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4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4) 종료를 앞두고 세계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이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그린피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플라스틱 생산 제한 규제를 포함하는 것에 찬성하는 쪽으로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국제 사회의 플라스틱 생산 규제 찬반 대립 논쟁에서 지금껏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던 미국이 마침내 입장을 정리하면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6일 외신 보도와 환경단체 발표를 종합하면 올해 11월 대한민국 부산광역시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 판도가 이전 회의와는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14일(현지시각) 익명의 내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플라스틱 생산 제한 규제를 포함하는 것에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까지 진행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놓여 있다. 협약을 통해 플라스틱 생산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과 폐기물 처리 방안을 포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어서다.
플라스틱 생산 규제 도입에 찬성하는 국가들은 르완다, 페루, 유럽연합 등 ‘우호국연합(HAC)’ 가입국들로 이들은 되도록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 및 석유화학 산업 대국들은 반대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폐기물 관리와 이를 위한 국제협력 등 제한적인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로이터는 향후 있을 협상에서는 미국 정부가 우호국연합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번 소식을 접한 그린피스, 국제환경법센터(CIEL), 클라이밋홈뉴스 등 환경단체들은 미국 정부의 결정을 전격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그린피스 관계자는 15일(현지시각) 공식성명을 통해 “이번과 같은 미국 정책 변화는 플라스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통일된 접근법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은 조약을 통해 유해한 화학물질과 굳이 필요하지 않은 플라스틱 물질 생산을 줄여 우리 가족들과 생태계 모두를 지킬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INC-4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는 어느 한쪽 편을 확실히 들고 있지 않았다. 당시 협상장에 파견됐던 미국 협상단은 내부 구성원들이 플라스틱 생산 규제 찬반 논쟁에서 서로 다른 진영 편을 각각 들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클라이밋홈뉴스는 “미국은 지금까지는 사우디아라비아로 대표되는 진영 쪽으로 다소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지적했다.
▲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폐기물 처리장에 분류가 끝난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쌓여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결국 플라스틱 생산 규제 문제를 놓고 찬반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INC-4는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다.
이에 INC-4 주최 측은 11월25일~12월1일로 계획된 부산 회의에 앞서 8월24일~28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모여 ‘회기간 전문가 그룹 회의’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전문가 그룹 회의를 통해 플라스틱 생산 규제 관련 입장을 확실히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데니스 클레어 미크로네시아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위원은 클라이밋홈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생산 규제와 관련해) 새롭게 정한 입장은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 체결 가능성을 높이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최종 협상장이 될 한국은 여전히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유럽연합과 같은 우호국연합 가입국이긴 하지만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장에서는 어느 한쪽 편을 확실하게 들지 않았다. 석유화학 분야가 주력 산업인 점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에 올해 4월에는 풀뿌리연대 등 국내 시민단체들은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체결을 위해 정부가 노력해줄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는 우호국 연합 소속 국가이자 마지막 회의의 개최국으로서 본 협상의 회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번 협약이 애초 목적 안에서 강력한 협약이 성사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고 여기에는 반드시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재사용과 리필 기반 목표가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