 뜻을 모았다.
김정훈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제도에 따른 불확실성 문제가 해상풍력 사업의 확대를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해상풍력 사업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인 인허가가 해상풍력 강국인 덴마크에서 4개월 걸리는데 우리나라는 4년6개월이 걸린다”며 “대한민국에서는 건설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2030년이 오더라도 목표 달성치 10%도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낮은 수익성이 문제가 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기업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익성이 낮기에 공기업이 해야 한다는 정당성이 주어진다”고 바라봤다.
조영상 교수는 해상풍력 산업과 관련해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평가 방식 변경과 같은 획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제도 변화를 살펴보면 점점 발전공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투자에 참여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며 “발전공기업들이 ‘석탄과 함께 사라진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지금 이대로의 상황이 계속되면 그것이 틀린 말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업부를 대표해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남명우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정책과장은 현 정부가 해상풍력 산업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냔 우려를 놓고 정부의 의지는 명확히 해상풍력 산업 육성 및 공공부문 역할 확대 쪽에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해상풍력 관련 계획을 발표할 때 공공트랙, 공공부문 입찰 시장 신설이라는 매우 강력한 단어를 넣어 왔다”며 “이는 정부가 대외 환경, 통상 갈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제도적 문제점을 두고는 “해상풍력 사업은 규모가 크다보니 예비타당성 조사를 꼭 받아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고민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며 “추후 해상풍력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할 때는 그러한 측면을 고려한 내용을 담겠다”고 말했다.
남 과장은 한전의 역할 확대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그는 “한전이 해상풍력 산업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발전 분야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정말로 중요한 문제가 송전과 배전인 만큼 한전이 발전에 직접적으로 나서기보다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전의 발전자회사가 이미 있고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 역할이 있다”라며 “발전자회사가 공공주도 해상풍력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