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9-02 14:28:07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년 만에 여야 대표 회담을 열었으나 주요 현안에서 이렇다 할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여야는 모처럼 성사된 대표회담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민생 공동공약 추진 협의 기구’를 운영하기로 했지만 국정감사 등 야권의 대여공세를 앞둔 상황에서 구체적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60% 넘는 지지를 받았지만 실권이 없는 한계가 이번 대표 회담에서도 드러났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날 여야 대표회담 결과에 관해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투톱 체제"라며 "입법사안이나 국회에서 결의, 결정 사항은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거쳐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강조하고 이 대표도 공감을 표한 바 있는 ‘지구당 부활’ 문제를 두고도 김 최고위원은 "당내 중진 의원들 다수가 지구당 부활이 정치개혁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견이 많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가 한 대표 독자적으로 대표회담의 결과를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비친 셈이다. 실제 이번 대표회담에서 가시적 성과가 없었다는 시각이 많다.
양당 대표회담이 끝난 뒤 발표된 합의문을 살펴봐도 대부분 ‘~조속히 추진한다’ ‘논의를 이어간다’ 등 구체적 추진 시점과 계획이 없이 원론적 입장이 되풀이됐다. 쟁점 사안으로 여겨진 채상병 특검법안이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관해서도 두 대표의 입장 차만 확인됐다.
정치권에서는 양당이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로 양당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가 여야의 각종 쟁점 사안에 명확한 답을 해줄 권한이 없는 상황이 ‘맹탕 대표회담’이 된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여당 대표라면 당정 간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한다"며 "양당 합의문 8개의 문구가 협의·촉구·논의 등으로 구성된 건 한 대표가 결정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표회담을 두고 “100점 만점에 15점짜리”라며 “이재명 대표는 야권에서 본인의 위치가 확고하지만 한동훈 대표가 어떤 권한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고 한 대표가 무언가를 판단했다고 해도 국민의힘에서 이를 서포트 할 수 있는 동력이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일례로 여야 대표가 한 목소리로 정부를 향해 국회 차원의 의료대란 대책을 요구하기로 한 점도 기대보다 낮은 수준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가 의료대란을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강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 연구소장은 YTN뉴스 시사정각에서 “최근 한 대표가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에 각을 세우니까 (윤 대통령이) 밥자리도 취소하고 연찬회도 안 온다”며 “(그러다보니) 국민의힘은 의료대란을 (대표회담의 정식) 의제로 올리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대통령도 국민의 생명권 때문에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당 대표가 국민의 생명권을 언급하며 의대 증원을 미루자고 하니 대통령실도 불쾌하지 않겠나”라고 바라봤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애초 한 대표가 실권이 없는데다 채상병 특검법에 관해 민주당이 한 대표의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한 대표 측이 여러 조건을 추가로 요구하면서 대표회담의 실익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민석 최고위원이나 김우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등은 ‘대표회담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번 회담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는 시각도 나온다.
여당 대표와 만나 논의를 했지만 별다른 결과물을 얻기 어려웠다는 점을 내세워 실질적 권한이 있는 대통령과의 만남을 더욱 강하게 요청할 수 있어서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ㆍ인천ㆍ강원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여당 대표와 만남으로써 다음에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요구할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득을 봤다”고 말했다.
보수성향의 전원책 변호사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재명 대표가 (얻어낼 게 없는) 회담을 왜 했겠는가”라며 “영수회담을 위한 징검다리였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변호사는 한 대표에 관해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용산(대통령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법률안에 의견일치를 볼 수 있으면 합의를 했겠지만 그게 안 되니 앞으로 정책협의회를 할 것이라는 하나마나 한 말밖에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에도 국민의힘 내부 장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대표로서는 결국 이번 대표회담을 통해 여당 대표로서 주요 결정권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드러낸 셈이 됐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표회담의 실질적 성과가 없는 부분에 관해 "실권이 없는 여당 대표의 한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의료대란도 정부가 해결을 해야 하고 25만원 지원금도 정부가 동의해야 하는데 이를 놓고 한 대표가 합의해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