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협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FKI)에서 열린 ‘옥스퍼드-카이스트 지속가능금융 그룹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산업과 사회의 친환경 전환을 위해서는 결국 ‘돈’이 녹색으로 흘러가는 강력한 흐름이 중요하다.”
김상협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FKI)에서 열린 ‘옥스퍼드-카이스트 지속가능금융 그룹 워크숍’의 시작을 이렇게 열었다. 지난해 봄 첫 번째 녹색금융 콘퍼런스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했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이날 워크숍에는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금융과 정책분야 국내외 석학들은 물론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회계기준원과 KB금융, 신한금융, 한국투자증권 등 민간금융사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환부터 친환경 기술 개발, 친환경산업으로 구조적 전환 등을 위한 녹색금융 관련 거버넌스(협의체) 구축을 위한 논의의 장으로 마련된 자리인 만큼 정부와 민간의 고위급 인사와 실무진이 총출동했다.
▲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이형주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로버트 에클레스 옥스퍼드대 경영학 교수(앞줄 왼쪽에서 네번째) 등이 지속가능금융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김 위원장은 이날도 녹색 자켓을 입고 참석해 “한국에는 삼성보다 큰 그룹이 있는데 그게 녹색성장그룹이다”며 “(여러분은) 이제 녹색성장그룹의 일원이 됐다”고 말했다.
당장 우리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이날 워크숍 참석자들은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데 입을 모았다.
올해는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상승하는 첫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올해 어느 때보다 길고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렇듯 기후변화가 미래의 불확실한 리스크가 아닌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친환경 전환에 필수인 녹색금융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고 참석자들은 바라봤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2천조 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이 돈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마련할 수 없다”며 “현재 공공부문에서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5곳이 힘을 모아 420조 원 규모 펀드를 마련했고 앞으로 기후대응에 충분한 자금이 투입될 수 있도록 민간금융기관도 도와야 하는 문제”라고 바라봤다.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은 이날 가계대출 간담회 일정으로 행사에는 불참했지만 대리축사를 통해 “기후변화라는 전례 없는 도전 앞에서 효율적 자금배분으로 녹색산업 성장을 촉진하는 녹색금융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축사에서 “한국은 특히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권은 일찍부터 지속가능성 회의에 참석하고 있지만 녹색전환금융 활성화를 위한 민간금융 지원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 로버트 에클레스 옥스퍼드대 경영학 교수가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FKI)에서 열린 ‘옥스퍼드-카이스트 지속가능금융 그룹 워크숍’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기조연설자 가운데 한 명으로 나선 로버트 에클레스 옥스퍼드대 경영학 교수도 기후변화 대응에서 금융의 역할을 강조했다.
에클레스 교수는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와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비재무적 사항을 통합해 보고하는 체계를 만든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의 공동설립자다. 지속가능금융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분야 세계적 석학으로 꼽힌다.
에클레스 교수는 세계적으로 금융기관이 친환경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오늘 새벽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오늘 새벽 3시 시차 때문에 잠에서 깨서 며칠 전 JP모건에 있는 친구가 보내 준 넷제로 전환을 위한 공공, 민간금융기관의 역할에 관한 보고서를 읽었다”며 “금융기관들이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고 말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녹색전환 금융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들에 관한 논의도 이어졌다.
워크숍 기조연설자로 나선 벤 칼더콧 옥스퍼드대 교수는 “해마다 수조 달러가 녹색전환 금융에 투입되고 있다”며 “새로운 녹색체계 구축에 돈을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전반적 기업 경영에 녹색전환 계획을 통합시킬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등 친환경 전환계획과 가이드라인 등 지표들은 기업이 녹색전환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돕는다고 강조했다.
이한성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은 “지속가능한 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전환금융, 전환투자가 일어나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가 있어야 한다”며 “각 기업들의 정보는 중구난방이기 때문에 ESG 관련 공시의 의무화가 필요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올해 4월 회계기준원이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을 발표했을 때 사례도 공유했다.
▲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FKI)에서 열린 ‘옥스퍼드-카이스트 지속가능금융 그룹 워크숍’에서 공공, 민간의 고위급 관계자들이 녹색금융 정책과 거버넌스 등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 원장은 “보통 어떤 기준이 나오면 업계 등에서 반응이 10~20개 정도 들어온다면 이번 지속가능성 공시기준과 관련해서는 네덜란드 연기금을 비롯한 세계 기관들도 관심을 보이면서 의견서가 수백 개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녹색금융 전환과 정책분야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진전을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실질적 권한이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선결과제라는 결론이 다시 한 번 언급됐다.
나승호 한국은행 ESG본부장은 “현재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법적, 제도적 권한이 분선돼 있다”며 “거버넌스가 확실하게 정립되면 기후위기 대응으로의 금리정책, 녹색전환 투자체계 등 부분도 더욱 잘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복규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녹색금융은 크게 정부 재정, 정책금융기관, 민간금융 이 세 부분을 어떻게 잘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며 “재정과 정책금융이 위험을 많이 감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녹색전환에 필요한 재원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날 워크숍은 기후위기 대응 금융지원 420조 원 관련 집행기관 고위급 관계자들의 녹색금융 정책과 거버넌스 등 주제에 관한 토론과 전환금융 등에 관한 국내외 석학의 강의, 관련 기관·기업들의 발표로 구성됐다.
조용병 은행연 회장은 준비된 축사에서 세계적 대문호 월리엄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문장인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인용했다. 조 회장은 “바로 지금이 모두가 손잡고 기후위기를 바로 잡아야 할 때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